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 현실화 우려 고조

한은. KDI 경기 하강국면 시사..경제 지표 `빨간불'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지적..불황 형태 논란 올 성장률도 한은총재 5% '내외' 언급

우리나라 경제의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체감경기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경기전망에 신중해야 할 중앙은행 총재와 국책연구소까지 경기 하강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수출과 투자, 물가, 소비 등 경제지표들까지 모두 빨간불을 켜고 있고 경제주체인 기업과 민간의 투자심리와 소비심리도 점점 얼어 붙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불황의 형태를 두고 더블딥(경기 이중하강) 이냐, L자형이냐 등의 논란도 일어나고 있다.

◆ 한은 총재. KDI 경기 하강국면 진단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9일 콜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면서 "전반적인 경기동향은 상향세보다 하향세가 우세하다"며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박 총재는 이어 "앞으로 내수회복이 기대되지만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으로 예 상되고 생산과 수출도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추세는 약화되고 있으며 건설활동과 서비스활동, 고용사정도 모두 저조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도 "5% 내외를 유지한다"고 했지만 `내외' 라는 표현을 사용, 여운을 남겼다.

박 총재가 `5% 내외'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경기 하향국면을 예고한 뒤라 5% 이상보다는 5% 미만의 의미로 해석되기에 충분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한은의 공식 전망치인 5.2%는 물론 5%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또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월 경제동향'자료를 통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등 경기관련 지표들이 4개월 연속 하락해 경기가 완만히 하강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가 경기의 하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올들어 처음이어서 앞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될 수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6일 "성장정책의 효과가 참여정부 말년이나 다음 정부 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고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지난달 27일 " 경기회복을 체감하려면 1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밝혀 박 총재와 KDI의 전망과 맥락 을 같이했다.

◆ 경제지표 `빨간불' 일색

우울한 전망을 뒷받침하듯 경제지표들도 악화 투성이다.

경제성장을 홀로 이끌고 있는 수출의 증가율은 지난 5월 41.9%, 6월 38.1%, 7월 36.3%로 둔화되더니 8월에는 9개월만에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져 29.3%에 그쳤다.

하루 평균 수출액도 4월 9억4천만달러, 5월 9억3천만달러, 6월 8억7천만달러, 7월 8억9천만달러, 8월 8억3천만달러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 그나마 살아나는듯 했던 설비투자 증가율도 지난 7월 2.5%에 그쳐 6월의 7.7 %보다 증가폭이 둔화됐고 지난 7월 소비재 판매도 6월보다 0.3%가 줄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도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있다.

산업은행이 최근 1천218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업체의 오는 4.4분기 사업개황지수(BSI)는 90으로 3.4분기의 104보다 큰 폭으로 떨어 져 지난 2001년 1.4분기(87) 이후 3년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1천48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4년 4.4 분기 경기전망조사에서도 4.4분기 전망지수(BSI)는 79로 3.4분기의 89보다 훨씬 떨 어졌고 지난 2001년 1.4분기(63) 이후 가장 낮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 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 평가지수가 63.1을 기록, 4개월 연속 하락하며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1998년 11월의 65.9보다도 낮아졌다.

◆ 물가 고공 행진..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이런 가운데 물가까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는 4.8% 올라 3년1개월만에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자물가지수도 지난달에 작년 동기보다 7.5%올라 5년9 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박 총재도 "물가가 8월중에 크게 올랐지만 상승 요인의 80%가 농산물과 유가 상승에 있기 때문에 9월부터는 오름세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연말 소비자 물가와 근원물가가 각각 4%와 3%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물가에 대한 관심과 노력 을 강조했다.

결국 소비자물가가 정부의 목표치인 3%대 중반을 넘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여서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성장, 고물가로 대변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더블딥'인가, `L'자형 장기불황인가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불황의 유형을 두고 `더블딥(Double Dip)' 또 는 `L자형' 등의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LG경제연구소의 송태정 부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회복다운 경기회복을 경험하지 못한 채 내년부터 다시 경기가 하강할 경우 2003년 1월부터 시작된 경기침체가 3 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침체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이후 수출주도로 이뤄진 완만한 경기회복을 인정한다면 과거 경기호황 평균지속인 33개월의 절반수준에 그치는 17-18개월의 짧은 경기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른바 `더블딥' 현상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연구원은 그러나 "더블딥 현상은 짧으나마 경기회복이 이뤄진 것을 전제로 하지만 과연 최근에 경기회복을 제대로 경험했는지가 의문이며 `L'자형 장기불황쪽에 더 가까운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수출 증가율이 둔화돼 장기침체 가능성이 있다"며 "무엇보다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소비와 설비투자가 되살아나야 하는데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등 구조적인 문제로 회복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 이상원기자 2004-9-9)

외환보유액이 총외채보다 많아졌다

사상 첫 추월..과다보유 논란 일 듯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사상 처음으로 총외채(총대외지불부담)를 넘어섰다.

