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들은 다 한통속"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옛말이 있다. 요즘 외신 데스크에서 보이는 한반도 상황은 심상치 않다. 국제 여론이 한국에 대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러다간 남북한 공히 세계 각국으로부터 ‘왕따’ 당할지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이 ‘새가슴’에서 나온 기우(杞憂)라면 좋으련만….

금주 국제 뉴스는 단연 한반도로 집중됐다. 난데없이 남한은 핵개발 의혹으로, 북한은 양강도 폭발사건으로 집중 표적이 됐다. 부정적 측면에서 남북한이 국제 매스컴에 나란히 부각된 것은 아마도 54년 전 한국전 이후 처음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까지는 북한(North Korea)이 소위 ‘불량배 국가(rogue country)’ 반열에 오르고 비판의 표적이 됐는데, 이에 남한(South Korea)도 가세, 대외 이미지나 신망을 훼손 당하는 것은 아닌지 갖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남이든 북이든 코리안들은 다 한통속이야”라는 손가락질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우리 핵개발 의혹과 관련, 특히 주목되는 것은 우방국들의 태도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한국 때리기(Korea bashing)’에 앞장서는 듯한 느낌이다.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등 주류 신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지난 14일은 1면 기사로, 15일은 사설 등을 통해 “사실상 정부 차원의 핵개발”, “(규모가) 작다고 용서될 게 아니다”, “핵 암시장으로 갈 수 있다”는 등의 험한 얘기를 쏟아놓고 있다.

과거 ‘찰떡 궁합’을 자랑하던 한·미 간 정보(情報) 공조력은 어디로 갔는지, 우리 정부는 사건발생 1주일이 지났지만 양강도 사건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는 듯하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14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폭파”라는 북한 설명과는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 주시한다고 말했으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북한 설명이 맞는 것 같다”는 엇갈린 관측을 했다. 이런 식의 일은 과거에는 일어날 수 없었던 상황이다.

새삼 “한국은 외교적으로 거의 홀로 서 있는 것 같다”는 미하일 가이어 주한독일대사의 발언이 생각난다. 이 말은 한국인 식자층 사이에선 이미 구문(舊聞)이나 다름없다. 다양한 실례와 관측을 통해 한국이 국제관계에서 서서히 소외·고립되고 있다는 불안감을 공유해 왔기 때문이다.

전통적 우방관계인 미국 및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가 이런저런 이유로 변하고 있음은 부연할 필요가 없으리라. 새로 떠오른 ‘우방’ 중국과는 고구려사 문제로 갈등과 마찰을 경험해오고 있다. 더 이상 러시아는 우리에게 30억달러를 빌려 받던 과거의 ‘쇠잔한 곰’이 아니다.

주변 4강(强) 중 미국을 제외한 3국과는, 설령 우리 잘못이 없다손 치더라도, 여러 문제로 미묘한 상황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음은 굳이 지정학 이론이나 역사책을 들먹거리지 않아도 인식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남북 관계만 잘 되면 다른 것 다 깽판쳐도 괜찮다’는 식의 사고는 위험하다.

진정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만약 우리나라에 정말 큰일이 벌어진다면 누가 우리를 도와줄까라는 점이다. ‘IMF 위기’와 같은 경제 위기 또는 예기치 않은 영토분쟁이나 무력충돌 등 정말 큰일이 벌어질 경우를 가정해 어떤 국제전략과 대비책 등을 가져야 할 것인지가 바로 리더십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조선일보 / 함영준 국제부장 2004-9-17)

`南核` 정부 뒷북대응 도마에

NSC 정세인식·상황판단도 문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오는 19일 방한, 추가사찰을 벌이기로 하는 등 ‘남핵 파문’이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은 ‘뒷북치기’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의 대응이 주요한 원인 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간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일부 보도를 통해 새로운 의혹이 터져나오면 그 건에 대해서만 해명하고 또 다른 보도가 나오면 또다시 해명하는 식이다. 이 같은 대응방식은 ‘한국정부가 뭔가 감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강하게 던지면서 국내외의 의혹과 불신감을 키워왔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정부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 관한 사항, 대외비 사항이 많이 알려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I AEA 발표 전까지 최소한의 정보만 발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 했다.

