"무장해제 약속 대가로 北안보 보장"

매경ㆍ존스홉킨스大ㆍKIEP 워싱턴 포럼 - 기조연설

동북아(중국 대만 홍콩 일본 한국)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24%에 해당한다. 이는 전세계 GDP의 28%를 차지하는 미국과 대등한 수치다. 특히 동북아는 미국 교역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은 미국 3ㆍ4위 교역국이다.

정치적으로도 동북아지역은 잠재적 화약고라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다.

예컨대 한반도를 생각해보자. 이라크는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 이란은 곧 그럴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없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설령 핵무기가 없더라도 북한은 핵무기 7~8개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일본의 오랜 정치적 경쟁관계도 장기적 관점에서 불안정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중국은 2차세계대전 당시의 상처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지만 이 같은 중국의 입장을 일본이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다. 만약 중국과 일본이 대등한 파워를 갖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동북아는 이들 국가들이 공존하기에는 비좁은 시장이 될 수 있다.

부시ㆍ클린턴 행정부의 동북아 정책 가운데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94년 제네바협약을 체결했으며 2000년 말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 대북 긴장감을 완화시켰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제네바합의와 대북 햇볕정책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은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 때 대북정책에 회의감을 표출하며 김 대통령에게 무안을 주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한ㆍ미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으며 이후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에 대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밝히면서 제네바합의는 완전히 묵살됐다.

북한과 직접 대화를 거부한 부시 행정부는 대안으로 6자회담을 선택했다.

한국 비핵화에 큰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협상 테이블에 가담하면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지금까지 실망스럽다. 대북 압력이 강화되기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경직된 대북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차기 대통령은 미국이 지난 4년 간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제거하기 위해 했던 것보다 더 잘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북한정권의 붕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경제제재 역시 중국과 남한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이미 국제 사회와 고립된 북한에 큰 영향력을 갖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최선책은 북한이 완전 하고 입증할 수 있는 또 파기할 수 없는 무장해제를 약속하는 대가로 북한이 원하는 안보보장과 국제사회의 지원ㆍ인정을 담보해주는 협상책이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미국 차기 대통령은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믿는다.

부시 행정부의 1만2000명 주한미군 감축 결정에 대해서도 우리는 동맹인 한국인들에게 미국이 그들의 안보 관점과 그들의 요구를 중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신뢰감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북 핵문제에 있어 남한과 연대를 유지할 수 없을 뿐더러 미국과 50년 동맹도 표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새뮤얼 버거 케리후보 외교안보자문역

△하버드대 법학박사(71년) △국무부 정책기획 담당(77~80년) △백악관 안보담 당 부보좌관(93~96년) △백악관 안보보좌관(97~2000년) △현 워싱턴 소재 스톤 브리지인터내셔널 회장 △저서:'달러 하비스트(Harvest)'

<워싱턴 = 김종영 부장 / 전병준 기자 / 서정희 특파원 / 정호선 기자 / 조현 정 기자 / 이향휘 기자 / 현경식 기자>

(매일경제 2004-9-23) 

美 아시아정책硏 “美, 한국 불신땐 독자공격”

《북한판 ‘10월 충격설(October Surprise)’과 노동미사일 발사 준비설 등 한반도 위기설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사진)은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NBR)의 특별 연구과제인 ‘2004∼2005년 동북아시아’ 연례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전개될 수도 있는 6가지의 ‘한반도 가상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미 행정부의 분석은 아니지만 필자는 예측 불가능한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는 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본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보고서 전문에 따르면 한반도 시나리오는 크게 6가지. △불안한 균형 △핵 협상 타결 △한미 핵 갈등 △북한의 전격적 핵 실험 발사 △북한 내부 붕괴 △군사적 충돌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군사적 충돌’.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기고문에서 미국의 선제공격과 북한의 자작극이라는 두 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 미국의 선제공격

북한이 남포항에 정박 중인 정체불명의 선박에 핵 장비(plutonium core of the devise)를 선적한다. 이 움직임은 즉각 미국에 포착된다.

백악관에서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이 사실을 통보해 주느냐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다. 논쟁은 결국 일방주의자(unilateralist)들의 승리로 끝나고, 미국은 선제공격 준비에 돌입한다. 한국에는 이를 알리지 않는다. 한국의 외교안보팀 안에 포진한 ‘친북세력’이 (북한에) 흘리거나, 미국의 강경 대응에 반대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남포항 공격 몇 분 전. 백악관은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에게 전화 통보를 한다.

남포항과 정체불명의 선박은 파괴되고, 북한은 즉각 보복 공격에 돌입한다. 휴전선 일대에서 서울을 사정권으로 하는 수천 문의 장사정포가 일제히 불을 뿜는다. 뿐만 아니다. 북한은 한국과 일본 내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가한다. 전쟁이 발발해 엄청난 사상자가 생긴다.

전쟁은 북한의 패배로 끝나고, 북한 전역에 한국군이 주둔한다. 북한의 모든 핵무기 프로그램은 제거된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즉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동의 없이 선제공격을 강행한다면 한미일 동맹이 끝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이 시나리오는 선제공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엄청난 피해와 파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해서 상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북한의 자작극

또 다른 시나리오는 북한이 마치 미국의 선제공격을 받은 것처럼 꾸민 뒤 한국과 일본 내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다는 북한의 선제공격론이다. 미국의 동맹국들을 분열시키고, 미국을 난처한 상황에 빠뜨리기 위해서다.

