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폐기 北도 상응조치를"

우리당 李의장 요구 방침… 한나라 개정안 확정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10일 “국가보안법과 미래는 양립할 수 없다”며 “국보법 폐기로 북한쪽에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근거가 마련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이날 광주 5ㆍ18 국립묘지를 참배한 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이 냉전체제의 상징인 국보법을 폐기하고 새로운 법 체계를 갖춤으로써 남북간 정통성 경쟁에서 결정적으로 우위에 서는 시기가 됐다”며 국보법 폐지 후 북한측에 대남 적화통일을 명시한 노동당 규약과 형법 등의 개정을 요구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 의장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보법 폐기를 국가안보 무장해제라고 주장한 데 대해 “우리당이 특별법 제정 또는 형법보완 등을 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이같이 말하는 것은 국민의 안보불안감을 선동하는 시대착오적 자세”라고 비난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이날 국보법과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내주 중 시국강연과 대토론회에 이어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는 등 국보법 폐지를 막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한나라당의 국보법 개정안은 2조의 반국가단체 조항은 그대로 유지하되 6조 잠입ㆍ탈출, 7조 찬양ㆍ고무, 8조 회합ㆍ통신 조항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도’란 대목을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로 수정했다.

개정안은 또 7조 4항의 허위사실 유포를 삭제하고 10조 불고지 조항에서 ‘본범과 친족관계가 있는 때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는 부분을 ‘본범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의 관계에 있는 자는 그 형을 면제하고 그 외 친인척의 경우는 그 형을 면제 또는 감경한다’로 변경했다.

또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를 대통령 소속에서 학술원 산하기구로 수정했고, 9명의 위원은 국회 추천을 거치되 임명주체는 대통령이 아닌 학술원장으로 했다.

(한국일보 / 이동국 기자 2004-9-10)

''국보법 존폐 대립은 친일 vs 독립 운동 세력의 싸움''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박근혜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국가보안법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여당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

을 연결해서 들어보겠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열린우리당은 의총에서 국보법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한 것인가요?

◑ 임종인 의원>그렇습니다. 국가보안법은 폐지해야 됩니다. 국가보안법은 그동안 인권을 탄압해 온 반민주 악법이라는 점에서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합의한 겁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그러나 한나라당이 반발하고 있는데요. 국가 보안법이 없어지면, 북한의 무력 남침 기도를 방어할 수 없다는 폐지 반대파들을 어떻게 설득하시겠습니까?

◑ 임종인 의원>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국가 보안법이라는 것은 일제 시대 때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해서 일제가 만든 치안 유지법을 그대로 본 따서 만든 법입니다.

국가보안법은 법률적으로도 모호하기 짝이 없어서 죄형 법정주의에도 위반됩니다. 그리고 언론, 출판, 사상, 양심, 학문의 자유에 반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반민주 악법입니다. 그래서 법률적으로도 이것은 위헌적 법률이었던 것입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차후 문제를 두고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대체 입법이 필요하다는 쪽과 형법을 일부 보완하면 된다는 쪽이 나뉘어져 있지 않습니까?

◑ 임종인 의원>전면 폐지론도 있습니다. 국가 보안법은 반민주 악법이기 때문에 하나도 수용할 것이 없고, 북한의 남침 위협은 형법의 내란죄, 외환죄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대체 입법이나 형법 보완은 필요 없다는 이런 세 가지 론이 있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그러면 국가보안법 폐지 이후에 어떤 보안책을 택할 것인지는 아직 열린우리당 내에서 토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임종인 의원>매우 많은 토론이 있을 겁니다. 국가보안법은 48년에 만들어져서 56년 동안 존재해 왔는데요. 국가보안법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세력들은 친일, 분단, 독재 세력입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세력은 독립운동 세력, 통일지향 세력, 민주 인권 세력입니다. 지금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대립은 세력 싸움의 성격이 있다고 봅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박근혜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서 국가보안법 폐지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결국 이 문제의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치 상황으로 가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데요.

◑ 임종인 의원>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은 그 분의 자유이기 때문에 이래라 저래라 할 바는 아니지만, 그 정도로 강하게 국가보안법을 지켜야 한다고 하는 것은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이 친일, 분단, 독재, 반인권 세력이라고 말해주는 것이라고 봐서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이미 현실적으로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구속자 수가 미미하고 또 국가보안법이 사문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을 굳이 격론의 장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는가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 임종인 의원>국가보안법은 실효성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거의 죽어가는 법입니다. 왜냐하면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평화 통일 조항이 우리나라 헌법에 10개 이상 있습니다. 북한은 평화통일의 대상이지 우리의 적국이 아닙니다.

그러나 실효성이 없는 법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가지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주 세력이 정권을 잡기 전에는 독재 세력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이번 4.15 총선을 통해서 개혁 세력이 처음으로 과반을 확보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바로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가 나오는 것입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것이 완전 폐지된다고 하면, 뭔가 불안해하고, 그래서 개정론으로 기울어지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 임종인 의원>그것은 국가보안법의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국가보안법은 단순하게 25개 조문으로 돼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조항은 반국가 단체 구성을 규정하고 있는 3조, 찬양 고무를 규정하고 있는 7조, 불고지죄를 주장하는 10조, 이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세 조문을 없애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가 불분명해요. 불고지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나라당도 인정할 겁니다. 찬양 고무죄는, ‘찬양 고무’ 이 얼마나 모호합니까. 반국가 단체 부분은 형법에 내란죄, 외환죄가 있기 때문에 대체가 가능합니다.

