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史 왜곡 반박할 古地圖展 준비"

프랑스지도 등 60여점 정리한 김혜정 혜정박물관장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반박할 자료는 서양 고지도(古地圖)에 있습니다. 이해 당사자인 한국이나 중국인이 아닌 서양인들이 편견 없이 사실 그대로 그린 지도이기 때문이지요.”

옛 지도를 600여점이나 소장하고 있는 고지도 전문가 김혜정(金惠靜·59) 경희대 석좌교수 겸 혜정박물관 관장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떠오르면서 더욱 분주해졌다. 그는 “중국이 아무리 왜곡된 주장을 펴도 유럽인들이 그린 옛 지도가 그들의 허구를 웅변으로 증명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내가 소장한 고지도들 중에서 고구려를 우리나라 영토로 그려놓은 60여점을 추려내 고구려사 왜곡에 대응하는 지도 전시회를 10월 중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2002년에는 ‘동해(East Sea)’가 국제적으로 ‘일본해(Japan Sea)’로 통용되고 있는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조선일보와 함께 ‘아! 동해’전을 열기도 했다. 이 전시회에서 김 교수는 자신이 소장한 17~19세기 서양 고지도 34점을 전시해 ‘일본해’ 표기의 그릇됨을 증명한 바 있다.

“17세기 서양에서 제작된 지도를 보면 압록강 유역 북쪽을 우리나라의 영토로 그리고 있습니다. 명백히 고구려 역사를 우리나라 역사로 기술하고 있는 셈이죠.”

김 교수는 당시 지도를 보면 Kaoliqua(고려국), Kauli(고려), Corea, Korea, Chaosien(조선) 등의 국호와 함께 중국의 한 지방(Province)이 아닌 ‘Kingdom’ 등의 독립된 국가로 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뒤 알드라가 1735년 출간한 ‘중국 제국과 타타르통사’라는 지리책에는 우리나라를 ‘고려국(kaoliqua or kingdom of korea)’으로 소개하고 압록강 북쪽 지방 사이의 황량한 벌판을 묘사한 표현도 있고 주몽 설화 등을 언급할 정도로 상세하게 고구려사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또 프랑스의 지도제작자 당 비유가 1737년 출간한 ‘신중국지도첩’에는 더욱 명확한 자료가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독립된 조선왕국으로 한반도를 그린 이 지도에는 중국과의 국경선이 현재의 압록강 유역보다 훨씬 위쪽에 그려져 있을 뿐 아니라 압록강을 가로질러 ‘핑안’(평안도의 ‘平安’을 중국식 발음으로 표기한 것)이라는 지명이 크게 표기되어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국이 왜곡된 역사를 세계에 홍보하면 나중에는 바로잡기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정부와 민간 모두가 적극적으로 우리 역사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 온종림 기자 2004-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