하지만 최근 IAEA측이 비공개 내용을 공개하는 등 마치 한국이 핵문제를 축소, 은폐한 것처럼 의혹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안이하게 ‘비밀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당국자는 “문제발생 초기부터 사건의 전모를 설명하고 언론 등에 이해를 구해야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공개해선 안된다는 목소리에 밀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도 민감한 내용들을 먼저 공개한 IAEA측을 원망할 뿐 사태를 진정시킬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15일 “IAEA이사회에 보고되는 내용은 원래 비공개로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되어 있는데 공개를 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엘바라데이 IAEA사무총장의 발언 전문이 언론에 공개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핵문제가 불거진 초기단계에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관련부처간 시각차를 노출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주무부서인 외교통상부와 과학기술부는 우라늄 분리실험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 실험이 신고대상이었는지 여부를 놓고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나중에 입장을 바꾸기는 했지만 과기부는 당초 연구소가 IAEA 추가의정서 발효 전에는 신고대상 시설이 아니었던 만큼 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외교통상부는 분리실험을 통해 추출한 우라늄은 극소량이라 하더라도 신고대상이라며 온도차를 보였다.

정부는 이번 파문에 대해 오명 과학기술부총리를 참석시킨 국가 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주로 대응전략을 수립해왔다. 과기부는 기술적인 면을 고려해 ‘최소접근방식’(공개된 것만 확 인해주는 방식)을 주장했고, 여기에 남북관계 등이 고려돼 ‘비밀주의’가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 흘러가고 있는 상황은 NSC의 정세인식과 판단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분명히 부여주고 있다.

(문화일보 / 김석 기자 2004-9-15)

‘核강국’ 일본… 소리 안나게 주도면밀한 외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6월 이사회에서 일본에 대한 사찰 축소를 결정하자 일본 정부는 “핵 시설을 투명하게 관리해온 노력이 국제사회의 공인을 받은 것”이라며 반색했다.

그러나 일본의 ‘핵무장설’을 끊임없이 제기했던 중국과 북한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본의 핵 기술이 세계 최고수준일 뿐 아니라 플루토늄의 보유량이나 원자력 설비 등이 핵보유국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52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 중인 일본은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의 원자력 대국이다. 현재 건설 중인 발전소도 5기에 이른다.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시설을 갖추고 있는 핵연료 생산국으로 자국 내에 5.4t, 해외에 33.4t의 플루토늄(2002년 기준)을 갖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1만기 이상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우라늄 농축 공장의 용도를 변경하면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HEU)도 생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일본이 비(非)핵보유국이면서 ‘핵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것은 1967년 상업용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이래 미국을 상대로 집요하게 펼친 ‘핵 외교’의 개가로 평가받는다. 한국 정부가 1992년 한반도비핵화선언을 하면서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을 자진 포기한 반면 일본은 “원자력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미국을 설득해 핵연료 재처리시설을 운영해도 좋다는 양해를 얻었다. “세계 유일의 피폭국으로 핵의 가공할 위력을 경험했는데 핵 보유를 시도할 리가 있겠느냐”는 논리도 먹혀들었다.

IAEA가 일본내 원자력 시설에 대해 매년 5차례씩 사찰을 벌일 때도 관련자료를 충실히 제공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 / 박원재 특파원 2004-9-15)

IAEA 한국에 강경대응 왜?

한국의 우라늄·플루토늄 추출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대처가 의외로 강경하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의 강경 발언에 이어 추가사찰까지 벌이게 된 것이다.

