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古詩 505수 이탈리아어 첫 번역

나폴리 동양학大 리오토 교수

“임이여, 그 물을 건너지 마오(Signore, non attraversare il fiume!)….”(‘공무도하가’ 중)

한국학을 전공한 이탈리아인 학자가 한국의 고전 시가(詩歌) 500여수를 이탈리아어로 처음 번역했다. 마우리치오 리오토 이탈리아 나폴리 동양학대학 교수는 최근 낸 책 ‘한국의 종교시(Poesia Religiosa Coreana)’를 통해 고조선 시대의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고구려부터 향가·고려가요·시조까지 505수를 이탈리아어로 매끈하게 옮겼다.

“한국 시의 느낌(feeling)을 그대로 전하면서 이탈리아어 특유의 운을 맞추려 애썼습니다. 역시 향가가 제일 번역이 어렵더군요.” 리오토 교수가 보기에 한국 시의 특징은 뭔가를 ‘창조’하려 하는 서양 시와는 달리 자연 속에서 리얼리티를 ‘찾아내는’ 것.

시칠리아 출신인 리오토 교수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국과 일본의 문화를 연결하는 나라’라는 관점에서였다. “유럽으로 치자면 중근동 문화와 로마 문화를 연결하는 그리스를 모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한국은 음식이 맵고 사람들의 성격이 급하며 가정적이라는 점 등에서 고향 시칠리아와 닮은 점도 많았단다.

그는 로마 국립대에서 동양고고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인 1985년 서울로 유학을 왔고, 이탈리아어 개인교습을 하다 학생의 언니인 황양숙(黃良淑)씨를 만나 결혼했다. 그는 ‘조선시대 사회 연구’ 등의 책을 냈고, ‘홍길동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의 한국 소설도 이탈리아어로 번역했다.

리오토 교수는 “한국이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의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한국인은 사실상 박두익(1966년 월드컵 당시 북한 축구선수)과 안정환뿐입니다. 김선일씨 사건 때는 방송 뉴스에서 ‘김정일이 살해됐다’고 나오기까지 했지요. 한국 문화의 세계 홍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외국 장학생들을 늘리는 일이 시급합니다.”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2004-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