지금 한나라당이 국가 보안법을 폐지하면 안 된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상징성 때문입니다. 친일, 분단, 독재 세력의 상징, 국민 억압의 상징이 바로 국가보안법입니다.

국가보안법은 그동안 국가를 보안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것은 정권을 보안했을 따름입니다. 그래서 이제 국민의 정통성 있는 정권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러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도 국가보안법 없는 세상에서 살아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국가보안법이 남북 교류에도 장애가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실제로 국가보안법 때문에 남북 교류가 심하게 장애를 받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라고 보십니까?

◑ 임종인 의원>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로 지금 수만 명의 사람들이 북한을 방문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이 있다면 북한에 가는 것은 전부 잠입탈출이 되는 겁니다.

이것이 얼마나 모순입니까. 법 체계의 정리를 위해서라도 또 남북 관계의 진전 상황에 비춰보더라도 국가보안법은 없어져야 합니다. 이것은 일제 시대의 유물이기도 합니다. 일본이 60년대에 없앤 법률을 그 식민지였던 우리나라가 아직까지도 짊어지고 가서야 되겠습니까?

◎ 사회/정범구 박사>박근혜 대표는 국가보안법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질서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안전장치로 인식하고 있는데요.

◑ 임종인 의원>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지키기 위해서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와 모순되는 법률입니다.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입니까. 사상의자유, 양심의 자유, 언론의 자유, 학문의 자유가 보장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보장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억압하는 법이 국가보안법인데 그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국가보안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그 말 자체가 모순입니다. 모순!

(노컷뉴스 2004-9-10)

공성진, ''안보 틈새 보이는 저의가 뭔가?''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저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나라당 제 1정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성진 의원을 연결해서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오늘 박근혜 대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에 맞서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렇게까지 심각한 문제인가요?

◑ 공성진 의원>상당히 심각하다고 봅니다. 이것은 정치세력간의 마찰이라기보다는 우리가 50여 년간 지켜왔던 자유민주주의가 이 시점에서 상당히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국가보안법이라는 것이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지금까지 약 50여년 이상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인데, 이것이 무너진다면, 우리가 지켜온 국체와 정체성 그리고 번영을 향한 우리의 노력도 자칫하면 물거품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깊은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폐지에 반대하는 겁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박근혜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여당을 향해서 상생의 정치를 보여주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국가보안법 문제를 계기로 정면대립으로 갈 경우에 오히려 정쟁에 식상해 있는 국민들의 지지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 공성진 의원>물론이죠. 정쟁일 경우에는 그렇습니다만, 저희는 이것을 정쟁이라고 보지 않고, 소위 국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 하는 국민적 불안감을 대변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의무감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 국민의 80%가 국가보안법의 존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정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가 아니구요. 지금까지 지켜왔던 자유민주주의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위험성에 대한 국민적 경고를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대체 입법 혹은 형법 보완 등의 논의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즉, 아무런 대책 없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요.

◑ 공성진 의원>두 가지 점을 지적해야겠죠. 우선 그 전까지는 여당내에서도 개정론자와 폐지론자가 팽팽히 맞서는 복잡다기한 상황이었는데 대통령의 말씀 한마디에 지금 전원이 차렷 자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의 성숙된 모습인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구요.

두 번째로는 폐지하고 보완하는 사이에 틈새를 보이는 저의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안보라는 것은 물샐 틈 없이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이 갖는 여러 가지 맹점이라든가 인권유린적인 차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91년도 7차 개정 이후에 이 법에 의해서 유린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 사회/정범구 박사>박근혜 대표는 국가보안법이 한반도 교류 협력의 안전벨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반적으로는 국가보안법이 변화하는 한반도 교류 협력 상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폐지되거나 개정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더 많이 있었는데요. 박근혜 대표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를 해야 될까요?

◑ 공성진 의원>박 대표께서는 오히려 국가보안법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실히 해 준 이후에 평화 통일을 위해서 관계를 개선해 나가야만 서로 혼재한 상황에서 혼란과 혼돈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국가보안법이 없다면 김일성 찬양가를 부르고 북한의 인공기를 광화문 네거리에서 흔들 때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우려를 하기 때문에 교류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있지 않겠나 하는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어가면서 말씀을 하신 겁니다.

그래서 오히려 국가보안법이라는 국가 정체성 수호의 기본법이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혼돈, 혼란이 없이 순차적으로 경제ㆍ문화 교류를 활성화시킬 수 있지 않느냐는 대답을 하신 겁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싸고 원내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뿐만 아니라 10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9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도 이미 당론으로 폐지를 정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행한다면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나라당은 어떤 투쟁 방법을 택하실 건가요?

◑ 공성진 의원>우선 저희들에게는 80%이상의 국민의 지지가 있습니다. 물리력으로서 저희들을 승복시킨다면 승복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강한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되겠죠. 오늘 국가 원로들도 2,000여 분이 모여서 성명서도 낭독했습니다만, 이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세력들이 여기 저기에서 저희들과 함께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겠습니까?

◎ 사회/정범구 박사>한나라당의 전반적인 당론은 국가보안법의 부분 개정은 수용할 수 있지만 국가보안법 자체는 명칭을 포함해서 존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 공성진 의원> 그렇습니다.

(노컷뉴스 2004-9-10)

천정배 "정기 국회, 비상상황이라 생각하고 준비"

CBS 뉴스레이다 5부 (대담 - 천정배 열린 우리당 원내 대표) 열린 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함에 따라 여야간에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과거사 진상규명법이나 언론개혁법안 등 각종 개혁 법안을 둘러싼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열린 우리당은 이 어려운 정국을 어떻게 돌파하려고 하는지 천정배 원내대표와 얘기를 나눠봅니다.