IAEA가 한국의 핵물질 실험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 정부는 당초 비공개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IAEA의 이같은 강경대처는 일단 다중 포석으로 해석된다. 먼저 핵사찰에 대한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파월 국무장관이 말했듯이 한국의 우라늄·플루토늄 실험이 핵무기 개발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정밀한 조사를 벌여야 차후 비슷한 사례 발생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의혹이라도 철저히 조사해 모든 핵의혹을 밝혀낸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의 핵의혹을 적당히 넘길 경우 향후 이란이나 북한 등의 핵실험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일본, 중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줘야 한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해외 언론들이 제기한 한국의 핵관련 여러 의혹들을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러한 과정들은 우리 정부의 뒷북 대응도 한몫했다. 더 이상 의혹이 없다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외신에서 속속 핵의혹이 제기되고 이들 내용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면서 상황이 복잡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IAEA 대처 배경에 북한 핵을 겨냥한 미국측의 입김이 들어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재선을 겨냥한 부시 정부가 6자회담이 열리면 북한측에 핵의혹을 강하게 제기해야 하는데, 이번에 한국의 핵실험을 적당히 처리했다가 자칫 북한측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내세우며 핵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이란을 압박하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통상적으로 2회 연임으로 끝나는 국제기구 사무총장직에서 3선에 선임될 수 있도록 IAEA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끄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라크에서 진행된 핵사찰에서 핵실험 증거를 못찾아 미국측으로부터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0년 전 한국에서 진행된 소규모의 핵실험도 찾아내는 능력이 있음을 알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연임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을 선택했다는 시나리오가 빈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 이은정 과학전문기자 2004-9-15)

한국에 核의혹 칼끝 겨눈 IAEA

엘바라데이 사무총장 6개 의혹제기…일부선 "정치적 의도" 추측도

모하메드 엘바라데이(62)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막된 IAEA 정기 이사회에서 한국 과학자들의 핵 물질 연구에 `심각한 우려(serious concern)`라는 강도 높은 표현까지 사용해 한국의 핵 활동 투명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추출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극소량인 데다 핵무기 개발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그의 강경한 발언은 지금까지 투명한 핵 활동의 모범국가로 자처해온 우리에게는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의 구두보고로 사태가 마무리되길 기대했던 우리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그가 예상외의 발언으로 우리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은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과연 한국의 핵 활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미국과 IAEA가 이번 핵 문제를 빌미로 한국 정부에 모종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IAEA가 미국의 강력한 영향을 받고 있고 미국의 외교노선에 코드를 맞추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따라서 그의 언급 수위도 이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본다면 한국의 핵 물질 실험에 대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의 강경한 표현은 이란과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명분축적용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 아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이란과 북한이 주장하는 `이중잣대` 논란을 잠재우고 이들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이런 추측은 최근 미 언론의 한국 핵 문제 보도 태도와도 맞물려 있다. 파월 미 국무장관 등 행정부 내 최고 당국자들은 한국의 핵 투명성을 거듭 신뢰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일부 관계자는 미 언론에 한국의 투명성 문제를 잇달아 흘렸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의 개인적인 음모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집트 외교관 출신인 그는 2002년 이라크에서 핵무기를 찾아내지 못해 미국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왔다. 이번에 한국을 제물로 삼아 이미지를 개선, 내년 말 3선을 보장받으려는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다.

현재로선 어떤 추측도 확신하기 어렵지만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현명한 대응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헤럴드경제 / 이해준 기자 2004-9-15)

[우라늄 추출 논란]외국언론 일제히 ‘한국 때리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한국이 1980년대 3개의 미신고 시설 중 한 곳에서 150kg의 금속 우라늄을 생산했다고 공개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AP통신은 13일 IAEA 주재 한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3개의 시설은 IAEA에 신고해야 하는 대상이었다”며 “20년 전에 생산된 금속 우라늄으로 농축실험을 했다는 것은 농축을 목표로 한 장기계획이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우라늄 농축실험) 준비와 계획시점은 훨씬 오래전부터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IAEA가 알고 있는 것보다 한층 더 의도적이었던 것 같다”는 다른 외교관의 언급을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 정부가 자국 과학자들이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련의 실험을 수행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nonsense)”는 또 다른 외교관의 평가도 소개했다.

IAEA 주재 외교관들은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결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돼야 하는 사안으로 생각한다고 로이터통신은 덧붙였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한국 정부는 일련의 핵실험에 대해 ‘소수 과학자의 개인적인 연구’라고 주장해왔지만 우라늄 생산 사실을 스스로 공표하지 않은 것이 드러난 만큼 국가 차원에서 핵개발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도쿄신문은 “이란의 핵문제에는 엄격하면서 한국에만 관대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게 IAEA 이사회의 대체적인 기류”라며 “우라늄 생산을 한 사실이 판명됨에 따라 한국에 대한 추궁 강도가 더욱 세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 / 박원재 특파원 2004-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