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족, 단일 혈통 아니다"

난링·우이산맥 경계로 남북 차이 뚜렷

중국의 한족(漢族)은 한 핏줄이 아닌 다종족(多種族)의 문화적 형성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중국과학원의 연구 조사팀이 남북 각 지역 한족의 혈액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결과다.

북경과기보(北京科技報)는 8일 중국과학원의 발육생물학연구소 위안이다(袁義達) 연구원의 최근 저서 '중국 성씨:집단 유전과 인구 분포(中國姓氏:群體遺傳和人口分布)'를 소개하면서 "중국 남부와 북부 한족 사이에는 유전자 구조상 차이가 존재함이 밝혀졌다. 이 차이는 남북 한족과 인근 소수민족 간의 차이보다도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생물 유전자학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중국의 한족은 단지 문화적인 공동체일 뿐 혈연적인 연대는 없는 집단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 지금까지 한족 사이의 혈통이 남부 양쯔강(揚子江)을 기준으로 남과 북으로 갈라진다는 속설이 내려왔으나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북 간 한족 차이는 푸젠(福建)성 우이산(武夷山)과 후난(湖南).광둥(廣東)을 가르는 난링(南嶺)산맥을 기점으로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조사 보고서는 1918년에 처음 중국인 혈액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뒤 만들어진 305건의 문헌자료(조사대상 사람 수는 90만9900명)를 대상으로 혈액 특성의 지역적 분포를 다시 분석한 것이다.

주로 혈액형과 혈액 속의 효소 또는 단백질의 분포가 지역적으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에 초점을 뒀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 한족의 혈액적 친연성은 주로 성씨(姓氏)를 중심으로 강하게 보존돼 왔다.

또 성씨 분포를 조사해보면 남북 한족 간의 혈통적 차이는 송대(宋代)에서 이미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유추할 수 있었다.

아울러 명대(明代) 이후 남북 한족 분포는 현재 상태와 거의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성씨의 역사는 4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한족 혈통의 근원지는 중국 서북부와 중북부의 중원(中原)지역이라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아울러 "한족에 의해 만들어진 성씨도 나중에 수많은 주변 민족이 차용해 쓰면서 성씨 집단의 규모가 커졌다"고 소개했다.

북방 한족은 주변의 흉노(匈奴)와 선비(鮮卑).돌궐(突厥) 및 몽골족과 혈연적으로 합쳐졌으며 남방의 한족들은 원래 그 지역에 거주해 왔던 남월(南越)과 교지(交趾) 등의 남(南)몽골족과 피가 섞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책은 "북방지역이 전체적으로 평탄한 지형을 보여 민족 사이의 혼혈과 언어의 통일이 빨리 이뤄진 반면 남부는 통행이 불편한 우이산과 난링산맥으로 인종 간 교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남부 한족 사이에는 언어와 혈통 계통이 서로 갈라진 '종족의 섬(族群島)' 형태가 관찰된다고 이 보고서는 전했다.

(중앙일보 / 유광종 특파원 200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