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매장 문화재, 예산 다 써도 모자란다"

CBS 뉴스레이다 5부 (대담 - 유홍준 문화재청장)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완당평전' 등의 저자로 알려져 있는 유홍준 교수가 지난 1일 문화재청장에 임명됐습니다. 각종 개발정책에 가려 위기에 서있는 우리 문화재를 어떻게 지켜 나갈 것인지 유홍준 문화재청장 연결해 이야기 들어봅니다.

(대담 전문)

- 유홍준 문화재청장님은 일반 국민들에는 책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데.. 문화재청장이 되셨습니다.. 부담도 많으시겠어요? 문화에 대해서 전문가라는 얘기도 많이 듣고 계신데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시겠어요...
▷ 저도 생각했던 대로 일을 하면서 주어진 여건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우선 순위를 어떻게 둬야할지 지금 생각하고 있다.

- 어떻게 보면 우리가 경제적으로 좀 먹고 살만 하면서 문화라는 것이 다른 선진국에서는 얼마나 귀중하게 다뤄지는지... 그래서 이제 우리도 문화재청이라는 게 생겼고...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 나라의 문화재 보존 수준 행정이라든가 보전 상태... 아직은 좀 이릅니다만 어디에 역점을 두실 생각입니까?
▷ 사실 문화재청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정부 전체와 국민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문화재청에 사용되고 있는 예산이 OECD 국가에서 평균으로 쳐서 나온 액수가 30개국에서 29위다. 그래놓고 우리는 문화 국가라고 하고 항상 문화를 얘기하는데, 이것을 조직이라든지 예산이라든지 이런 문제에서 당국과 협의해서 실제로 우리 사회 속에서뿐만 아니라 정부 전체 속에서 문화재청이 갖고 있는 위상을 높이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지금 전국의 유명 사찰을 포함한 많은 문화재와 문화 유적지가 쓰레기 등으로 훼손되는 사례가 빈번한데요..
▷ 그런 일없다. 언론에서 그렇게 얘기하지... 그런 사례가 있으면 한번 문화재청으로 얘길 해보라... 그건 그렇지 않은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어디 가서 쓰레기를 조금 보면 쓰레기더미화 했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의 유명한 국보 보물 치고 그런 데는 없다. 그런데 말하기 좋아하는 점이 하나 있고 그 다음 문화재가 수십만 점이다. 그러니까 지방 문화재와 국가 지정 문화재라고 하는 것은 그 중에 중요한 것을 지정한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온 국민이 같이 지키는 것이지 그것을 어떻게 문화재청이 다 지키는가 하는... 이런 얘기가 나올 때에는 문화재청 사람들은 굉장히 당혹해 하고 어떤 면에서는 말을 함부로 하는 점이 있지 않나 해서 이 점에 대해서는 국민 대토론회라도 한번 하고싶은 심정이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좀 억울하다.

- 지금 아차산에 대한 추가 발굴조사가 예산 확보 부족으로 유적이 땅에 묻힐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어 가고 있습니까?
▷ 그것도 우리 문화재에 대해서 국민적인 관심이 잘못돼서 우리 매장 문화재라는 것은 땅 속에 있으면 그대로 문화재다. 언젠가 우리 아들이나 손자들이 학술적으로 파서 제대로 연구를 하면 그게 발굴이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발굴은 발굴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고 거기다 길을 내고 터널을 뚫고 하니까 마지못해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터널 뚫는 사람이나 길을 내는 사람이 거기에 뭐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러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그것은 공사를 하기 전에 문화재가 있는지 조사를 해봐야 한다. 그래서 조사를 했는데 고구려 유적이 나왔다... 그랬을 경우에는 당연히 길을 그곳으로 뚫지 말든지 아니면 그것을 제대로 보전을 하든지 그 경중은 우리 문화재위원회에서 판단합니다만 예산 자체가 처음에 없던 것은 당연한 것이고, 지금 서울시에서 2억을 내서 그냥 그대로 보전하기로 결정됐는데... 우리 대한민국에 현재 철도를 낸다 택지를 개발한다 해 가지고 거기는 조사를 분명히 하고 난 다음에 택지를 해야한다... 이렇게 우리가 해서 지금 이 순간에 발굴 현장이 180군데 370만 평이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는 없다. 누가 그것을 다 조사하겠는가? 그런데도 하여튼 개발 위주이기 때문에 무조건 조사가 덜 돼도 하려고 하는데 그건 법으로써 그렇게 못한다. 그럼 결론은 대충한다는 얘기가 된다.

