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영토사관 계속 강변… 남의 역사 강탈 어디까지

지난 17일 폐막된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 주최 ‘제1회 국제학술회의’에서 중국측 발표자들이 한결같이 “고구려 멸망 이후 그 토지·인민·문화가 현재 어느 나라의 영토 안에 있는지에 따라 그것을 계승한 나라가 된다”며 현재의 국경을 중심으로 과거사를 해석하는 ‘영토 중심주의 사관’을 그대로 드러냈다. 중국의 ‘남의 역사 접수’ 가 어디까지 번질지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같은 처지의 국가 간 연대의식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재의 영토를 발판으로 그 안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는 중국사라고 강변하는 이른바 ‘일사양용(一史兩用)론’의 마수를 몽골사에도 뻗치고 있음이 최근 들어 생생한 어조로 국내에 소개됐다. 몽골은 근·현대 한 시기에 중국의 직접 지배를 받았으며, 지금도 영토의 상당 부분이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라는 이름으로 중국령에 들어 있다.

이에 항의라도 하듯이 몽골 과학아카데미 소속 오 바트사이한 교수는 이번 국제학술회의 발표에서 “중국이 몽골사까지도 잠식하려 한다”며 누구보다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오 바트사이한 교수는 “중국은 1995년 발간한 ‘몽골국통사’(전3권)에서 몽골의 영토를 중국 영토라고 강변하고, 칭기즈칸까지도 중국인이라고 주장했다”고 털어놓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이어 “과거 칭기즈칸이 ‘남쪽에 중국이 있음을 아침마다 자손들에게 상기시키라’고 했다”며 무차별적인 중국의 ‘몽골사 침입’을 비판했다.

중국과 그 변방사를 연구해온 서강대 사학과 김한규(54) 교수는 지난해 펴낸 ‘티베트와 중국의 역사적 관계’에서 티베트를 중국과는 확연히 다른 지역공동체로 보았다. 그의 역사학은 현재의 중국이라는 ‘거대 제국의 해체’를 겨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티베트를 중국에서 떼어내야 한다는 발상이다.

중국이 개입된 ‘역사주권’과 ‘영토주권’의 충돌은 베트남사에서도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한무제(漢武帝)는 지금의 중국 남부와 베트남 북부에 걸쳐 웅거하던 남월(南越) 왕국을 멸하고 7군(郡)을 설치했다. 이를 근거로 중국은 베트남 북부지역에 대해서도 영토 연고권을 주장하는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같은 처지에 놓인 국가들이 연대해 공동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오 바트사이한 교수는 “한국측과 연대해 중국의 역사 왜곡에 공동대응할 뜻이 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으며, 이 같은 연대 기류는 베트남·티베트 등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세계일보 / 정성수 기자 2004-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