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왜곡은 북한지역 연고권 주장 의도"

국사편찬위원장 "중국역사연구에도 상처 될 것"

이만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사 왜곡을 시도하는 것은 한반도 통일에 대비해 통일한국의 만주 지역에 대한 영토.민족회복 의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북한지역에 대한 영향력이나 연고권을 주장하기 위한 의도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사료와 논리성의 부족으로 중국 자체의 역사 연구에 상처를 안겨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9일 오후 부산시민단체협의회와 부산민족학교 공동주최로 부산시청에서 열린 `고구려사 왜곡의 진실은 무엇인가?' 시민대토론회에서 `중국의 동북공정과 고구려사' 제하의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동북공정 조직의 단기적인 의도는 북한과의 국경선 문제와 고구려 유적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에 대한 대응의 성격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통일에 대비해 통일한국의 만주지역에 대한 영토.민족회복 의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도리 어 북한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나 연고권을 주장하기 위한 의도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동북공정의 이면에는 9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대한 동북3성(만주)지역에서의 한국인들의 활동과 조선족들에 대한 영향력 및 국내의 통일운동에 영향을 받았다는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고구려사가 중국에 귀속된다면 고조선.부여.발해.통일신라를 매개 해주는 연결고리가 사라져 통일신라 이후 한반도 지역의 역사만이 한국사로 남게된다"며 "이는 한국사의 시간적.공간적 축소를 의미하는 한편 종래의 한국사를 근거로 형성된 한민족의 주체성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고구려사 문제는 학계 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해결해야 할 하나의 국책 과제로 인식되며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고 연구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절박하다고 이 위원장은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와 같은 중화사상 위주의 학문연구는 패권주의의 발로로서 당분간 아시아사나 세계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료와 논리성의 부족으로 중국 자체의 역사연구에 상처를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화사상을 내건 중국역사가 끝없는 정복과 피정복으로 점철되지만 이민족에 지배당한 역사가 오랜 기간을 차지하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으며 4세기초부터 시작된 5胡16國이나 요(遼).금(金).원(元).청(淸) 등은 사실상 이민족의 지배였으나 이 모 든 역사를 중국역사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은 지나친 중화사상의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중국의 영역이 고대 고구려나 발해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이를 연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한 때 현재의 중국 영토를 차지했던 어느 나라 또는 민족이라는 관점과 범주에서 서술해야지 지금의 역 사상황을 고대로 소급해 영토주권에 내재된 시간적 단절성을 무시한 채 역사주권에 까지 확대하려는 것은 학문적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그 반대로 역사주권을 고집하는 연장선상에서 그것이 갖고 있는 영토권의 현재성을 무시한 채 영토주권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도 현명하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우리 정부에 고구려사 시정을 위한 지속적이고 강력한 노력을 요구하고 중국정부에 대해서는 동북공정의 중단과 상대국 역사존중 의식을 촉구하는 시민선언을 채택했다.

(연합뉴스 / 이영희 기자 2004-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