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렁이는 한반도]미국의 전력 증강 배치

한반도 9월 정세를 가름하는 변수들은 북핵 갈등 등 외부로 나타난 상황들에만 있는 게 아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물밑 갈등’은 수면 위의 그것보다 훨씬 더 첨예하다.

미국의 한반도 주변 전력 증강 배치와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세계 최대의 원자력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호(10만2천t)를 일본 해역에 투입, 지난달 21일엔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항에 입항했다. 사세보항 입항은 스테니스호의 활동범위에 동해가 포함된다는 의미다.

미사일구축함 하워드호 및 고속전투지원함 레이니어호, 핵잠수함 3척도 동반투입됐다고 한다.

스테니스호는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 배치된 항공모함 키티호크호(8만t)와 함께 전투체계 숙달훈련을 실시했다.

항공모함 7척을 중심으로 세계 5개 해역에서 동시에 훈련하는 미 해군의 ‘서머펄스 2004’ 작전에 동원된 것이다. 스테니스호에 탑재된 전폭기와 전투기는 주한미군의 현존 공군력과 맞먹는다.

또 이달 초엔 요코스카 기지에 이지스함 2척을 입항시켰다. 이지스함은 요격미사일 등 미사일방어(MD) 체제인 ‘이지스전투시스템’을 갖춘 군함이다.

미국은 총 39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5척을 2006년 말까지 태평양에 배치할 계획이다. 동해와 태평양 지역에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이들 함선은 최신예 미사일과 전폭기, 첨단 화포로 무장한 데다 독자적 핵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미국은 지난 6월 말엔 공군 F117 스텔스 전폭기 14대를 한국 남부지역에 배치했고, 이달 초엔 공군 F15E 전폭기(스트라이크 이글) 1개 대대를 추가로 한국에 투입했다. 이는 미국이 주한미군 전력 공백을 보전하기 위해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섀도200 무인전술정찰기, 패트리엇 PAC3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이뤄지고 있다. 전력 증강이 한꺼번에 이뤄짐으로써 군사적 긴장 고조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과 훈련 또는 지형 적응훈련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대선을 앞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주한미군 전력을 훨씬 웃도는 전력 증강 배치는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은 조지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침공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전력 증강은 주변국, 특히 북한과 중국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벌써부터 민감하게 반응하며 잇단 ‘위험신호’를 보내왔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스테니스 항공모함을 남한 수역에 배치하려는 것은 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핵 선제공격 준비가 극히 무모한 단계에서 감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달 30일에도 대변인 담화를 통해 F15E 전폭기 대대의 한국 배치를 비난하며 ‘결사항전’ 의지를 강조했다.

아직까지 북한의 대응은 ‘말’에 그치고 있다. 별다른 군사적 대응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미군 전력의 증강 배치는 그렇잖아도 한반도 주변정세의 안정추 역할을 해온 북핵 6자회담의 장기 표류 가능성이 농후해진 가운데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증강배치 미국전력?

한반도 주변 수역에 투입된 스테니스 선단은 10여척이다. ‘타이콘더루가’급 이지스 순양함 및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등이 스테니스 항모를 호위한다. 이지스 체계를 갖춘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은 함대의 대공 방어를 담당한다. MK41 수직 미사일 발사기에 90발의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200개 이상의 목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고, 18개의 목표에 미사일을 유도할 수 있다.

요격미사일인 스탠더드 SM-2ER 대공미사일의 사정거리는 137㎞다. 스테니스 선단에는 또 하푼이나 토마호크 미사일을 최대 50기까지 탑재할 수 있는 1만6천~1만8천t급 핵잠수함도 포함된다.

스테니스 소속 비행단은 FA18 호넷과 E2C 조기경보기, EA6B 전자전기, S3B 대잠초계기 등 함재기 80여대를 거느리고 있다. 주한미군 전체 공군 전력과 맞먹는다. 한마디로 움직이는 전투기지다. 3개월째 한반도에서 작전계획 숙지훈련을 벌이고 있는 F117 스텔스 전폭기는 최신 기술이 총동원돼 레이더망에 거의 탐지되지 않는다. 미군이 총 55대의 스텔스 전폭기를 보유중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20% 가량이 현재 한반도에 배치된 셈이다.

한반도 지형 적응훈련을 벌이는 알래스카 엘멘도프 공군기지 소속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폭기 대대는 한반도 위기 발생 또는 발생 가능성이 높을 때 가장 먼저 투입되는 신속전개 전력 중 하나다. F15E와 F117은 한반도 유사시 합동직격탄(JDAM)과 GBU27 정밀유도폭탄 등으로 무장해 유사시 전략 목표물을 공격하게 된다.

이처럼 항모 비행단을 포함, 한반도 일대에 배치된 미군의 증강전력은 공군력만 비교해도 북한 공군을 웃돈다는 평가다. 북한 공군은 760여대의 전투기, 70여대의 폭격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상당수가 노후화돼 있다.

주한미군은 또 조만간 최신형 패트리엇 PAC3 및 PAC2 지대공 미사일 16기(2개 포대)를 광주 비행장에 배치할 예정이다. 추가배치되는 패트리엇은 스커드, 노동1호 등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다. PAC3은 길이 5.2m, 직경 25㎝로 15~20㎞ 떨어진 미사일을 직접 요격할 수 있다.