(대담 전문)

- 북한 양강도 폭발사고... 아직 자세한 상황들이 전해지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당에서는 어떤 대책들을 마련하고 계십니까? ▷ 저희도 관심을 가지고 오늘 중으로 통일부 당국과 좀 논의하겠다. 상황을 파악하고 어떤 상황인지 알아본 뒤에 적절하게 대처하겠다.
- 어쨌든 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정보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우리 국회도 여러 가지 중요한 문제들이 있겠지만 대북정세... 면밀하게 좀 살펴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 원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이 달 중 예정돼 있는데 그 점에 관해서 조금씩 비관적인 관측들이 나오고 있지 않나? 걱정이 많이 된다.

- 요즘 국회 근처 숙소에서 밤낮없이 일하느라 집에도 잘 못들어간다고 들었습니다. 정기국회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 이번 정기국회가 우리 국회로서도 중요하지만 특히 우리당으로서는 개혁을 완성해야 할 역사적인 국회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비상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 지금 국가보안법 폐지를 열린우리당에서는 당론으로 정하셨죠? 한나라당에서는 지금 개정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지금 열린우리당에서 폐지를 위해서 어떤 대책들을 마련하고 계십니까?
▷ 우선 국가보안법이 민주주의 체제가 지켜야 할 국민의 기본권... 그것도 가장 기초적인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같은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해왔다는 것을 강조해야겠다. 한마디로 국가보안법과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이제는 이런 국가보안법의 반역사적 성격, 또는 반 민주적, 반 인권적 성격을 매듭지어야 되겠다. 그래서 우리당은 이번 정기 국회에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폐지만으로 끝내는 것은 아니고 그 입법의 공백, 안보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보안 방안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 그 보완을 둘러싸고 지금 형법을 보완할 것이냐 아니면 대체입법으로 갈 것이냐는 아직 결정이 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천 대표께서는 어디에 무게를 두고 검토중인지..
▷ 보완 방안으로는 우선 제 개인생각 이전에 보완을 어떻게 하든지 간에 실제 내용은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형법을 보완한다고 해서 무슨 더 철저한 보완이고 다른 형태의 보완입법... 지금 우리는 대체입법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보완입법이라는 말을 쓰기로 했다. 그것은 이제 특별법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현재의 국가보안법에 대체하는 입법이라기 보다는 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안보의 공백이 있다면 그것을 최소한 보완하자는 뜻에서 형법 보완이나 내용은 똑같다고 생각해서 그런 용어를 쓰기로 했다. 앞으로 두 가지 방안이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가 하는 것은 우리 당내에서 두루 논의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하겠다. 이미 최용규 제1정조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책기획단을 구성해놓고 있다.

- 한나라당에서 국가보안법 존폐와 관련한 토론을 제안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좋다. 얼마든지 토론할 수 있다. 오히려 그동안 제가 원내대표가 된 뒤로 한번도 TV 토론을 해보지 못했다. 대체로 한나라당 쪽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거부했기 때문에 그랬는데 앞으로 국가보안법 문제에 관한 토론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정기국회가 국가보안법만을 위한 국회는 아니고 여러 경제활성화와 민생 안정 문제를 동시에 다뤄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제반 국정 문제에 관해서 양당 간에 토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결코 그것을 조건으로 해서 국가보안법 토론에 응하지 않겠다는 말씀은 아니다.

- 친일진상규명법이 상임위에 상정되어 있는데... 앞으로 이와 관련한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실건지....
▷ 우선 지난주에 한나라당도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래서 바로 오늘 행정대책위원회가 예정돼 있는데 이 행정대책위원회에 한나라당 법안을 상정할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여야 양당에서 제출한 개정안이 다 상정되는 셈이고 그렇다고 하면 이제는 지난주처럼 우리는 상정하려고 하는데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없어졌다. 한나라당 자신도 안을 냈으니까... 이번주 중에 행자위에서 아주 충분히 토론을 하고, 또 여야 합의에 의해 필요하다면 공청회도 열고 그래서 충분한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합리적인 대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일정상으로 보면 23일까지는 통과가 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 한나라당의 생각은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러나 이왕에 여야 모두 개정안을 낸 마당에는 지금 9월 23일이 우리가 늘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16회 국회때 만들어진 본법,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이 9월 23일부터 사실은 발효하는 것이다. 그럼 법이 그때 발효하는데 발효한 다음에 단기간에 또 개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 그래서 이왕이면 9월 23일 이전에 법을 개정해서 동시에 발효하는 것이 혼선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서두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3일 이전에는 반드시 처리하겠다.
- 지난주에는 열린우리당 지도부 개편 이후 처음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가지셨는데.. 요즘 일부에서 당이 너무 대통령의 입장에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 우선 국가보안법 문제를 두고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문제는 사실은 대통령과 우리 당내 다수 의원의 의견이 원래 같기 때문에 마치 대통령의 말씀을 당이 지나치게 수용한다는 느낌을 줬을 뿐이다. 우리는 당정 분리의 원칙을 확고히 지키고 있다. 앞으로 국가 보안법 문제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든지 우리 당내에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져가겠다. 다만 대통령이 국가지도자고 가장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말씀이 무겁게 고려되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이거냐 저거냐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러나 당으로서는 확실하게 당정분리 원칙을 지켜나가면서도 또 대통령의 말씀이나 생각을 우리 당의원들이 무겁게 고려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담 진행 = 민경중 앵커 정리·문의 = 정혜영 작가

(노컷뉴스 2004-9-13)

김수환 추기경 "국보법 폐지 반대"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은 13일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에 대해 "법 개정이 필요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폐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입장을 밝혔다.