8월 말 무더운 어느 날 밤, 북한 영변 핵 시설에 엄청난 폭발이 발생한다. 북한 방송들은 즉각 영변이 미 제국주의자의 공격을 받았다고 선포한다. 북한은 서울 한복판에 있는 미 8군기지를 포격한다. 유엔군 사령부 및 한미연합사령부는 일대 혼란에 휩싸인다.

영변 폭발 직후 1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북한 지도자의 성명이 발표된다. ‘북한은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을 받고 적군의 본부를 보복 공격했다’는 내용이다.

한국은 일대 공포 분위기에 휩싸인다. 한국 언론을 중심으로 ‘영변 폭발은 미국이 북한 정권 교체를 위해 시도한 선제공격의 첫 단계’라는 루머가 확산된다.

한미연합사는 그 사이 영변 폭발이 북한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꾸며진 자작극이라는 정황을 확보한다. 또 북한이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용산의 미 8군기지만을 겨냥한 것으로 판명된다. 국제여론도 북한의 자작극임을 인정하기 시작하고, 중국 러시아 등 각국의 대북 비난성명이 이어진다.

미국은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보복조치를 포기한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이 경우 미군 주둔이 오히려 ‘위험’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동맹국들 사이에 퍼질 뿐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들의 관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안기자

▼ 北내부붕괴 된다면… ▼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북한 내부 붕괴 및 중국군 개입의 시나리오도 상정했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급사하면서 북한은 김정일 추종세력과 반대세력간의 군사적 충돌, 즉 내전에 빠진다.

주변국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되 부작용을 우려해 일체의 개입을 삼간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 주변국들에는 알리지 않고 압록강 주변에 대규모 병력을 긴급 배치한다. 이 와중에 자강도의 북한 인민군과 중국군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고,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

중국은 이 사건을 빌미로 북한에 전격 진입한다. 중국 정부는 북한 내 중국 인민을 보호하고 변경의 안정을 확립한다는 명분으로 진입이 불가피하다고 발표한다. 동시에 내전을 벌이고 있는 북한의 양 세력에 ‘중국의 평화 확립 노력에 공격을 가할 경우 엄청난 반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북한은 혼란과 무질서에 휩싸인다.

한국 미국 일본의 지도자들은 비상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핵 위협 등 상황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미 공군이 출격하고 한국군도 평양으로 진격한다. 북한은 서울과 일본의 미군 기지에 보복공격을 가한다.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한 달쯤 후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중국이 5분의 1을 차지한다. 그 밖의 북한 영토는 ‘무주공산(無主空山)’.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많게는 12개의 핵 장비와 6개 정도의 비밀 핵 시설을 확보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김 위원장의 가족들과 측근들은 중국으로 도주하고, 북한은 한국의 영토로 간주된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에 아직 정부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이 문제를 유엔에 넘길 것을 요구한다.

김정안 기자

▼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이 작성한 ‘한반도 시나리오’는 아시아정책연구소의 특별 연구과제인 ‘2004∼2005년 동북아시아’ 연례보고서의 한 부분. 연례보고서 작성에는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과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등 8명이 참여했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딕 체니 미 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 그는 1980년대 하버드대에서 정치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 북한 인구통계를 분석해 ‘숨어 있는 100만명’을 찾아낸 뒤 이 숫자가 북한 군사력 규모임을 최초로 밝혀낸 인물이기도 하다.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NBR·소장 리처드 엘링스)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환경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로 미행정부의 신뢰를 받고 있다. 미 행정부 내 한반도 담당자들이 ‘최고’ 중 하나로 꼽는 연구소다.

김영식 기자

(동아일보 2004-9-23) 

힐 대사 "한미관계 수평 이룰 준비됐나"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는 24일 “미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유지할 준비가 돼 있는데, 한국은 그럴 준비가 돼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힐 대사는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제는 미국에게 할 말을 좀 하는 사이고 이 같은 정책을 지속하면 대등한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한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미관계는 상호존중과 공동이해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나는 미국이 ‘빅브라더’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일부에서 과연 한미관계가 수평적인가 우려하고 있는데 미국은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참여하고 있다”며 “많은 에너지를 갖고 낙관적 시각으로 다루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힐 대사는 북핵 문제에 대해 “안보와 경제개발 어떤 것도 핵무기 개발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으며, 국제사회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든가 (핵)무기를 가지든가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며 “앞으로 힘든 과정이 될 것이며 좌절감도 느끼겠지만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지도부는 근본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에 와 있으며, 이 문제로 밤잠을 설치고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6자회담은 북한의 무장해제를 넘어 이 지역에서 추가적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힐 대사는 최근 불거진 한국의 ‘핵물질 실험’에 대한 미국의 음모론이 있는 것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 투명한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잘라 말했다.

힐 대사는 “1980년대 미국은 한국 정부만 상대하면 됐는데, 이제는 정부뿐 아니라 시민단체·연구기관·국회의원 등의 수많은 의견을 듣고 의사결정을 한다”며 16년 만에 한국에서 근무하는 소감을 밝혔다.

(조선일보 2004-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