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된장전쟁

한국 된장의 국제규격화가 같은 된장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의 견제로 실패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도 같은 식품이 있음을 들고 반격하는 바람에 Doenjang이라는 이름으로 국제적 공인을 받아 시장을 선점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여기에서 역사적 배경을 살펴 이 된장의 국제규격화를 위한 접근방식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무위하지 않을 것 같다.

고대 로마에 ‘가물’이라는 어장(魚醬)이 시판됐다는 기록이 있고 성서에도 어장이 등장한다. 서구에 있어 이 장(醬)의 전통은 지금 ‘안초비 소스’로 명맥을 잇고 있으나 고기가 주식인 유럽에서는 소금만으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라 장(醬) 같은 보조식품이 발달할 필요가 없었다. 간과 맛을 내는 장은 미식(米食)문화권의 가장 친근한 보조식품으로 육장(肉醬) 어장(魚醬) 두장(豆醬)으로 삼대별돼 발달해왔다. 기원전 기록인 ‘주례(周禮)’와 ‘논어(論語)’에 장이 나오는데 이 장은 짐승이나 조류의 살코기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육장이요 동남아시아국들에서도 장이 있다고 반론했다던데 예외없이 베트남의 뇩맘이나 태국의 남프라 같은 바다생선을 염장 발효시킨 어장일 것이다. 그리고 일본 된장인 미소(味?)는 그 어원 자체가 한국 ‘메주’에서 비롯됐다는 일본 학자들의 이론 없는 고증으로 미루어 한국 된장의 손자 된장으로 할아버지 한국 된장의 국제규격화에 반론할 합리적 근거를 갖지 못한다.

지금은 대두의 주산지가 미국으로 옮겨갔지만 고대 이래 근대에 이르기까지 대두의 주생산지요 대두문화가 고도로 발달한 지역이 바로 옛 고구려 영토였던 구 만주지방과 한반도다. 우리나라에서 콩은 논두렁이나 묵정밭에 심고 걸게 하지 않고 방제나 잡초를 뽑지 않아도 잘도 자라는 이유가 지구상에서 대두에 가장 적성인 땅이기 때문이다. 그 대두 문화권인 한반도에서 대두의 발효식품인 장문화가 탄생, 발달해왔음은 순리다. 국제화의 복잡한 진행으로 음식 규격화가 필요해진 마당에서 한국 된장인 두장(豆醬)은 육장과 어장과 차별화돼야 하며 그로써 국제규격화의 이론들에 대처했어야 한다고 본다.

(조선일보 / 이규태 2004-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