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이란?

파리가 하루에 100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갈 수 있다. 말 궁둥이에 붙을 수도 있고, 비행기 안에 무임승차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처럼 남의 힘을 빌리는 것도 전략이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도 전략이고, 이것과 저것을 합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도 전략이다.

1853년 미국의 페리 제독은 흑선을 몰고 와 일본을 개방시켰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들은 자동권총 같은 신무기를 발사하면서 성능을 한껏 뽐냈다.

생전 처음 이 같은 신무기를 본 일본 사무라이들은 무릎을 꿇고 문호를 개방했다. 그야말로 칼 싸움 한 번 안 하고 상대를 제압한 것이다. 고도의 전쟁 전략이다. 이처럼 가장 현명한 고수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사람이다.

성실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 그것이 전략이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대표선수이다. 그는 수의대 2학년 때부터 하루에 100번 이상 소 항문에 손을 넣어 직장검사를 했다.

지금까지 50만 번 이상 손을 넣었다. 이렇게 습득한 기술 덕분에 인공 수정된 난자를 소 항문을 통해 쉽게 착상시킬 수 있었다. 미국인은 손이 너무 커 항문에 손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기구를 사용해야 한다. 또 서울대에서 가락동 도축장까지 가까운 것도 큰 장점이다.

실험 재료인 소의 난자를 매일 한 양동이씩 날랐고 덕분에 건강한 난자를 이용한 복제실험의 성공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 실제 이 팀은 하루 600여 개의 난소를 갖고 실험을 하는데 비해 미국은 50개 정도가 고작이다. 여러 면에서 게임이 안 된다. 이것이 전략이다.

화가인 이종상 교수는 열심히 그림을 그려 유럽 전시회에 출품 했다. 그렇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쟁쟁한 서양화 틈에서 별다른 특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장판에 동양화를 그려 다시 출품한다. 이 그림은 대단한 인기를 누린다.

그때까지 장판이라는 새로운 소재에 그림을 그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는 유명해졌고 돈도 많이 벌었다. 이후 그는 독도, 고구려 벽화 등으로 소재를 계속 변화시켜 나간다.

일본의 전설적인 검성 미야모토 무사시는 "나는 지금까지 스승이 없었다."고 얘기한다. 늘 독창적으로 했다는 얘기이다. 남들이 한 방법으로 최고가 될 수는 없다. 차별화는 전략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2000년 삼성전자는 일본의 7개 전자회사들의 이윤 총액보다 더 많은 이윤을 남겼다. 2002년 비즈니스 위크는 매출액, 매출 증가율, 이윤, 투자수익률, 주식배당 등 5 가지 측면에서 세계 100대 IT 기업을 평가했는데 삼성전자가 1위를 했다.

늘 일본을 벤치마킹하던 한국 기업으로서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가능했을까? 한 마디로 전략의 승리이다. 소니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할 때 삼성은 반도체, 가전제품, 멀티미디어, 정보통신 등 여러 분야로 다각화를 시도했다.

당시 분위기는 전문분야만 특화하고 다른 분야는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었지만 삼성의 생각은 달랐다. 이를 지휘한 윤종용 부회장의 철학은 격물치지(格物致知)이다. 사물의 원리를 깨달아 지혜로워지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도사가 되면 중원을 평정할 수 있다는 것이고 전자분야에서 삼성이 도사가 됐다는 것을 증명한 사건이다.

그는 삼성재팬, 네덜란드 필립스 지사, 슬로운 스쿨 등 여러 곳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그런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식, 삼성식 경영전략을 만들어 낸 것이다. 프로이센의 장군 헬무트 폰 몰트케는 전략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여러 질문을 던짐으로서 전략적 사고방식에 대해 알려 주었다.

첫째, 당신과 경쟁자들이 진출한 사업의 지위는 어떠한가? 시장점유율, 제품라인의 강점, 혹은 지역적 강점에 어떤 특징이 있는가?

둘째, 과거 2년 동안 경쟁자들이 취했던 행동 가운데 경쟁판도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어떤 것이 있는가?

셋째, 당신이 경쟁판도를 바꾸기 위해 2년 동안 한 일은 무엇인가? 그 결과는 어떠한가? 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넷째, 향후 2년 동안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경쟁 판도를 바꾸기 위해 경쟁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다섯째, 향후 2년 동안 경쟁자를 앞지르기 위해 무엇을 할 예정인가?

위의 질문을 통해 여러분의 전략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면 어떨까.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머니투데이 2004-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