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안, 美상원에 전격 상정

지난 7월21일 미국 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북한인권법안(North Korean Human Rights Act of 2004)이 9일 오후(한국시간 10일 오전) 미 상원 전체회의에 전격 상정됐다고 조선닷컴이 보도했다.

미 상원 리처드 루가 외교위원장은 이날 오후 북한인권법안을 상원 전체회의에 이른바 ‘핫 라인’ 방식으로 상정키로 하고, 이를 상원의원들에게 통보했다. ‘핫라인 방식’이란 법안을 해당위원회에 회부해 심의하는 등의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하는 특별절차를 말한다.

북한인권법안은 이에따라 이날 오후 전체 상원의원(총 100명)중 반대자가 없으면 상원통과 절차를 완료하게 되며, 대통령의 공포만을 남겨두게 된다. 미 의회 상·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법률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조선닷컴은 상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 “핫라인 방식의 처리에 대해 민주당 소속인 조셉 바이든 의원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으나, 바이든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실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에서 북한인권법안의 통과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최근 바이든 의원에게 집중적인 로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인권법은 북한 인권문제와 탈북자 보호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짐 리치 하원 국제관계위 아태소위원장이 지난 3월 23일 제출했다.

3개의 장(章)과 18개의 조문으로 이뤄진 이 법안은 제1장에서 ‘향후 미국과 북한 및 동북아 국가들의 협상에서는 북한 인권이 주요 요소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 의회의 인식’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이어 북한 인권운동단체에 대한 대규모 재정 지원 대북 방송 및 대북한 라디오 공급 확대 대북 인도적 지원의 배분 투명성 및 감시 강화 등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또한 북한인권 지원단체들의 활동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북한 인권 개선에 200만달러, 북한 자유 촉진활동에 200만달러, 탈북 난민 등의 지원에 2000만달러 등 연간 최대 2400만달러(약 270억원)를 내년부터 정부가 지출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규정도 담고 있다.

한국에서는 열린우리당 소장 의원 27명이 “북한인권법안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에 서명, 이를 미 의회 상원 외교위원장에게 전해 달라며 2일 주한 미국 대사관에 전달하는 등 반발해 왔다고 이 사이트는 보도했다.

(한국일보 2004-9-10)

정부, 미 北인권법 대응에 무기력

미 의회의 북한 인권법안 처리와 관련,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향후 북핵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남북관계 등 한반도 문제에 중요변수로 작용하게 될 이 법안에 대해 정부의 대(對) 미국 영향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데다 법안 처리 일정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북한인권법안은 탈북자의 미국 망명 허용과 탈북자 지원을 위해 매년 2천400만 달러 한도의 지출 승인 등을 골자로 하고 있고, 그리고 북한이 체제전복을 재정.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압살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폭발력을 짐 작하기 어렵지 않다.

임종석(열린우리당) 의원은 5일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인권법안과 관련, "초기에 통과가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고, 하원 통과 후엔 핵심조항이 빠져 괜찮다고 했다가 이제는 시행과정에서 미국과 긴밀 협력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꼬집었다.

사실 정부는 이 법안이 지난 3월 23일 짐 리치(공화.아이오와주) 의원 등 16명에 의해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 입안, 상정돼 본격적인 의회 논의 절차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통과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가 7월 21일 해당 법안이 미 하원을 통과하자, 법안 명칭이 당초 `북한자 유법안'에서 `북한인권법안'으로 변경됐고 인권 관련조항이 이전에 비해 덜 구속적인 문안으로 대체됐다며 안도하는 안이함마저 보였다는 지적이다.

이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29일 일부 조항 수정을 전제로 미 상원을 통과 하자 정부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기 때문에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게다가 하원 재의결과 대통령 서명 절차를 거쳐 내년초 발효될 것이 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최영진 외교부 차관은 이날 국감 업무보고에서도 북한인권법안 처리와 관련, " 최근 미 상원을 통과한 바 있다"고 밝혔을 뿐 추후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 하원은 수정안을 재의결했고, 조지 부시 대통령의 서명만 마치면 북한인권법안은 언제든지 발효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문제로는 한반도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핵폭풍급' 결정에 정부가 영향력은 물론 최소한의 대미 커넥션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미국내 대북 강경파의 북한인권법안 밀어붙이기에 속수무책인 것 같다"며 "정부는 물론 국회 차원에서도 미 의회 로비 채널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작년 3월 이후 진행돼 온 북한 인권법안 처리절차가 최근 빨라지는 느낌"이라며 "미 대선 전에 이 법이 발효돼야 할 만큼 불요불급한 사정이 있는지는 몰라도 `속결'의 배경에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 인교준 기자 2004-10-5)

북한인권법..정부 입장과 한반도 상황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의회 상원에 이어 5일 하원을 통과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입장과 이 법안이 미칠 대(對)한반도 영향력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일단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일 이 법안의 상원 통과에 대해 "미국은 우리(북) 의 사회주의제도를 말살하려는 무분별한 단계에 들어섬으로써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의미를 상실케 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에게는 핵문제에 대한 6자회담은 고사하고 미국과 상종할 그 어떤 명분도 없게 됐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제4차 6자회담을 조기에 개최해 다소나마 진전을 거두었던 3차회담에서의 모멘텀을 이어가려던 참가국들의 노력이 당분간 성과를 얻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특히 ▲심리전 강화 ▲대북인권단체 지원 ▲탈북자 망명 허용 등을 골자로 한 미국의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체제압박이 노골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미국의 향후 움직임을 관망하면서 위축된 입장을 보일 것으로 대다수 북한 전 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남북관계 역시 '대화 없는 시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은 동남아시아 제3국에서 탈북자가 대규모로 남한에 입국했을 때 "유인납치 테러 범행이 미국이 `인권법안'이라는 것을 하원에서 통과시킨 것과 때를 같이해 감행된 사실에 주목한다"며 '응당한 계산'을 공언했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초에 무산된 제15차 장관급회담을 시작으로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불가피하게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측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북한인권법의 실행과정에서 미 행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대화한다는 입장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 긴요한 만큼 이 법의 실행으로 인한 대북자극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법안의 미 상원 통과 직후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지속적 관심 ▲국가별 대응방식의 전략적 선택 ▲화해협력을 통한 점진적 인권개선 등 북한인권에 대한 3대 입장을 정리했다가 최근 들어 6자회담과 남북관계발전에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을 추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인권법안의 확정으로 한반도 정세가 흔들리기는 하겠지만 남북관계를 완전히 뒤로 돌리는 정도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측의 기대 섞인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북한이 6자회담과 남북관계 진전에 소극적인 것은 북한인권법안 뿐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 선거, 한반도 주변 미군 전력증강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며 "미 대선 결과 등에 따라 북한도 움직이기 시작할 것인 만큼 북한인권법에 과도한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은 북한인권법이 확정된 가운데 미 대선이 끝날 때까지 남한과 미국, 일본과 대화를 미뤄둔 채 중국이나 러시아 등 주변 전통우방국가와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화 재개에 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연합뉴스 / 장용훈 기자 2004-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