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 다시 원점으로

지난 93년 고속철도 열차가 프랑스 TGV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당시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 반환의사를 밝힌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이 반환방식을 둘러싼 갈등 끝에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외규장각 반환 협상, 10년 넘게 끌다 원점 회귀
  
외규장각 도서는 프랑스가 1866년 병인양요 때 약탈해간 외규장각(정조 5년인 1781년 강화도에 설치된 규장각의 부속 도서관) 도서 1백91종 2백97책으로, 외규장각 도서 반환문제는 한국과 프랑스의 오랜 외교분쟁거리였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문제는 지난 99년부터 양국이 민간 대표를 각각 임명해 협상으로 타결을 모색했다. 결국 양국 민간대표는 2001년 7월 "프랑스의 외규장각 어람용 도서(御覽用 圖書·임금이 보는 책)와 한국의 비(非)어람용 복본(複本)을 상호 대여하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이 합의를 수용할 것인가에 대해 수년간 내부 논의를 벌여오다 최근 민간 대표단끼리의 협상안을 백지화하고 정부 차원에서 재협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탈당한 문화재를 대여 형식으로 돌려받는다는 것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학계의 반발도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한국측 민간 대표였던 한상진 서울대 교수를 대표직에서 해촉하고 조만간 고위직 출신의 외교관을 ‘외규장각 협상 전담 대사’로 임명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외규장각 도서 반환협상의 근본 성격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며, 이미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재가를 받은 상태로 프랑스측에도 곧 이같은 결정사항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시안 / 이승선 기자 200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