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기지 부상 中르포―한국기업 인력 아웃소싱] ‘中키워주기’ 부메랑 우려

국내 대기업들이 중국 이전을 서두르면서 우수 인력의 해외 아웃소싱(Offshore Outsourcing)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화를 위해서는 고급 인력의 해외 아웃소싱은 필수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그만큼 중국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필수혁신!’ ‘WIN 1,2,3!’ ‘목표달성!’….

지난 15일 오전 11시. 중국 베이징시 외곽에 위치한 LG필립스 디스플레이 베이징 법인 공장 안팎에는 중국 현지 직원들의 ‘파이팅’을 독려하는 푯말이 여러 군데 걸려 있었다.

지난해에 전년보다 39% 늘어난 3400만달러 매출을 올린 이 공장에서는 텔레비전 브라운관에 장착하는 편향요크(Deflection Yoke·DY)를 생산한다. 촘촘히 늘어선 작업 대열을 보니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인건비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경쟁력이 실감났다.

이 공장에는 손놀림 빠른 중국 노동자들만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1000여명의 LG필립스 디스플레이 베이징 법인 직원 중 한국인은 7명. 과장급 전원과 부장급 일부도 모두 중국 현지인이다. 2002년부터 LG전자의 중국 인력 육성책을 통해 경영대학원(MBA) 교육을 공짜로 받은 중국인 직원도 10명에 달한다.

현지 관계자들은 “중국 대졸 연구 인력의 월 임금은 30만원대며, 베이징대나 칭화대 출신 최우수 박사급 인력 역시 월 100만원이면 목숨 바쳐 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건비가 저렴하다보니 연구인력 등 고급 인력까지 현지에서 채용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이제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연구개발 기지’로 거듭나면서 경쟁력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기존 중국 노동자 채용에서 탈피해 2002년부터 R&D,디자인,마케팅 등 직무별 핵심 인력 채용에 발벗고 나섰다. 삼성은 중국 내 20여개 우수 대학을 선정, 현재까지 총 300명에게 ‘삼성장학금’을 지급했다.

삼성그룹 중국법인 인사 담당 관계자는 “중국 대학과 함께 현지 삼성전자 법인이 기술 협력 과제를 발굴해 육성하는 등의 전략은 중국을 제조 기지에서 글로벌 경영의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직원 대상의 ‘혁신학교’와 한국 기업 최초의 중국 직원 대상 연수센터를 운영하는 LG전자는 ‘LG장학생 제도’를 별도로 마련, 우수 중국 인력들의 MBA 교육 비용을 전액 제공하고 있다. 특히 내년 8월, 베이징 중심부에 건립되는 ‘LG 트윈타워’ 완공 이후엔 핵심 사업을 중국으로 완전히 옮겨 중국 인력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해외 핵심 인력 확보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고, 중국 현지화를 위해서는 중국 인재를 관리자층 이상에 포진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핵심 기술 유출의 경우, 각 대기업이 기술 유출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이 우리의 최대 경쟁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급속한 경쟁력 부상은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가속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중국의 한 한국 기업인은 “일본의 경우 중국 인력 활용에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핵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전자제품 업체인 일본의 교세라는 해외 공장에서 고장난 기계도 현지 근로자에게 수리를 맡기지 않고 일본 본사의 엔지니어들이 ‘몰래’ 수리할 정도”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 서지현 기자 2004-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