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고구려사왜곡 중단 약속 `빈말`

관영출판물 '中의 지방정권' 표현

중국의 주요 관영 출판물인 ‘중외문화교류’의 ‘고구려에 다가 간다’는 기사에서 고구려사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표현한 것은 몇가지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먼저 고구려사 왜곡에 중국 정부가 절대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의 허구성이 적나라하게 밝혀졌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중국 홍보를 위해 해외 180여 개국에 배포하는 관영 월간지의 성격으로 미뤄볼 때 그 내용이 정부와 무관하다고 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한국정부로서는 묵인하거나 양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고구려사에 대한 왜곡을 결코 중지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속내를 보여준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 기사의 모두에서부터 고구려사 왜곡의 대가 쑨진지(孫進己·73) 선양(瀋陽)동아연구센터 주임등의 중국 역사학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고구려는 우리나라 동북부에서 생활하던 고대 소수민족 정권’이라는 말을 그대로 되풀이한 점에서 무엇보다 잘 알 수 있다.

한국의 항의 정도는 안중에조차 두지 않겠다는 강대국의 오만한 자세 역시 너무나 확실하게 읽힌다. 중국 외교부가 고구려사에 대한 왜곡을 중지하기로 한국과 합의한 지 불과 한달도 안돼 이런 기사가 나온 현실은 무엇보다 이 사실을 잘 말해주는 듯하다.

특히 문제의 기사는 고구려가 고대 한국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조차 언급하지 않고 있다. 과거 고구려의 일부가 한반도의 북부에 위치해 있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강조함으로써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 정권이니 한반도의 북부 지방 일부 역시 자신들의 고토(故土)이지 않겠느냐고 주장하려는 속셈이 그대로 읽힌다.

중국의 계속되는 역사왜곡은 서울에서도 벌어졌다.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 주최로 16~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소피텔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중국 선양(瀋陽) 동 아연구중심의 쑨진지 주임과 쑨 주임의 딸인 쑨홍(孫泓·34) 연구원은 고구려가 중국의 하나의 소수민족이고 하나의 지방정권이 었을 뿐이란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중 간에 고구려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중국학자로는 처음 방한한 이들은 ‘한국사 속의 고구려의 위상’을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서 ‘하나의 역사를 여러 나라가 공유할 수 있다’는 ‘일사양용(一史兩用)’론의 입장에서 고구려사가 중국사임을 역설했다.

쑨 주임은 이날 발표한 ‘동북아 각국의 고구려 토지·인민·문화에 대한 계승’이란 논문에서 “고구려 영토와 문화, 국민의 계승 정황을 볼 때 동북아 각 나라 모두가 고구려를 당연히 계승 하였다는 것이 긍정된다”며 “특히 고구려 영토의 3분의 2가 현재 중국 영토 안에 포함돼 있으며, 주민의 4분의 3이 중국에 속한 만큼 중국은 고구려의 가장 주요한 계승자”라고 주장했다.

(문화일보 / 홍순도 특파원· 최영창 기자 2004-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