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조선족 동포에 힘 얻었죠”

“도움을 주러갔다가 오히려 큰 힘을 얻고 왔습니다. 조선족 동포들은 당당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국제 라이온스클럽 광주지구 박종수 총재(64)가 회원 66명과 함께 중국 지린(吉林)성 룽징(龍井)시를 다녀온 후 털어놓은 소감이다.

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은 1일부터 닷새동안 자매결연 단체인 룽징시 자선총회(회장 박호만)를 방문, 암소 48마리, 고교 국사책 70여권, 한복 20벌, 무궁화 그림 2점 등을 전달했다. 이들 기증품은 박회장 등과 함께 독립운동가 후손 가정을 돌며 일일이 나눠줬다.

룽징시는 일제 강점기 때 선각자들이 모여 독립운동을 한 곳. 헤이그 밀사사건의 주역 이상설 선생이 설립한 ‘서전서숙’, ‘윤동주 시인’ ‘룽징중학’ ‘대성중학’과 가곡 ‘선구자’에 나오는 ‘일송정’ ‘해란강’이 룽징에 있다.

두 단체간의 인연은 3년전 라이온스 광주지구 회원인 남화토건 최상옥 회장이 룽징중학교에 도서관을 지어 준 것이 계기가 됐다. 룽징시장을 지낸 동포들의 모임인 자선총회가 광주와 교류를 제안하면서 올초 자매결연을 했다.

박총재는 “광주가 민주화 성지라면, 룽징은 독립군 후손들이 사는 의로운 민족도시라는 점에서 금방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광주라이온스는 자매결연 기념으로 암소 20마리를 전달했다. 이들 소는 벌써 10마리 새끼를 낳아 만주벌판에서 풀을 뜯고 있다.

박총재는 이번에 가장 보람있었던 일로 국사책 전달을 들었다.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국내 반발로 한국 관광객들에 대한 중국측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고구려는 우리 땅’이라고 못박고 있는 국사책은 ‘반입 금지품목’이었기 때문이다. 류형용 사무총장(60)은 “처음엔 70여권을 한꺼번에 묶었다가 중국세관에 적발되면 큰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한분 한분이 품에 감추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무사히 도착한 역사책을 받은 룽징 동포들은 눈물로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양희준 재무총장(54)은 “독립군의 후손들은 만주는 분명 우리민족 고구려가 있었던 땅이라고 당당히 말했다”면서 “그들에게 힘이 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 배명재 기자 200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