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일기 우기면 내것 되나”

“반만년 이 터전에/ 강직하게 살았거늘…우리 피를/ 저들 피라 우기고 있네…두눈으로 똑바로 보라/ 우리 피는 우리 민족 것이니”(안계고 손동욱군) 전국의 초·중·고교생들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항의하며 한국과 중국 정부에 보낼 그림을 그리고, 시와 편지를 썼다. 고구려지킴이 활동을 벌여온 시민단체 국학운동시민연합은 8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이를 공개하고, 조만간 청와대와 중국 외교부에 공식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연합에 가입한 교사들이 가르치는 서울 우이초등학교, 인천 용현초등학교, 제천 동중학교, 용인 서원중학교, 경북 안계고등학교, 용인고등학교 등 6개 학교에서 380여명이 참여하여 만든 것이다.

학생들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는 “어린아이 떼쓰기 같다. ”고 비판하면서도 우리정부와 국민에게도 “반짝하다가 잊는 일은 이번만은 없어야 한다. ”고 어른스럽게 주문했다.

글로 표현하는 것이 서툰 초등학생들은 주로 그림을 그렸다. 태극기를 그려놓기도 했고, 고구려가 수나라와 당나라의 침공을 막는 모습을 표현해놓기도 했다. 용현초등학교의 어린이는 최근 올림픽 양궁경기를 본 감동이 남아서인지 양궁선수를 그려놓고는 “고구려는 활, 대한민국도 활, 고구려 역사는 대한민국”이라고 적었다.

중·고교생들은 중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보내는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용인고 2학년 구혜선양은 “중국에 자신의 것이 소중하듯이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우리에겐 소중하다. ”면서 “우리의 소중한 역사가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고 말했다. 같은 학교 이수지양은 “내가 써온 일기를 친구가 가져간다고 일기가 친구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따지면서 “우길 것을 우기세요. 정말 터무니없다. ”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안계고 손동일 군은 “최근 합작드라마를 찍는 등 한국과 중국이 교류도 활발하고 친한 나라인 줄 알았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서원중 박경주양은 “우리가 아무리 작은 나라라도 겉으로 보이는 땅 크기로 싸우지 않고 정신으로 싸운다. ”면서 “우리의 대응을 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우리 정부와 국민들에게도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관심을 주문했다. 서원중의 한 학생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글에서 “이 조그마한 나라에서 올림픽 9위의 영광을 누렸는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정도는 막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며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같은 학교 이정원군은 “우리 국민은 말로만 심각할 뿐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 ”면서 “그만큼 우리 역사에 관심이 없다. ”고 질타했다. 이군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응하는 데 있어 “정부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깊이 생각해보고 해결책을 찾자.”고 설득하기도 했다.

한편 국학운동시민연합은 지난달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가 합의한 5개항을 중국 정부의 진정한 사과라고 받아들일 수 없으며, 외교부 홈페이지의 고구려사 관련 부분을 원상회복하라는 우리정부의 요구도 거부한 중국 정부의 진의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국학운동시민연합은 10일부터 두 차례에 걸쳐 경남 마산을 시작으로 경상,전라,충청,경기를 거쳐 서울에 이르는 1124㎞를 5800여명이 이어달리며 주변국들의 역사침탈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기로 했다.

(서울신문 / 김효섭 기자 2004-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