김 추기경은 이날 혜화동 가톨릭대 주교관을 방문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을 아직 믿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 대표를 수행한 당관계자가 전했다.

김 추기경은 "북한이 원하는게 남남분열 아닌가. 모든 문제를 갈라서 생각하는남남분열이 큰 걱정"이라며 "지금 상황을 볼 때 하느님의 도움 없이는 안되는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국보법 폐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고문으로 알려진데 대해 "젊은 신부들이 국보법 폐지에 힘이 돼달라고 할 때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내가) 말했고, 명단에 고문으로 넣겠다고 했을 때 빼라고 했는데 의지와는 달리 그대로 뒀다"며 "조만간 적절한 기회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4-9-13)

조계종 법장스님, 이부영 의장에 '쓴소리'

13일 오전 국가보안법 폐지 당론 결정에 따른 이해를 구하기 위해 조계사를 방문한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조계종 법장 총무원장에게 쓴 소리만 잔뜩 들었다.

이 의장은 먼저 국보법 폐지가 시대적 요청임을 강조하면서 "어려서 헤겔을 공부했는데 헤겔이 얘기한 명제가 올빼미는 석양에 기상을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현실이 다 변한 뒤 사상과 이론이 한참 뒤에 변한다는 것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가 데탕트라며 20,30년 전에 변했는데 한반도에는 뒤늦게 법으로 반영하려다 보니 힘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법장 총무원장은 "나는 부처님의 말씀을 인용하겠다. 현재는 과거의 미래고 오늘의 현재는 내일의 과거라는 말이 있다.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면서 "국민이 가장 편리하고 안정하게 법을 만들고 개정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모든 대중이 부정하고 있으면 좋은 것이 못된다"고 꼬집었다.

이 의장이 다시 "국보법이 유엔과 국제인권단체, 미국 국무성 등으로부터 인권탄압법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어 앞으로 한발도 나갈 수 없다"고 국제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강조하자 법장총무원장은 "세계인들은 우리민족이 분단되고 서러운 경험을 많이 한 것을 겪지 못하고 전체 인권차원에서 언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편안하고 안정되게 이끄는 것이 정치고 민주주의라고 하는데 한국적 민주주의를 나는 선호한다. 우리처럼 외침을 많이 받은 민족은 없다"고 강조했다.

법장 총무원장은 이어 "법은 어떻게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과도가 있는데 과일을 깎는데 쓰면 과도고 식당에서 쓰면 식도고 살인을 하면 식칼이 된다. (국보법이) 인권유린하고 탄압하는 쓰였다고 해도 지금 그렇게 안쓰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불교에는 대처법이라는 게 있는데 도구는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장 총무원장은 또 친일진상규명법과 관련,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이 의장의 발언에 "신기남 전 의장을 보고서 대단히 불안한 문제라고 생각했다"면서 "과거 아버지가 뭘했던 자식이 무슨 죄가 있느냐. 당 의장 내놔라하니. 과거가 현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아니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피해가) 드러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이 의장은 "이는 당사자와 언론기관의 도덕성을 높이는 일이다. 낮추는 것이 아니다.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법장 총무원장은 "도덕성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도덕을 가르치지 않는데 어떻게 도덕을 찾느냐. 역사왜곡을 하는데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데 어떻게 바로잡느냐"고 계속 질타했다.

이 의장은 결국 "속도조절 하겠다"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하고 조계사를 떠났다.

(동아일보 2004-9-13)

[여론조사]“한국은 현재 위기상황” 65.7%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3분의 2는 현재 상황을 국가적 위기로 보고 있으며, 국민 10명 중 9명가량은 내부 갈등이 심각하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은 정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청산, 수도 이전보다는 경제회복을 우선과제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보가 1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현재 우리나라가 국가적으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65.7%가 위기상황이라고 응답했다. 위기상황이 아니라는 응답은 29.9%였다.

또 ‘우리 사회에서 각 집단간의 편가름이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하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8.5%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주요 갈등 요소로는 빈부 갈등(36.6%)과 보-혁간 이념 갈등(27.4%)을 꼽았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폐지해서는 안 되며 일부를 개정하면 된다’는 응답이 57.2%, ‘폐지하되 형법 개정이나 특별법을 통해 안보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면 된다’는 응답이 36.9%였다.

여권이 추진 중인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해서는 ‘국정 현안은 외면한 채 이념 갈등을 재연시키는 것’이라는 응답이 52.6%, ‘반민족 친일행위와 국가권력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한 진상 규명’이라는 응답이 35.4%였다.

수도 이전의 경우는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 없다’(67.6%)는 의견이 ‘일정대로 추진해야 한다’(29.4%)는 의견보다 훨씬 많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주력해야 할 분야로는 경제회복(88.1%)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사회갈등 해소(30.0%) 정치개혁(28.9%) 등의 순(복수응답)이었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30.5%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61.6%는 ‘잘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전화조사로 실시된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구체적인 내용은 동아닷컴(www.donga.com) 여론조사 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

나선미 전문위원, 이승헌 기자

(동아일보 2004-9-13)

과거사 규명… 국보법 폐지… 盧대통령 잇단 ‘이념공세’

‘과거사 진상규명, 좌파 계열 독립운동가 발굴, 국가보안법 폐지….’

