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되찾기 위한 교단의 노력

진보와 보수로 갈라졌던 교단이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교단의 대표적 진보단체인 전교조와 보수성향인 한국교총은 17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하고 이른바 '공동계기수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계기수업이란 교과과정에 없는 내용이라도 특별한 계기가 있으면 교과시간을 배정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두 단체는 3시간을 따로 할애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반박하는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모든 것이 입시위주로 진행되는 지금 교육계의 현실을 볼 때 교과시간을 따로 책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교단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역사왜곡 앞에서 진보와 보수는 무의미할 수 밖에 없기에 두 단체는 각자 개발한 자료를 서로 공유하기로 했다.

서로 상반된 목소리를 내던 두 단체가 사실상 처음으로 뜻을 한데 모은 것은 고구려사 왜곡이 우리 민족의 미래 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증진에도 위협이 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둘러싼 논쟁은 잘 알려진 대로 지난 2002년부터 중국에서 추진된 동북아공정 프로젝트에서 촉발됐다.

중국은 동북아공정 프로젝트를 통해 동북 변방지역의 역사와 현황을 연구하면서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민족이 세운 지방정권으로 규정했다.

중국의 이같은 역사인식을 두고는 갖가지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동요를 막기 위한 조치이며 이미 동북공정 이전에 서북공정을 통해서는 티벳, 위구르 등 소수민족의 역사문제를 마무리지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남북통일 뒤 영토권 분쟁이 생길 수 있는 조선족 자치구 간도지방을 지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모든 논란을 떠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는 동안 우리는 침묵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의 역사는 밖에서 살아 숨쉬는 역사가 아닌 교과서 안에서 정물처럼 박혀 있는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역사를 지키는 것은 그 누구의 몫도 아닌 바로 우리의 몫이다.

이 때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할 주체는 바로 교단이다.

역사는 교육을 통해서만 후세에 전해질 수 있고, 올바른 시각을 전달해 주는 것 또한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계기로 공동대응 방안을 밝히고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한국교총과 전교조 두 단체의 결의가 반가운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노컷뉴스 / CBS사회부 장윤미기자 2004-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