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는 한국사라는 史實 왜곡하듯 중국, 엄연한 대만의 實體도 외면"

리짜이팡 臺北대표부 대표
“韓·대만 국적기 내달 復航 무비자로 자유롭게 왕래”

지난 달 말 한국과 대만(臺灣)이 항공협정을 다시 체결, 서울-타이베이(臺北) 간 국적기 정기편 복항이 성사됐다. 1992년 단교로 중단됐던 국적기 복항으로 한국과 대만 간 교류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달로 예정된 국적기 복항을 앞두고, 리짜이팡(李在方)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 대표를 만나 한국-대만 관계와 대만 독립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회견은 지난 17일 서울광화문빌딩에 있는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에서 이뤄졌다.

― 한국과 대만의 국적기 정기편 복항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국적기 복항은 한국과 대만이 사실상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통합하는 기반을 조성한 것이다. 한국과 대만은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상호 무비자 입국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항공협정 체결로 다음달부터 국적기 취항이 이뤄짐에 따라, 한국과 대만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서울과 타이베이를 오갈 수 있게 됐다.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도 그동안 한국 인사를 접견할 때마다 복항을 강조했고, 한국에서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비롯해 전 대통령들께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추진했다.”

― 최근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라고 왜곡하고 있다. 중국은 왜 이런 왜곡을 하고 나섰는가?

“역사는 사실(事實)을 기재하는 것이며, 사실을 기재하지 않으면 소설이다. 이는 과거 춘추(春秋)시대부터 중국대륙을 포함한 동양의 전통적인 역사관이다. 대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중국은 공산당 집권 이후 자신의 필요에 의해 이런 역사관을 마음대로 바꿨다. 대륙측은 그런 방식으로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 대만은 최근 국제연합(UN) 재가입 추진이 12번째 좌절됐는데?

“이 역시 대륙의 역사관 왜곡이라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중국공산당은 고구려가 한국 역사라는 사실(史實)을 왜곡하듯, 대만의 현실도 왜곡하고 있다. 대만의 중화민국은 1911년 건국해 1945년 국제연합(UN) 창설 당시의 회원국으로, 1971년 탈퇴할 때까지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지냈다. 그런데 1949년에야 성립된 중화인민공화국이 엄연히 존재하는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대만을 국가로 인정치 않으면서 UN 재가입을 막고 있다. 세계 각국은 역사와 사실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라도 대만의 UN 가입에 협력해야 한다.”

― 대만 독립 문제와 관련해 양안(兩岸)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은?

“대륙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대륙은 이미 지난 1958년 대만 영토인 마쭈다오(馬祖島)와 진먼다오(金門島)를 무력 공격한 사례가 있다. 대만은 대륙과 현상을 유지하면서 비정치적 교류를 확대해 공존공영을 추구한다는 것이 기본 정책이며, 대륙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대륙의 침공이라는 만일의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 무기 구입 등 국방력 증강에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 서울에 오래 근무한 한국 전문가로서, 최근 한·미 관계 등 한국 외교 현안에 대해 조언한다면?

“한국은 60년대 이후 국력이 크게 신장해 현재 경제적, 군사적으로 아시아의 강국으로 발전했다. 외교 수준도 매우 높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과의 외교도 과거 피동적인 관계에서 동반자적 위치로 성장했다. 외교는 국력이다. 국제 사회에서 한 나라의 위치는 철저히 국력과 실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현실을 이탈해서는 외교 관계가 성공할 수 없다. 한국과 대만 모두 미국과 협력이 중요하다. 연애하던 남녀가 결혼하면 다툼이 나듯 외교 관계도 변화 과정에서 일부 원만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성심성의껏 풀어 나가면 한국 외교는 더욱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조선일보 / 이동혁 기자 2004-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