이는 쌓아놓은 외화만으로도 해외에 진 빚을 모두 갚고도 남는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되지만 외환보유 규모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일어날 전망이다.

8일 재정경제부가 낸 `9월 주요 경제지표'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천704억9천만달러(잠정)로 3월말 기준 총외채 규모인 1천69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외환보유액이 총외채를 추월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사태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우리나라로서는 명실상부한 대외지불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정부와 금융계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IMF사태가 닥쳤던 97년말 외환보유액은 당시 총외채 1천742억 달러의 19분의 1 수준인 88억7천만달러로 총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에 그쳤으나 ▲98년말 29. 6% ▲99년말 48.4% ▲2000년말 64.7% ▲2001년말 78.6% ▲2002년말 84.3% ▲2003년 말 96.5%에 달하는 등 해마다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왔다.

6월말 기준 총외채는 이달 중순께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특별한 외채증가 요인이 없었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총외채 규모를 웃돌 것이라는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이처럼 외환보유액이 총외채 규모를 넘어선데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대외지불능력이 크게 향상된데 의미를 부여하며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으나 국제기구나 외국 금융기관, 신용평가기관 등이 제기하고 있는 외환보유액 과다보유 논란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 상반기 펴낸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외환보유액이 단기외채보다 많은 현 상태에서 외환보유액을 계속적으로 축적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어느 정도가 적정 외환보유액이라고 추정하기는 곤란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 비중, 일본.중국 등의 외환보유 규모를 감안하면 결코 많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에다 기업과 개인이 국내외에 보유중인 외화 등을 포함하는 대외채권 규모는 2000년말 1천673억 달러로 총외채 1천485억달러를 추월, 189억달러의 순채권을 기록했으며 이후 2001년말 347억달러, 2002년말 421억달러, 2003년말 650억달러, 2004년 1.4분기말 739억달러로 순채권 규모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 노효동 기자 2004-9-8)

<초점> 경제 갈수록 수렁..조기회복 기대난

소비.투자지표 마이너스 일색..체감경기도 악화
내수기반 붕괴, 복원력 상실 우려 시각도


경제가 갈수록 침체의 수렁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맡아온 수출은 점차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경기가 '미약한 회복'의 조짐도 없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내수경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서비스업 생산은 `반짝 회복세'를 접고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가계 씀씀이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가 한결같이 죽을 쑤고 있다.

이러다가는 내수기반 자체가 흔들려 복원력(復元力)을 잃는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각종 경제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뒤늦은 `시각교정'에 나선 것도 이같은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반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내수지표 마이너스 일색

내수 불황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7월중 서비스업 생산은 작년 7월보다 1.2% 줄어 통계청이 서비스업 동향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소비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소매업이 0.7% 감소, 전월(0.3%)보다 오히려 낙폭이 커지면서 무려  18개월째 마이너스 감소세다.

자동차 판매는 전반적 수요부진에 신차출시 대기효과까지 겹쳐 9.0% 줄었다.

지난달 반짝 증가율(0.6%)을 보였던 숙박.음식점업이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마이너스(-0.4%)로 돌아섰다.

부동산.임대업은 건설경기 불황과 설비투자 위축의 직격탄을 맞아 작년 7월보다 11.5% 줄어 4개월 연속 두자리수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가장 우려스런 대목은 산업용 기계장비 임대업이 무려 22.9% 감소한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생산을 더 늘리려고 설비를 확충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설비투자  침체가 얼마나 부진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운수업 중에서도 육상운송은 -0.3%로 사상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 소비심리 급랭..소비자들 지갑 더 닫아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가계는 더욱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먹고, 입고, 노는' 활동을 자제하려는 비경제적 소비행태가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장바구니 경기를 보여주는 백화점.할인점.슈퍼마켓 등 종합소매부문은 지난 7월 1.8% 감소, 지난 6월(-0.9%)보다 더 부진했다.

무점포소매업과 음식료품도 각각 8.8%와 7.6% 감소했다.

음식점업 가운데에는 그나마 매출이 좋았던 제과점업이 15.3%의 감소세를  보였고 일반음식점도 -1.9%로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보였다.