(경향신문 / 박성진 기자 2004-9-16)

판문점 북한군 중좌 "우리와 미국 전쟁관 다르다"

“우리와 미국은 전쟁관이 서로 다르다. 싸움이 붙으면 세상 사람들은 어느 것이 옳고 그른가를 알게 될 것이다.”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소속 김상준 중좌(37.중령)는 ‘사람 중심’의 북한의 전쟁관과 ‘무기 중심’의 미국의 전쟁관 사이에는 분명 차이점이 존재한다면서 북한군의 승리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18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최근호에 따르면 김 중좌를 비롯한 북한군 병사 사이에는 “핵무기가 만능의 보검이 아니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다.

전쟁에서도 ‘사상론’을 주장하는 북한 군인들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전쟁터에서 핵무기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최신예 전폭기와 순항 미사일 같은 정밀 유도무기로 ‘외과수술식 타격’(정밀폭격)을 가함으로써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미국의 전쟁관과는 차이를 보인다.

지난 96년 11월 24일 김정일 최고사령관은 판문점 인민군 대표부를 시찰했다.

당시 김 최고사령관이 병사들에게 “최전연ㆍ최전방의 영웅”이라는 호칭을 안겨주고 그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의 말을 건네 주었다고 한다.

김 중좌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우리는 적들을 쳐물리치고 나라를 지켜내야 나의 존재도 있다는 것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하순 판문점 북측 건물 판문각 면담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그는 ‘군인의 입장’에서 본 6자회담에 대한 ‘평가’라면서 “시간끌기를 위한 깜빠니야(캠페인)에 불과하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라크 전쟁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은 미국이 현재의 대내외적 위기를 수습하는 한편 대북 공격의 은밀한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6자회담에서 지연전술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는 반복된다”면서 지금 6자회담 상황은 “(6.25전쟁 당시) 미국이 역공세를 노리며 정전담판에 나오게 된 50여년 전의 구도와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을 절대로 신뢰할 수 없다. 미국은 선(先)핵포기라는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 군대가 적들에게 손들어 벌거벗는 일은 상상도할 수 없다. 조성된 정세는 오히려 우리가 전쟁억제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를 한 조선신보 기자는 “판문점에서 취재는 평온무사한 시간 속에 흘러 갔으나 미국에 대해 말하는 김 중좌의 어조는 시종 진지하고 격심(激甚)했다”며 “군사분계선을 지키는 (북한) 병사들은 지금 격렬한 판가리(판가름) 싸움을 예견하면서 최고의 경계심을 안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2004-9-18)

美 네오콘 시대 저무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무르고 있는 네오콘(Neo-conservative : 신보수주의)의 시대가 저무는 것일까.

네오콘은 최근 이라크전쟁을 둘러싸고 구(舊)보수진영과 진보진영으로부터 동시 공격을 받고 있으며 내부에서 조차 분열과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18일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올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네오콘의 위상은 난관에 직면할 수 있지만, 지난 40여년간 네오콘이 보여준 자정능력과 생명력을 감안할 때 위기를 딛고 새롭게 변모할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했다.

◇ 네오콘, 이라크 후폭풍에 직면

부시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신보수주의자, 일명 네오콘의 뿌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등·반전·진보주의에 염증을 느낀 민주당내 일부 세력이 공화당으로 옮긴 것이 네오콘의 출발. 이들은 군사력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핵무기에 의한 선제공격을 추구한다. 또 약소국에 대한 경제지원 등도 미국의 외교정책 전략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9·11테러 이후 네오콘은 부시행정부내 국방과 외교분야를 장악하며 막강한 힘을 행사하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과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리차드 펄 전 국방정책위원회 의장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그러나 네오콘의 기세는 최근 이라크전쟁의 후폭풍에 흔들리고 있다. 이라크전쟁의 부당성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네오콘의 신뢰성도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

이들이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삼았던 9·11테러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의해 사담후세인 정권과 무관한 것으로 판명났고, 대량살상무기는 이라크내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최근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불법이며 유엔헌장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 내부 분열 양상

이라크 전쟁으로 네오콘은 외부의 거센 비난은 물론, 내부 분열까지 겪고 있다.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네오콘의 대표적 이론가인 존스홉킨스대학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내셔널인터레스트` 최신호에서 "이라크전쟁은 미국의 합법성을 흔들었고,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안겨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친(親)네오콘 성향인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리스트 찰스 크라우트해머는 후쿠야마의 주장은 엉터리라며 맞받아쳤다. 그는 네오콘 대표 계간지인 `내셔널인터레스트` 다음호에 후쿠야마를 반박하는 글을 기고할 예정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부시 대통령이 올 대선에서 재집권에 실패할 경우 네오콘은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설사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네오콘은 이라크 정정과 정부내 보수주의의 내분으로 큰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네오콘의 생명력

네오콘의 종말을 고하기엔 이르다. 네오콘은 여전히 부시 행정부내 보수진영을 이끌고 있고, 인간배아세포 복제 반대론자 등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지배력을 잃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온건보수는 부시행정부를 장악하지 못했고, 구(舊)보수도 북동부 지역에서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네오콘에 맞설만한 경쟁자가 현재로선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른 압력단체들도 감세나 총기보유 등 협소한 사안들에 초점을 맞춘 뿐 네오콘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특히 지난 40여년간 네오콘은 풍부한 지적 창조력을 무기로 극적인 변모를 보여왔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후쿠야마 교수의 비판의 목소리 등 네오콘 내부의 대립은 네오콘을 다시 한번 현실에 걸맞게 변모시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2004-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