- 일부 건축하시는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대기업이겠습니다만..땅을 막 파기 위해서 터 파기 공사를 하다보면 사실 우리 나라 곳곳이 어떻게 보면 과거에 살던 삶의 채취들을 건질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그런 거 나올까봐 걱정스럽고 설사 나온다 하더라도 이게 공사가 중단될까 싶어서 덮어버리는 이런 사례들이 있다고 하는데..
▷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부셔버린다. 그렇게되는 것은 국가자산에 파괴고.. 그것이야말로 정말 파괴다. 그래서 내달에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공청회를...또 건설업자들은 업자들대로의 애로점이 있다. 왜냐하면 국가가 매장문화재가 있는지 다 조사한 다음에 땅으로 내준 것이 아니라 국가는 여기다 가 집을 지으라고 그린벨트 해제 해줘놓고, 발굴비는 이용자 부담 원칙에 의해서 그 건설업자가 내게 되어있다. 그렇게 해놓으니까 그 사람들은 없기를 바라고 있어도 감추려고 하는데, 그것은 국가가 전액부담을 한다고 한다면.. 우리 나라 예산 다 써도 모자란다. 또 그런 인력도 없고...

- 부셔버린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리가 어떻게 보면 과거의 역사를 부정하는 듯한 그런..느낌이 드는데
▷ 지금 60년대 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고속대로 내고.. 서울에 지하철이 거미망처럼 쳐있지 않나? 600년 왕도 서울특별시에 지하철 공사 그렇게 하면서 매장 문화재 신고가 한 건도 없었다.

- 그런데 지금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해서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를 왜곡하고 있는데요 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상당히 공분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합니까?
▷ 우리 국민이나 사회 전체로 봤을 때 우리가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서 노력해서 1만 불로 들어서지 않았나? 그 다음 저도 근래에 들은 얘깁니다만 뭐 미국이나 일본이나 프랑스나 1만 불에서 1만 5천 불로 가는 데는 8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 이야기는 뭐냐면.. 그 이전과 같은 상태로는 1만 5천불.. 2만 불 못 간다는 이야기이다. 의식을 개조해야 하고 사회구조를 개조해야 하고 또 급성장 하면서 더뎠던 문화성장을 같이 해줘야지 그 다음 단계로 가는데 지금 우리는 1만 불이 조금 넘었다고 하는데 경제는 그렇게 갔지만 수출에서는 12..13위 하지만 문화는 지금 29등 아닌가? 문화재만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그래 놓으니까 모든 의식수준이나 그것에 대한 대비라든지 이것에 대한 준비는 사실 우리 경제 규모에 봤을 때 너무나 떨어진다. 그런데도 사회적 관심이나 또는 국가의 예산 배정이라든지 이런 것에서 우리가 지금 차지하고 것을 보면 사회 전체 속에서 같이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당하는 것..그러니까 이런 일까지도 예측하면서 무엇을 해놓을 여력은 없지 않았나? 그런데도 이런 때를 대비해서 고구려 연구자가 몇 명이라도 있다는 게 그게 우리 한국 사회의 저력인지도 모르겠다.

- 정치권에서 연일 과거사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지금 과거사 논쟁에 대해서 여러 좌우대립.. 친일행적 여러 가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이건 문화재청장으로서 대답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이었으면 명지대 교수였으면 말씀드리겠는데 과거사 청산 문제와 아울러서 제가 염두에 두고 있는 일은 내년이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이다. 해방은 60주년 환갑을 맞는... 을사보호조약 100주년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우리가 한편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정리하면서 과거에 대한 우리 아픔은 어떻게 또 우리의 어리석음은 무엇이었는가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반성하면서 또 한일 국교 정상화 한지 40년이 됐는데 그 40년 동안에 불편한 관계에서 아직도 편하지는 않다고 보는데 이것을 편하게 풀어 가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이기도 하다. 굉장히 어려운...1차 방정식 배운 사람에게 미적분 풀라는 것처럼 굉장히 어렵지만 어쨌든 저희 청에서는 내년도에 그 문제를 어떤 행사를 할 수 있는가 양국간의 교류라든지 또 우리 자체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오늘도 간부들과 토론을 할 생각이다.

진행 : 민경중 앵커 정리 및 문의 : 정혜영 작가

(노컷뉴스 2004-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