오락.문화.운동관련 서비스업도 -2.2%로 5개월째 감소세다. 영화와 방송업은 8.9%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마.경륜 등 오락스포츠나 유원지.  테마파크.오락장 업종은 무려 6.7%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역시 여름 휴가철로는 이례적인 수치다.

내수불황의 여파는 교육서비스업에도 밀려들어 7월중 -9.6%로 사상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 체감경기는 더 얼어붙어

이같은 내수지표 하강보다도 체감경기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특히 가계는 물론 기업의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보증기금이 1천700개를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기실사조사  결과에 따르면 3.4분기의 경기실사지수(BSI)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4분기의  56이후 가장 낮은 81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순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4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중소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업은행이 976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4년 하반기 자금수요 및 자금사정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반기에 설비투자를 실시했거나 실시할 예정인 업체의 비율은 44.4%로 상반기의 54.9%보다 10.5%포인트나 감소했다.
   
◆ 조기회복 기대난...정부 `시각교정'

이처럼 경제가 회복세로 전환되기는커녕 그대로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정부의 시각과 대응태도도 점차 바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6일 MBC 특별대담프로에서 "성장정책의 효과가 참여정부  말년 또는 다음 정부때 나타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분배정책의 중요성을 빼놓지 않았지만 "성장 정책은 한시도 놓치지 않고 있고, 강력한 성장정책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례브리핑에서 "경기 회복을 체감하려면 앞으로 1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한 발언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우리경제가 위기는 아니지만 서민경제의 중심축인 자영업자나  자가종사자들이 체감경기 회복을 느끼려면 현실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경제정책의 방향을 정하고 집행하는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 / 노효동 기자 2004-9-6) 

[국정홍보처] 건설시장 활성화, 소비진작 등 4대 정책 마련

이해찬 국무총리, 국정브리핑 1주년 기념 대담 " 3급 이상 '고위공무원단' 신설····부처 이기주의 허물 터"

◎ 이해찬 국무총리는 1일 “당면 경제회복을 위해 건설시장 활성화, 신용불량자 대책, 소비진작 대책, 고유가 대책 등 4대 정책을 집중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이 총리는 <국정브리핑> 1주년 및 <코리아플러스> 창간 기념 대담을 통해 이 같이 밝히고 “유가문제 등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최근의 요인들이 일시에 해결되기도 어려운 만큼 차근차근 일관성 있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 했다.

◎ 이 총리는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강도 높은 정책을 펼쳐온 건설시장의 경우, 투기는 잡았는데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이를 연착륙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사회간접자본시설(SOC) 등 국가필수 시설을 중심으로 경기를 진작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신용불량자대책은 “카드남발로 신불자가 생겨나고 따라서 소비가 늘어나지 못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문제 해결책을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 특히 고구려사 왜곡문제에 대해 이 총리는 “최근 국정현안조정회의 때도 언급한 것처럼, 고구려는 당연히 우리의 역사이며 중국이 이를 훼손하는 일은 절대로 받아 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또한 “장기적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만 우리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역사라는 것을 아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 ≫ 우리가 연구를 많이 해서 고구려사가 우리 역사임을 확실히 입증하는 자료를 많이 발굴하고 ≫ 이를 번역해 세계 사람들이 다 알도록 알리며 ≫ 국민들 스스로 우리 역사 임을 알 수 있도록 의식 교육을 하는 것 등 세 가지 방향에서 대처하도록 각 부처에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 공무원의 인사시스템 혁신과 관련, "3급 이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고위 공무원단'을 만들고 소속을 각 부처가 아니라 중앙인사위원회로 하겠다“며 ”이렇게 되면 공무원들도 특정한 부처 소속이 아니라 국가 소속이라는 의식을 갖게 됨으로써 부처의 벽을 허물어뜨리고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 했다.

◎ 이를 위해 이 총리는 필요한 인원을 각 부처에서 스카우트하는 식으로 운영키로 방침을 정하고, 세부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 붙임 : 국정브리핑 국무총리 대담 기사 전문 이해찬 국무총리 대담 전문

도명정 교수 :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부임했을 때 저를 비롯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긴장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에 교육부 장관 등을 역임했는데, 그런 경륜이 국무총리직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십니까.

이해찬 국무총리 : 국무총리는 말 그대로 국정을 모두 보살펴야 하는 자리입니다. 국민의 안전한 생활에서 국가의 장기적 비전까지 일의 범위가 아주 넓습니다. 제가 당에서는 주로 정책위 의장을 하지 않았습니까. 서울시 행정에는 외교·국방을 빼놓고는 한국에 있는 문제는 다 들어 있습니다. 국정은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죠. 제가 1988년 13대 국회의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지 17년째입니다. 지금까지 큰 경험들이 다 도움이 돼요.