4·15총선에서 승리하고 탄핵의 고비를 넘어선 뒤 집권 2기를 맞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7월 이후 이념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의 한 ‘실세’는 최근 지인들에게 “노 대통령이 정말 부럽다. 우리는 여론 눈치, 언론 눈치, 야당 눈치 보느라 제대로 못한 일이 많았는데 노 대통령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노 대통령은 자신이 선정한 의제가 여론의 호응을 별로 얻지 못하고 있는데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상식을 뛰어넘는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다거나, 반대로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순수한 소신’에 따른 것이라는 등 갖가지 추측이 만발하고 있다.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다’ = 노 대통령은 2006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2년간은 전국 단위의 선거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 선거 결과로 심판을 받아야 하는 정치적 부담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란 얘기다. 노 대통령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카드를 빼든 것에는 이런 정치적 환경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한 측근인사는 “노 대통령이 ‘지금이 아니면 이런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교육개혁 등 몇 가지 민감한 현안을 더 짚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여론에 구애받지 않고 개혁을 추진할 적기라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당장의 정치적 득실로만 따지면 노 대통령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도 이를 모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노 대통령은 5일 MBC 특별대담에서 “언제나 사회는 서로 생각을 달리하고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서로 갈등하게 돼 있다. 불신을 만들게 돼 있다. 차제에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일축했다.

▽주류세력 교체는 여전히 진행 중 =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선 승리 1주년 기념행사에서 “시민혁명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대선 승리가 상징하는 ‘주류 교체, 기득권 해체작업’은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노 대통령의 의중에 밝은 한 고위인사는 노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주장에 대해 “노 대통령이 평소 소신을 가감없이 밝힌 것이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그 소신을 드러나게 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정치권에서 국보법 개폐 문제가 거론됐으나 가급적 언급을 피해 왔었다. 그런 와중에 나온 대법원의 판결이 오히려 노 대통령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법원이 법의 존치 문제까지 거론한 것은 판결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내년에 여러 대법관의 임기가 끝날 예정인데, 노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대법원이 자충수를 둔 것이다”라고도 했다. 내년에 대법원장을 포함해 모두 6명의 대법관 교체가 예정돼 있는데, 기존의 관행과 달리 재야 법조계의 진보적 인사를 대법관에 파격적으로 기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 역시 이른바 3∼6공화국 정권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산업화 세력’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존 주류세력의 기반을 붕괴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지지층에 눈높이를 맞춰라 = 노 대통령의 최근 개혁공세는 철저하게 자신의 지지계층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20, 30대의 젊은 층과 진보적 성향의 재야 시민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행보라는 것이다.

반대자를 포용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최근 “무조건 포용하라는 것은 잘못된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라고 일축한 적이 있다.

한 측근은 “국보법 폐지의 경우 반대 여론이 더 많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미래의 세대에 투자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국보법 문제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나선 것은 20, 30대에게 수구적인 이미지만 더욱 분명하게 각인시켰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30%대에 머물고 있지만,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에서는 결국 득을 볼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셈법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동아일보 / 김정훈 기자 2004-9-13)

"'원로' 가장해 독재시대로 돌아가자는 거냐"

지난 9일 '보수 원로'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이들은 '원로'라는 이름을 가장한 보수인사들"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보수원로 시국선언 공동 비판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여성민우회 등 국내 36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4일 오전 안국동 느티나무까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폐지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 원로들의 국보법 존치 주장'에 대해 강렬히 비판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보수 원로들은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9.9 시국선언'을 발표하면서 "현재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에서 위기를 맞아 정체성과 국가 이념이 흔들리고 있다. 현 정부는 경제와 안보 등의 국정현안은 뒤로 미뤄 놓은 채 행정수도이전, 국가보안법 폐지, 친일파 청산 등의 일방적 추진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시국선언이 발표되자 보수언론들은 "침묵하는 다수 원로들이 대변", "원로 시국선언..이제 시작일 뿐" 등의 제목으로 원로들의 입을 빌어 국가보안법 존치의 정당성을 연일 보도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위 원로들의 허구성을 밝히며, 국가보안법 폐지의 정당성을 재차 주장했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소위 '원로'라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다수"라며 "이들로 인해 과거 국보법에 의해 탄압받던 사람들이 '세'에 밀리는 것처럼 보이고 있으니 말이 되냐"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원로'라는 이름을 가장한 보수인사들의 국가보안법 유지 성명은 마치 독재시대로 돌아가자는 과거회귀 주장"라며 "그 성명(9.9 시국선언)에 동참한 보수인사 중에는 5.16 쿠데타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에 참여했거나, 12.12 쿠데타에 참여한 인물도 있으며, 독재시절 정권안보의 첨병기관이었던 안기부장이었던 사람, 독재시절의 경찰의 최고책임자였던 내무부장관을 지낸 사람도 있다"며 '원로'들의 정체성을 재차 확인했다.
  
성명은 이어 "독재정권 시절때 호의호식하고 민주화운동을 탄압했던 이들이 등장해 국가보안법 유지를 주장하는 것은 대체 무슨 일인가"라고 반문한 뒤 "분단독재시대의 망령을 되살리는 듯한 그들의 주장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 김경락 기자 2004-9-14)

우리당, ‘개혁’ 내세우고도 ‘고립’

전통적 지지층 20·30대 이탈 조짐 … 충청에서 한나라에 역전 / 정당 지지도 … 우리당 25.8%, 한나라 30.9%, 민노당 15.6%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당지지도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6월 정기조사 이래 엎치락뒤치락 하던 상태가 깨진 것이다.

지난 9월 11~12일 양일간 내일신문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지지도는 25.8%를 기록했다. 한나라당 지지도 30.9%와 5.1%P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전통적인 우리당 지지층으로 분류됐던 20대 연령층과 충청지역 지지도 하락에 기인한 바 크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폴앤폴 조용휴 사장은 “40대층의 이탈은 이미 오래됐고, 이제 20·30대도 흔들리고 있다”며 “최근 여권의 모습에 대한 20·30대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 지지도는 15.6%였다.

