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변했다

후진타오 주석이 중국을 이끌 최고지도자에 등극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중국이 새로운 신념과 철학을 가진 전후세대를 지도자로 선택했습니다. 예상보다 빠른 권력이양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더욱 민감합니다. 국제부 피용익 기자는 중국의 변화가 결코 강건너 불구경일 수는 없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에는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槍桿子里面出政權)"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1938년, 마오쩌둥이 혁명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한 발언이지요. 실제로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군권을 가진 자가 모든 권력을 장악해 왔습니다. 장쩌민의 중앙군사위 주석직 사임 소식이 눈길을 끄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후진타오의 일거수 일투족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2002~2003년 당 총서기직과 국가주석직을 물려받은 데 이어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승계한 후진타오가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게 될지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향후 경제정책 변화는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중국이 긴축정책을 강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 기업은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중국이 개방정책을 확대하면 우리나라의 산업공동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실정입니다.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알아야 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후진타오와 4세대 지도부들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주의 중국에서 교육받은 `전후세대`이며 칭화대를 졸업한 이른바 `칭화방`이라는 점입니다. 후진타오를 위시한 4세대 지도자들은 장쩌민 체제하의 기득권 관료들과 달리 경제정의와 청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후진타오의 경제정책은 일단 균형발전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쩌민의 `선부론(先富論·동부 연안을 먼저 발전시킨 뒤 내륙으로 확산한다는 이론)`으로 인한 지역 불균형을 바로잡아 균형있는 발전을 이룩한다는 것이지요. 후 주석은 올해 초부터 일련의 경기과열 방지책 시행을 통해 균형 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후진타오가 `칭화방`이라는 점도 주목할만 합니다. 흔히 기술관료(technocrat)로 불리는 그는 칭화대 수리공정과를 졸업한 이공계 출신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전문가들은 후 주석이 `과학적 발전관`에 따른 실용주의적 노선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이지요. 후진타오는 "실질적인 것을 추구하고, 실질적인 것에 힘을 쏟고, 실효성을 따지겠다(求實, 務實, 講究實效)"고 말해왔습니다.

전문가들은 후진타오 주석이 이미 경제 분야에서는 사실상 실권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서 중국의 거시경제나 대외경제 정책이 급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JP모건의 크랭크 공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초점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시장에서 장 전 주석과 후 국가주석의 차이를 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경제정책에서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후진타오 주석이 베일에 가려진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어 그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에 드리운 또 하나의 불확실성인 셈이지요. 대표적인 것이 중화 패권주의와 동북공정 같은 경우입니다. 중국의 패권주의는 한국과 대만 등 주변국에게는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홍콩 링난대학교의 폴 해리스 교수(정치학)는 "후 주석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와 같은 양면성을 지닌 인물"이라며 "그는 매우 개혁적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피눈물도 없이 강경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은 잠에서 깨어난 용에 비유되고 있습니다. 세계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어느 강대국 못잖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중국 핵심권력의 빠른 변화를 평화적 권력이양이라고 느긋하게 지켜볼 만큼 우리 처지는 한가롭지가 못합니다. 경제문제 외에도 북핵문제 등 민감한 외교안보 문제가 현안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고구려 역사왜곡 같은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중국 차세대 지도부의 전략을 파악하고 외교안보와 경제, 사회 모든 분야가 중국의 변화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데이리 / 피용익 기자 2004-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