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학교수들 "조선.고구려는 자주국가"

중국의 한 대학 교수들이 과거 조선과 중국의 관계를 ‘조공, 책봉 관계’로 맺어진 ‘속국’이 아닌 ‘자주국가’로 규정한 역사저서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중국 텐진(天津)에 위치한 난카이(南開)대 역사학과 빠이신량(白新良) 교수 등은 1996년부터 5년간 ‘명청시기(明淸時期) 조중관계(朝中關係)’를 연구, 2002년 500여쪽 분량의 ‘중조관계사(中朝關係史)’라는 역사책을 펴냈다.

이들은 이 책에서 “조선은 명청시대(明淸時代)동안 중국과 형식적인 조공, 책봉관계를 유지해오긴 했지만 조선의 왕은 자주권을 행사했으며 중국 또한 조선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중국 주류 역사학자들이 주장해온 “조선은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명을 받든 ‘속국’ 수준에 불과했다”는 기존 역사관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또 이 책은 중국 교육부 주도로 추진됐던 ‘대학개편 프로젝트’(211공정)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이들은 이외에도 명청시기 조중관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조선 건국 이전 한반도에서 명멸했던 국가들, 특히 고구려에 대한 평가에 한 장(章)을 할애했다.

이 책은 “고구려는 중국과 조공, 책봉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이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으며 실제로는 중국과 맞서는 관계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또 “고구려는 백제, 신라와 함께 한반도에서 삼국시대를 열었으며 이후 위세가 당당해져 중국 동북지역에서 수(隋), 당(唐)과 당당히 맞섰다”고 기술하고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고구려 역사 왜곡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자국의 역사학자들이 ‘고구려’를 한반도에서 번성했던 독립국가’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부분이다.

이 책을 공개한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소 김우준 교수는 “중국은 고구려사 뿐만아니라 군신관계, 지방정권이라는 주장을 내세워 조선 역사까지 부정하려 하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사 왜곡 문제가 지금까지는 한국과 중국의 싸움이었지만 이제는 중국내 역사학자들간의 집안싸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2004-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