◆한나라 지지층 ‘강고화’ = 물론 열린우리당은 여전히 20·30대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한 ‘위기상황’이다. 지난달 조사와 비교해 이들의 하락폭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20대의 열린우리당 지지도는 지난 8월 21~22일 조사 당시 41.6%에서 9월 11~12일 조사에서는 30.5%로 무려 10.1%P 떨어졌다. 30대 지지도도 30.1%로 8월조사 때보다 3.1%P 하락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경우 전통적 지지층인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8월 38.7%에서 9월 38.9%로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7월 이후 ‘한나라당화’ 하기 시작한 40대 연령층의 지지도는 열린우리당 창당(2004년 1월) 이후 최고치인 39.9%를 기록했다. 한나라당은 20·30대 연령층에서도 20% 안팎의 고정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층의 응집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확고한 보루였던 20·30 연령층의 동요와 관련,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과거사 청산 문제나 국가보안법 폐지를 자신의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신기남 전 의장 경우 같은 개혁주체의 자기 모순, 개혁장기화에 대한 피로감 등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폴앤폴 조용휴 사장도 “노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를 선언한지 하루만에 ‘폐지’로 당론을 정리한 열린우리당의 모습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애초 ‘개정’과 ‘폐지’의 양론을 놓고 당내 입장을 조율 중이던 열린우리당이 국민이 납득할만한 ‘논리적 과정’없이 곧바로 ‘폐지’로 정리한 데 대한 반감이 반영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열린우리당 지지도 하락에 또 한몫 거들고 있는 것이 충청지역 동향이다. 충청지역의 열린우리당 지지도(25.3%)는 이번에 한나라당(29.1%)에게 추월당했다. 행정수도 이전 지역이 결정되면서 제외된 지역의 기대심리가 무너지고 있는데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의제 자체가 다른 이슈에 묻히면서 일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 이래 든든한 후원군이었던 충청권이 흔들리면서 열린우리당은 호남으로 고립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9월 조사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찬성 의견은 42.4%, 반대 의견은 51.2%로 8월 조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국민설득논리 개발해야 = 가장 큰 관심은 열린우리당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지지도 하락이 지속되면 열린우리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각종 개혁정책이 민심의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열린우리당 내부 분위기는 ‘여론이 나빠도 사회정치 개혁 이슈를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강하다. 당분간 공들여야 할 선거도 없고, 지금 시기를 놓치면 앞으로 영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용휴 사장은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해도 지지도가 낮으면 밀어붙이는데 한계가 있다”며 “열린우리당은 국민을 설득할 논리를 개발·추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조사는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12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9%P이다.

(내일신문 / 남봉우 기자 2004-9-14)

DJ "상인적 현실감각 조화시켜야"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14일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과 관련해 "국회의원은 선비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조화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전병헌(田炳憲) 김동철(金東哲) 최성(崔星) 윤호중(尹昊重) 의원 등 국민의 정부시절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등을 지낸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그동안 학계 등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이 정치권에서 성공 하지 못한 이유가 상인적 현실감각을 접목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조언을 했다고 전병헌 의원이 전했다.

그는 또 "의정활동을 위해서는 경솔하게 움직여선 안된다"며 "한번 생각한 것을 바로 행동에 옮기지 말고, 그 생각에 대한 반대입장이나 문제점을 생각해 본 후 판단이 서면 그때 움직여야한다"며 초선들의 신중한 자세를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은 "사람이 어떤 자리에 있느냐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어떤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동안 많은 다선 의원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점을 교훈삼아 자신의 상임위에서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국민의 정부 성과와 초선의원들의 의정활동 방향에 대해 김 전대통이 주로 언급했고, 북한 량강도 폭발사건과 국가보안법 등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 전승현기자 2004-9-14)

한나라 "대한민국 위기는 노 대통령이 초래"

한나라당 국가수호비상대책위는 15일 오전 청와대에 전달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하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과 민생파탄, 사회갈등 등 현재 대한민국이 맞고 있는 국가적 위기는 노무현 대통령이 초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 등의 국정 현안들은 외면한 채 친북 좌경 반미세력들에 둘러싸여 '과거사 진상규명'이라는 미명 아래 좌우대립의 이념 갈등을 재현시키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대법원과 헌재의 국보법 합헌판결이 내려진지 불과 며칠 사이에 헌법기관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한 발언을 한 이유와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을 철회할 용의가 없는지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개 질의했다.

이와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 추진시도가 김정일 위원장 답방을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주장이 사실인지 등 6개항을 공개질의하고 조속한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노컷뉴스 / 이재기 기자 2004-9-15)

여야의원 172명, "국보법 폐지" 합의

여야의원 1백72명이 각론의 차이에도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대원칙에 합의하고 본격적인 의회내 세몰이에 나섰다.
  
