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길수 교수 "中 구두약속으로 끝날 싸움 아냐"

94년 6월 고구려연구회를 창립해 10년 동안 이끌어 오며 고구려연구회를 민간 최대 고구려 연구단체로 자리잡게 한 서길수 서경대 교수(60)가 최근 회장직을 사퇴했다.

서 교수는 지난달 28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고구려연구회는 이를 수용하고 서영수 단국대 교수를 후임 추대위원장으로 해 조만간 후임 회장을 선임하기로 했다.

서 전 회장은 "고구려연구회를 조직한 것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고구려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함이었다”며 "지금은 관련 연구자도 많이 배출됐고, 국가에서도 예산 50억원을 내놓는 등 상황이 좋아진 만큼 홀가분한 마음으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이끌어온 고구려연구회는 그 동안 학술논문집 17집과 학술총서 3집을 발간하고 고구려 국제학술대회(10회), 전시회(11회), 외국 유적 답사(10차) 등을 통해 고구려사를 대중화ㆍ전문화하는데 선구자 구실을 했다.

중국에서 안시성을 찾다 수많은 고구려 유적들을 접하고 충격을 받은 서 전 회장은 그 후 "압록강 두만강 강줄기가 눈감고도 훤하다”고 말할 정도로 15년 동안 고구려 유적을 찾아 만주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그가 중국을 방문한 횟수만 40번이 넘고, 직접 오른 고구려성만 130여 개에 달한다. 그때 그때 찍은 사진 자료만 1만장이 넘는다. 비디오 자료도 100여 시간에 달한다.

"앞으로 5년 동안 기금까지 모은 자료를 정리할 생각”이라는 서 전 회장은 " 조직에서 일하는 것보다 그 동안 모은 자료들을 정리해 내놓는 것이 고구려 연구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서 전 회장은 중국과 벌이고 있는 역사분쟁에 대해 "지금 상황은 전쟁으로 비유하자면 수도침략(교과서 왜곡)만 하지 않은 상태”라며 "지금까지 쳐들어온 곳에서 물러나야 전쟁이 끝나는 것이지 기존 것은 그대로 두고 현 상태에서 멈추는 것이 어떻게 전쟁이 끝난 것이냐”며 중국측 교과서 왜곡 방지 구두약속 만으로 그 동안 내놓은 수많은 학술 논문과 현장 유적에 대한 왜곡을 덮어두려는 정부측 안일함을 질타했다.

그는 "중국과 역사 분쟁은 특정 부처에서만 대응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총리나 대통령 직속 대책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전 회장은 중국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국고로 설립된 고구려연구 재단에 대해서는 "새롭게 시작해보겠다는 의욕만 앞설 뿐 기존 연구인력과 성과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다”며 운영상 아쉬움을 토로했다.

(매일경제 / 노현 기자 200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