도 교수 : 마침 노무현 대통령께서 일상적인 국정운영은 국무총리가 총괄하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최근에 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을 두고 언론에서는 '분권형 국정운영'이나 '책임총리제'의 시작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습니다. 노 대통령의 이런 말씀을 이 총리께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이 총리 : 분권형 국정운영이나 책임총리제 개념은 아닙니다. 대통령께서는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기획하는 큰 국정 과제 중심으로 일을 하시고 거기서 정해진 방향을 가지고 실행, 관리, 집행하는 일은 국무총리 중심으로 하도록 하겠다는 뜻입니다. 우리 헌법에도 그렇게 되어있죠. 그렇게 역할분담하는 것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정해진 국정과제를 집행하는 쪽에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대통령께서 거들어 주셔야 할 일이 많이 있죠. 그런 때는 대통령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조정하려고 합 니다.

도 교수 : 취임사에서 '정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씀했습니다. 국무총리께서는 현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총리 : 우리는 6·25전쟁을 겪은 나라이고, 현재 남북이 대치하고 있지 않습니까 . 최근에는 국제사회 테러가 극심해졌고요. 현안으로는 이라크에 파병돼 있는 우리 군의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근본적으로는 남북 대치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는 것이 정부로서는 큰 일이죠. 그리고 우리 사회 여러 시설에 대한 안전 관리 또한 중요합니다. 제 경험에 비춰 안전 시설에 대한 예방, 점검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도 교수 : 취임하시면서 한편으로 '정부혁신'과 '부정부패 청산'을 강조했습니다. 해묵은 이런 과제에 대해 지난 모든 정부가 출범 초기 같은 말을 했지만 국민은 큰 성과가 있었느냐 하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 총리의 가장 큰 장점은 추진력이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입니다. 그래서 국민은 이 총리에게 큰 기대를 거는 것 같은데 희망을 가져도 좋겠습니까.

이 물음에 이해찬 총리는 "두 가지 문제는 공직사회에서 중요한 일"이라면서 '부정부패 청산' 문제를 먼저 언급했다.

이총리 :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2002년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경유착의 고리는 많이 끊어졌어요. 이를 계기로 공무원 사회에서 부패 고리들을 끊어 나가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방정부에서는 아직도 자잘한 비리들이 많이 있거든요. 거기까지 부패 고리들을 걷어내야 비로소 국민이 체감할 것입니다. 그런 방향으로 차차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이 총리는 '공무원연금제도'를 언급하면서 '굉장한 혜택'이라고 강조했다. " 공무원들이 그런 혜택을 받는 만큼 부패에 물들지 않는 풍토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고 나서 이 총리는 '정부 혁신'에 대한 방향을 이렇게 정리해 말했 다.

"지금 공무원들은 신분이 안정돼 있고 정년이 보장되지 않습니까. 그렇다 보니 공무원들이 자기혁신을 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시대 상황, 국민의 요구는 자꾸 바뀌어 갑니다. 그런데 공무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아 그런 요구에 못 따라가는 겁니다. 공무원들이 자기혁신,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상황과 요구, 수요에 맞춰 발전해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역점을 두고 있고요."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앞서 말한 새로운 공무원 시스템 혁신의 일환으로 '고위 공무원단'이라는 처방을 1차로 내놓았다.

"3급 이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고위 공무원단'을 만들려고 합니다. 소속 또한 각 부처가 아니라 중앙인사위원회로 하고요. 그래서 각 부처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스카우트하는 식으로 운영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공무원들도 특정한 부처 소속이 아니라 국가 소속이라는 의식을 갖게 됨으로써 부처의 벽을 허물어뜨리고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도 교수 : 저도 공직생활을 오래 했습니다만 '정부 혁신' '부정부패 청산' 작업은 과거 정부 때부터 꾸준히 해왔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해주었으면 합니다. 요즘 국민은 경제가 매우 어렵다고들 말하고, 저 또한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또 우리 경제의 앞날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이 총리 : 수출 쪽은 아주 좋습니다. 다만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 국민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그 이유를 4가지 정도로 꼽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 이유로 이 총리는 '건설시장이 극도로 침체되어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규모가 아주 큰데 가장 침체돼 있는 부문입니다. 물론 정부는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강도 높은 정책을 펴왔죠. 투기는 잡았는데 건설 경기는 전반적으로 침체돼 이를 연착륙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부동산이 아닌 건설 부문, 예를 들면 사회간접자 본시설(SOC) 등 국가가 필요로 하는 필수 시설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쪽에서 건설 경기를 진작시키는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이 총리는 두번째 이유로 '신용불량자' 문제를 들었다.

