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 핵심은 간도…영토분쟁 사전차단 포석

‘간도는 조선땅’ <中> ‘동북공정’ 간도 노린다
한반도 통일이후 조선족 동요막고
北붕괴때 기엽여지 확도 의도도…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본질은 ‘역사공정’이 아니라 ‘영토공정’이다. 우리에게 크게 부각된 것이 고구려사 왜곡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영토공정의 핵심은 ‘간도(間島)문제’다. 다른 사람도 아닌 중국 외교부 차관이 그 같은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지난달 23일 최영진 외교통상부 차관과 고구려사문제로 협상하면서 동북공정 속에 숨겨진 중국의 의도를 처음으로 내비쳤다. 우 부부장은 우리 정부의 고구려사 왜곡 시정 요구에 느닷없이 “한국측도 왜곡하는 게 있다”면서 마치 그에 대한 대응으로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는 양 주장했다.

우 부부장은 한국 정계에서 중국 동북지방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며, 중국 정부는 이런 한국측의 움직임에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고구려사 왜곡 시도의 본질이 만주, 즉 간도지역의 영토 분쟁 대비였음을 실토한 셈이다. 동북공정은 역사라는 우회로를 통해 간도 영토 분쟁을 근원적으로,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전략이었던 것이다.

사실 ‘동북공정’이라는 말 자체가 지역적, 영토적 개념이다. 동북공정이란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을 약칭해서 부르는 말인데, ‘동북 변경지방의 역사와 현 상태에 대한 일련의 연구 프로젝트’ 쯤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우리는 ‘동북공정=고구려사 왜곡’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구려사문제보다 훨씬 광범위하며 ‘역사보다는 영토’가 본질이라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

동북공정 추진 주체인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변경 역사·지리 연구센터’의 홈페이지에 동북공정을 소개한 내용에 그 본질과 목적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첫 문장에서 “동북지역은 중국의 중요한 변경지역으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 뒤 동북공정의 추진 목적과 과정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동북 변경지역의 안정을 더욱 유지하기 위해(목적), 중앙의 비준을 거쳐 중국사회과학원이 동북 3성과 연합해 2002년 2월 정식으로 출범시켰다(과정)”는 것이다. 주요 임무로는 “조선반도의 형세 변화와 그것이 중국 동북 변경지방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실제로 동북공정의 기존 27개 연구과제와 올해 7월 추가된 6개의 연구과제 중에서 12개는 ‘한·중 변경’, 즉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인 간도문제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예컨대 ‘조선시대 북진정책과 간도문제 연구’ ‘국제법과 중국·조선 변경 분쟁문제’ ‘청대(淸代) 압록강 유역의 봉금(封禁)과 개발 연구’ 등이다. 중국은 이런 연구 프로젝트에 1500만위안(약 22억5000만원)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중국은 왜 이렇게 동북지방, 간도지역 문제에 신경쓰고 있을까. 물론 청·일 간에 체결된 간도협약의 실효성(實效性)에 대한 약점이 일차적인 원인일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남북한 통일 이후 동북지방에 밀집해 있는 200여만명에 달하는 조선족의 동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통일 한국이 조선족에게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다면 실효성에 약점이 있는 간도지역 영토 분쟁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이 지난해 북한과의 국경지역 수비를 무장경찰에서 인민해방군으로 전원 교체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취해진 조치라는 것이다.

중국이 영토 분쟁에 대한 대비만이 아니라 공세적인 세계 전략 차원에서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동북지방, 간도의 역사와 영토 귀속문제를 사전에 중국의 것으로 확실히 해둠으로써 향후 통일 한국의 간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차단함과 동시에 북한 붕괴시에는 개입할 여지도 미리 확보해두려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동북공정에 복무하는 중국의 일부 학자들이 평양 천도 이후의 고구려사까지 중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것에서 그런 단초를 엿볼 수 있다.

(조선일보 / 조중식 특파원 2004-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