"국보법 폐지가 냉전질서 해체의 첫출발"
  
열린우리당 우원식 이은영, 한나라당 배일도, 민주노동당 노회찬, 민주당 이상열 의원 등 여야의원 25명은 15일 국회 본청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미 세계에서는 사라진 냉전 질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국보법을 지켜야된다는 주장에는 수긍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국보법을 폐지하는 것이 남은 냉전 질서를 해체하는 첫 출발"이라며 "양심의 자유와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해온 국가보안법은 폐지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안보불안' 주장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도 국가안보는 걱정하실 필요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우리 역시 국가안보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 끝에 국보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폐지후 형법 보완, 대체입법 마련, 완전 폐지 등 각론상의 이견을 보였던 이들은 "이 모든 논의를 존중한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는 바탕위에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서로의 견해를 깊이 이해하고 국가의 안보와 개인의 인권이 서로 상충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를 버리자는 게 아니라 악법을 버리자는 것"
  
우원식 의원은 "이같은 입장에 동의하는 의원은 열린우리당 전원을 포함해 1백72명"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독소조항 철폐와 안보 불안 사이에서 토론회ㆍ공청회 등을 통해 꾸준히 국민들을 설득하고, 폐지파 의원내의 다양한 입장 차도 최대한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의 방침과는 달리 국보법 폐지에 적극적인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은 "현재 국보법 논쟁은 안보논쟁과 악법논쟁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우리는 안보를 버리자는 게 아니라 악법을 버리자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당론과 제 입장은 다르지만 헌법에 충실해 제 소신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 최서영 기자 2004-9-15)

與일부 국보법 대체 '헌법수호법' 추진

黨방침에 반기 들어

열린우리당 내 일부 실용파 의원들이 국가보안법을 대체할 법으로 국보법상의 ‘반국가단체’ 개념을 유지한 내용의 ‘헌법수호법안’(가칭)을 마련했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국보법을 폐지하면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개념 자체를 없앨 예정이어서 이 부분이 최대 쟁점이 돼 있다.

김종률(金鍾律) 의원 등 열린우리당 국보법 태스크포스팀 내 일부 의원들이 만든 헌법수호법은 국보법 2조 ‘반국가단체’를 그대로 두되, 그 정의에서 ‘정부 참칭(僭稱)’ 문구를 삭제하고 대신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는 폭력행위를 수단으로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 체제를 갖춘 단체’로 했다. 이 경우 북한이 자동적으로 반국가단체가 되지 않고 법에 해당되는 행위를 할 경우에 반국가단체가 된다고 관련 의원들은 설명했다.

이 밖에 이 법안은 국가변란 선전·선동, 자진지원·금품수수, 잠입·탈출, 회합·통신에 관한 죄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대신 불고지, 찬양·고무, 허위사실 날조·유포와 그에 대한 예비·음모에 관한 죄를 삭제했다.

이와 관련, 김종률 의원은 “일반적 항구법인 형법 보완으로는 국보법의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고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배성규 기자 2004-9-15)

[중앙 시평] 슬픈 남반부의 노래

우리 한반도 남반부는 갈수록 이상한 경기에 휩쓸려들고 있는 듯하다. 심판도 없고 관중도 없고 그저 갈라선 두 팀과 그들의 이상한 코칭스태프만 있다. 거기다가 경기규정은 애매하고 가끔은 종목조차 무시되지만, 맞서는 두 편의 투지만은 유례없이 뜨겁다.

심판이 없어진 것은 근년 우리 경기장을 오염시킨 질 낮은 네거티브 문화 때문이라 한다. 존중해야 할 권위나 보장되어야 할 전문성은 오래전에 지워졌고, 경청할 만한 교훈이나 준수해야 할 판정도 없어졌다. 교훈이나 판정이 내게 유리하면 우리 편이고, 상대편에 유리하면 적일 뿐이다. 충고나 조정도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해에 따라 우리 편과 적이 있을 뿐이다.

관중이 없어진 까닭은 흔히 두 가지로 본다. 그 하나는 어설픈 평등이론에 홀린 관중 자신들의 반칙이다. 선수만 뛰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나도 선수 하겠다고 저마다 사제 유니폼 만들어 입고 경기장에 난입한 탓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이상하다 못해 고약한 양쪽 감독과 코치에게서 찾는다. 경기장에 난입한 관중을 말리기는커녕 제 편으로 모셔가기에 급급하고, 때로는 스탠드의 관중까지 선동하여 편을 갈라놓고 있다고 한다.

경기규정이 애매해진 까닭은 집행부의 교체 때문일 것이다. 명문화된 규칙은 아직 그대로지만 해석을 다르게 해버리니 뜻이 애매해지고, 때로는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종목이 무시되는 것도 집행부 교체와 무관하지 않다. 선거에 근소하게 이긴 걸 무슨 대단한 혁명에 성공한 것쯤으로 착각하는 집행부가 다시 개혁과 혁명을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란 풀이다.

하지만 그 어떤 현상보다 걱정스러운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을 뿜는 쌍방의 투지다. 우리가 언제나 일치하고 조화로웠던 것은 아니나, 근래 몇 년 쌍방이 거침없이 드러낸 적개심과 부정의 의지는 해방공간과 6.25 전후를 연상시킬 만큼 섬뜩한 데가 있었다. 실제 겪어보지 못했는데도, 내전심리가 어떤 것인지 짐작될 듯하다.

그런데 우리가 요즘 빠져 있는 그 이상한 경기를 가장 실감 있게 보여주는 게 보안법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아닌가 한다. 보안법 개폐를 둘러싼 논의의 본질은 인권과 안보의 충돌이었다. 재야 시절 그 때문에 인권을 침해당한 경험이 있는 여당 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보안법 폐지를 들고 나오자, 야당은 그래도 아직은 유효한 안보 논리로 맞섰다.

하지만 야당은 곧 독소조항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 논의로 물러나 인권수호의 대의를 인정했다. 몇몇 의원을 빼고는 폐지를 당론으로 삼았던 여당도 대통령의 발언을 전기 삼아 안보의 대의를 인정했다. 형법을 개정하여 부실한 안보를 보완하겠다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본질적으로 보안법 논의는 여야의 일치를 본 셈이다.

