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월간지, 고구려史 왜곡

'韓·中 역사합의' 한달도 안됐는데…
'정부 출판물 왜곡 없을것' 약속 위반
서울 온 중국학자들도 "중국史" 강변

중국 정부가 직접 주관해서 발행하는 월간지가 ‘고구려는 중국 동북지방의 소수민족 정권’이라고 주장하며 고구려사 왜곡을 다시 시도하고 나왔다.

15일 출판된 월간지 ‘중외문화 교류’ 9월호는 ‘고구려에 가까이 다가가다’는 기사에서 “고구려는 중국 동북지방에서 생활했던 고대 소수민족 정권이다”라고 규정했다. 이는 중국이 지난 달 우리 정부와 합의한 5개 구두 양해사항 가운데 ‘중국 정부 차원에서의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간다’는 4번째 사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 잡지는 중국 문화부(文化部)가 주관하고, 산하 기관인 중외문화교류센터가 발간하는 관영 홍보지로, 중문판과 영문판으로 제작돼 전 세계 180여개국에 배포된다.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달 24일 방한해 우리 외교통상부 당국자와 고구려사 문제를 협의, ▲고구려사 문제가 양국간 중대현안이 된 데 중국측이 유념 ▲역사문제로 인해 양국 우호관계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 ▲협력관계의 큰 틀에서 고구려사 문제의 공정한 해결 및 정치화 방지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감 ▲학술교류의 조속한 개최 등 5개항에 합의했다.

특히 당시 최영진 외교통상부 차관은 4번째 항목의 ‘필요한 조치’를 설명하며 이는 “중국측이 교과서나 정부 출판물에 의한 고구려사 왜곡은 더 이상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던 쑨진지(孫進己) 선양(瀋陽) 동아연구중심 주임 등 중국 학자들은 16일 서울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중국 땅에 있었던 고구려는 중국 역사”라며 기존의 고구려사 왜곡 주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쑨씨는 “한국 역시 고구려사의 일부를 계승한 것은 인정한다”는 자신의 ‘일사양용론(一史兩用論)’이 “모든 고구려사가 중국사”라고 주장하는 베이징의 중국 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중심 학자들의 견해와는 차이가 있다고 밝혀 중국 학자들의 의견에도 균열이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동북공정이 동북 지역 역사학자들의 주장이라고 말해왔다.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조중식 특파원 2004-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