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핵실험은 학술적 목적”, 병주고 약주고...

미국 주요 언론이 한국에 핵관련 투명성에 잇따라 의구심을 드러내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핵실험 사실을 언론에 흘려온 미국 정부가 “한국 핵실험은 학술적 목적의 실험”이라며 진화작업에 나섰다. '병 주고 약 주고'인 셈이다.
  
그러나 이날도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90년대에도 한국은 농축우라늄 관련 실험을 실시했다”며 “이는 한국 설명과는 달리 실험이 장기적, 계획적으로 실시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美 파월 등 “한국 핵실험, 학술적.실험용 목적”
  
미국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AP 통신과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한국의 핵실험에는 학술적 실험용 목적 이외 다른 것은 없는 것이 분명하다”며 “그것이 문제의 전부”라고 단언했다.
  
이는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이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 “IAEA가 유엔 안보리에 보고될 수 있는 한국의 위반사항 6건을 확보했다”며 “한국이 6년여전부터 핵실험을 진행해 왔으며 한국 관리들이 이를 은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한국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직접 나서 해명한 이후 나온 것이다.
  
파월 장관은 “이들 실험에 어떤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북한은 그러나 이들 두 실험 실시 사실을 이용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의 핵실험은 실험실에서의 실험용의 분명히 작은 규모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는 북한과는 다른 규모 다른 형식”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들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이날 9.11 사건 3주년을 맞아 가진 내셔널 프레스 클럽 오찬 간담회에서 ‘한국의 핵실험 공개에 놀랐느냐’는 질문에 “놀랐다”면서도 “한국의 현 정부가 비밀 핵무기 역량을 갖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와 한반도 안보 상황과의 영향에 대해선 “전혀 달라질 게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한국 정부 입장 공식지지 표명은 오는 13일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이사회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미 언론들은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한국정부 입장에 비판적인 내용을 계속 보도하고 있어, 미국정부가 한국정부를 무력화하기 위한 고도의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기도 하다.
  
美 볼튼 차관, “미, 한국 우라늄 농축실험에 이중기준 허용 안해”
  
실제로 미국정부의 다른 관리는 한국정부에 대한 공개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존 볼튼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은 이날 G-8 정례 군축 책임자 회의를 위해 제네바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은 IAEA와 협조해왔고 미국에도 그 문제와 관련해 통보를 해줬다"면서도 "미국은 협정 위반행위를 처리하는 문제를 두고 결코 이중기준을 허용치 않는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다음주 IAEA 이사회에서는 IAEA가 적어도 한국의 실험에 대해 알았다는 내용의 간단한 구두 보고가 있을 것”이며 “IAEA는 조사를 계속해 11월 이사회에 공식적인 문서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 시한이 분명히 정해져 있는 데드라인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소식은 분명히 북한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상황이 차기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日 요미우리, "한국, 90년대에도 농축우라늄관련 실험 실시"
  
이러한 미국 정부 입장 표명과는 달리 해외 언론의 한국 핵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 제기는 이날도 계속됐다. 특히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1일 “90년대에도 한국은 농축우라늄 제조 관련 실험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외교 당국자를 인용, “2000년 우라늄 농축실험을 인정한 한국은 그 이전인 90년대에도 레이저 농축실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복수의 관련실험을 했다”고 전했다.
  
이 실험에는 “우라늄을 레이저 농축에 적절한 단계로 가공하기 위한 실험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90년대 실험이 농축우라늄 생산에까지 도달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본격적인 레이저 농축 실험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신문은 이와 관련, “이를 통해 볼 때 한국의 지금까지의 설명과는 달리 실험이 장기적으로 내지 계획적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 김한규 기자 2004-9-11)

잇단 `핵문제 보도'..진원지 의혹 일어

한국의 우라늄.플루토늄 실험과 관련, 미국 일각에서 `의도적인' 정보 흘리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핵문제 전문 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떤 의도로 정보 흘리기를 하고 있을까.

북한에 이어 남한마저 때 아닌 `핵몸살'을 일으킨 우라늄 분리실험 실시 보도는 이달 초 미국 워싱턴 정가와 행정부를 취재 대상 겸 정보 수요처로 하는 전자우편 정보지인 `넬슨 리포트'라는 매체에서 시작됐다.

이 매체가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 관련 의혹을 보도하자 주요 매체들이 확인에 들어갔고 한국 정부는 파장을 우려해 비공개가 원칙인 IAEA 보고사항을 전면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플루토늄 추출 보도의 진원지도 비슷하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AP는 지난 8일(미국 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하는 미 행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빌려 "한국이 20여년 전에 극소량의 플루토늄 비밀실험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9일 일본 유력지인 아사히 신문은 80년대 전반에 서울의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다는 미 정부 당국자를 등장시켜 "한국은 전두환 정권 당시인 82∼83년에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개발 계획을 극비리 추진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실험은 안보리에 회부될 것"이라고 예단해서 보도했다. 소스는 역시 미 행정부의 고위관리였다.

정부 내에서는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에서 정식 의제도 아니고 구두 보고될 예정인 사안에 대해, 안보리 회부 운운하는 것에 대해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보도의 경우 더 나아가 핵문제와 관련, 한국과 이란을 동일시하려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IAEA 전 사찰단원이었던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 트 대표의 "한국의 플루토늄 추출 실험에 대한 의혹이 명백하게 해소되지 않으면 한국도 `미니 이란'이 될 위험이 있다"는 발언까지 보도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미 행정부는 지난 2일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면서도 한국 정부의 자진신고와 IAEA의 조사에 자발적이고 전면적인 협력 사실을 들어, "우려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최근 일련의 보도의 소스는 어디일까.

국내 핵문제 전문가들은 미국내 강경파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순수한 과학적 목적에서 1회성에 그쳐 한국-IAEA 간에 비공개리에 해결할 수준의 한국 우라늄.플루토늄 추출 실험을 과대 포장함으로써, 뭔가 노리는 게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라늄 분리실험, 유엔 안보리 회부 운운' 보도는 핵문제의 안보리 상정을 극구 거부하는 북한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IAEA 핵안전협정을 어겼다면 아무리 경미한 사안이라도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는 데,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핵문제야 회부가 당연하지 않으냐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대통령 선거 전에 6자회담이 개최된다고 하더라도 별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내 강경파는 내심 사태 악화를 통해 제4차 6자회담의 연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최근 일련의 보도를 이와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에서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6월의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한국의 안을 본 떠 자국안을 마련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역할이 확대된 것에 대해 미국내 강경파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왔으며, 이번 우라늄.플루토늄 추 출실험을 계기로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키려 한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연합뉴스 / 이유.인교준 기자 2004-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