이제 남은 일은 그 일치를 보여주는 형식이다. 형법을 고쳐 부실한 안보를 강화하고 보안법을 폐지해 인권침해의 소지를 없앨 것인가, 보안법은 그대로 두고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독소조항만 삭제 또는 개정할 것이냐의 차이만 남았다.

그런데도 국회 표결을 앞둔 양쪽은 그야말로 건곤일척(乾坤一擲) 패자필사(敗者必死)의 승부를 앞둔 것과 같은 각오와 결의로 맞서고 있다. 그리고 각기 설득 아닌 선동을 해대니 국민도 덩달아 두 패로 나뉘었다. 자칫하면 정신적 내전에 들어갈까 겁난다.

이와 같은 난판이라 심판이나 조정이 끼어들 틈은 전혀 없어 보인다. 대법원의 판결도 어느 한편에 대한 편들기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고, 추기경의 고언도 '우군의 지원'이거나 '보수골통의 망발' 쯤으로만 여겨진다. 결론을 달리하는 재야 원로의 권유나 조정도 또한 마찬가지 대접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주제넘은 줄 알면서도 하나 제안을 하자. 여당은 먼저 형법의 어떤 조항을 어떻게 개정하여 보안법 없이 안보의 공백을 메울지를 제시하라. 인권을 확보했으면 안보의 우려도 해소해주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그리고 야당은 여당의 형법 개정안이 우리 안보를 담보할 수만 있다면 보안법 폐지에 선선히 동의해주라. 법의 이름이야 어떠하건 안보란 실질만 확보하면 되지 않는가.

다른 경기와는 달리 이 정치란 종목에서는 양쪽 모두 이기는 수도 있다.

<이문열 소설가>

(중앙일보 2004-9-16)

국보법 논쟁과 언론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한국의 국가보안법 폐지”를 거론한 것은 10년 전인 1994년 2월25일이었다.

국무부의 허바드 부차관보가 워싱턴에 있는 아메리칸대에서 열린 ‘태평양시대의 한미관계’를 주제로 하는 세미나에 참석,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이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인권도 신장했음을 평가한다”는 전제 밑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공식 제기한 것이었다.

이 때는 32년 군사독재가 끈질긴 국민의 저항으로 무너지고, 자칭 ‘문민정부’가 들어선지 1년 뒤였다. 미국이 보기에 군사독재붕괴에 걸맞게 국가보안법은 폐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국가보안법이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법’이라는 평가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는 “국가보안법 폐지희망은 허바드부차관보의 개인적 견해”라고 내리깎았다.

그러자 엿새 뒤인 3월3일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는 게 미국정부의 공식적 입장”이라고 못 박았다.

이렇게 되자 김영삼 정부는 펄쩍 뛰었다. 한승주 외무장관이 이튿날 레이니 주한 미 대사를 불러 “한국의 국내법 개폐를 미국이 거론한 것은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미국의 클린턴행정부와 김영삼 정부의 국가보안법논란은 이듬해인 1995년에도 계속됐다.

미국은 폐지, 유엔은 개정 요구

미국은 ‘1994년도 세계 인권보고서’ 한국편에서 또 다시 “국가보안법은 자의적 해석 가능성 때문에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94년에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구속한 반체제 인사가 93년의 2배가 넘는 2백명 이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1997년 1월30일에 나온 인권보고서에서도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시민의 기본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등 몇 가지 영역에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국가보안법은 유엔에서도 문제가 됐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를 규정한 국가보안법 제7조가 ‘표현의 자유에 관한 인권규약’에 배치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인 99년 11월4일의 일이었다.

이 결정에 따라 인권이사회는 한국정부에 대해 국가보안법 제7조를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이 권고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이행에 관한 한국정부의 보고서(91년1월~95년12월의 인권상황) 심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집권당인 국민회의는 이미 8월에 국가보안법 제10조의 불고지죄는 폐지하고 제7조의 찬양·고무죄는 대폭 축소개정하기로 결정, 다시 두달 뒤 찬양고무죄와 이적표현물 제작·반포·판매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었다.

미국과 유엔의 이러한 비판은 냉전시대의 산물인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인권의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것은 또한 사람이 변해가는 현실에 흔히 무지할 수 있다는 경고의 소리이기도 하다.

5공 때 친북논리 난무했던 기억

우리는 지금도 1991년12월24일 소련이 붕괴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냉전시대에 살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 또 “이 땅은 여전히 분단상태이고, 북에는 스탈린주의체제가 살아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생존을 위한 선택일망정 김정일이 6·15공동선언에 동의했고, 교류·협력의 물꼬를 텄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 결과 북한 내에서 남의 자유·풍요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했음을 탈북자행렬이 증언하고 있다.

앞서 필자는 중국의 동북공정(工程)이 통일한국과의 간도영유권분쟁에 대한 예비선전포고라고 분석한바 있다(8월18일자 <고구려를 납치한 까닭> 제하의 본란).

우리가 주목해야 될 것은 아마도 중국은 북한체제의 장래를 우리가 보는 것 이상으로 비관적으로 보고 있음을 뜻하는 사실이기도 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국가보안법문제를 생각할 때 보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 사회 내에 잠재하고 있는 친북운동 가능성이다. 그러나 그것을 힘으로만 막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강경반공체제로 말하면 폭력으로 이 나라를 지배했던 전두환 정권이야말로 강력한 반공정권이었다. 하지만 이 시대에 ‘6·25북침설’과 같은 터무니없는 친북논리가 난무했던 사실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일 국가보안법폐지를 밝힌 뒤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방송과 달리 신문들은 일방적 보도만 할뿐, 토론공간제공에 소극적이다. 언론은 공정한 토론공간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미디어오늘 / 정경희 2004-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