"두번째는 신용불량자가 갑자기 많이 늘어나지 않았습니까. 카드 남발로 인해서요. 그 사람들이 낭비하듯 하다 신용 불량으로 더 이상 소비를 하지 못하자 내수가 얼어 붙은 거죠. 신용불량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보다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이 총리는 또 '상류 계층의 소비 행태' '고유가' 등도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우는 요인으로 꼽았다.

"상류 계층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소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골프·관광 등으로 말입니다. 그들이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 다음 하나가 고유가 문제입니다. 우리의 예상보다 유가 상승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유가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정부 차원에서 여러 가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 현주소에 대한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이 총리는 단계별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런 어려움을 가져온 요인들을 일시에 해소하기는 어렵죠. 지금부터 차근차근, 일관성 있게 대처해 나갈 생각입니다. 우리 경제가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듯 그렇게 위기는 아니거든요. 국민도 그런 점을 이해해서 저축도 해야 하지만 소비도 좀 하시도록 부탁드립니다."

도 교수 : 신행정수도 건설는 후보지까지 선정하는 등 정부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국민 사이에 여러 논란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본격적 추진 이전에 국민적 합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또 경제가 어려운 이 시기에 꼭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식의 여론에 대해 이 총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총리 :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관련법이 아무런 이의 없이 통과됐습니다. 국민적 합의의 법적 요건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습니다. 다만 국민에게 설명이 좀 부족 했던 것 같아요. 그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전국을 돌면서 신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의견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공청회를 했죠. 그리고 행정수도를 지금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실제로 공사가 시작되는 것은 2007년부터입니 다. 30년 동안 도시를 만들어가는 장기 사업이죠. 2007년까지 정부가 투자하는 예산은 사실상 없습니다.

도 교수 :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도 언론 보도를 보면 행정수도 이전을 '천도'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총리 : 서울이 600년 동안 수도 역할을 해 왔잖습니까.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수도는 으레 서울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죠. 다른 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행정과 경제 중심이 분리돼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서울 전체가 옮겨가면 천도라고 볼 수 있겠죠. 그게 아닙니다. 서울은 경제 중심지로서 더 발전해 가고, 행정 기능 만 신행정수도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대법원과 국회는 별도로 판단할 것입니다. 대법원은 제가 보기에는 서울에 있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합니다. 국회는 행정부와 관계가 긴밀하기 때문에 신행정수도로의 이전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국회는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있어 자체적으로 판단할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천도라고 주장하는 것은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쪽에서 국민을 현혹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도 교수 :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 사이에는 행정수도를 이전하면 서울과 수도권은 황폐화될 것이라는 걱정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이 총리는 출신 지역구도 서울이시고, 서울 시정책임도 맡은 바 있어 누구보다 서울 시민의 생각을 잘 읽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의 걱정에 대해 국무총리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또 행정수도가 이전하면 서울과 수도권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 총리 : 서울은 만원이라는 얘기가 나온 지 벌써 40년이 넘었잖아요? 지금은 만원이 아니고 초만원이거든요. 그만큼 서울 시민들의 생활의 질이 열악해진 것 아닙니까. 그리고 서울에 행정기관이 있음으로 해서 규제가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행정수도를 이전하면 규제 또한 선택적으로 완화할 수 있어 서울은 오히려 경제활동을 하기에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이죠.

도 교수 : 주한미군 일부 감축과 함께 미군 기지의 한강 이남 이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안보와 관련, 국민들이 다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이런 안보 불안감을 이 총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이에 대한 정부대책은 무엇입니까.

이 총리 : 미국이 9.11 테러 사건 이후 군사전략을 바꿨습니다. 그 이전에는 주둔군 중심으로 방위 전략을 짰죠. 그런데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기동성이 있는, 필요에 따라 기동 타격력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라크 전 쟁이나 다른 전쟁에서 보듯이 현대전은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기기전으로 전쟁 개념이 엄청나게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런 군사 전략의 일환으로 주한미군도 재배치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위치는 바꾸지만 방위력을 증강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국민들이 걱정을 안하셔도 됩니다. 자꾸 재래식 전쟁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이거든요. 다만 그래도 남북이 대치해 있는 상황 아닙니까. 또 전쟁을 무기만 갖고 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국민 심리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안보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국민들과 함께하는 계속해서 안보 태세를 강화해 나갈 생각입니다.

도 교수 : 최근 중국의 우리 역사 왜곡 문제가 상당히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분개하고 자존심 상해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우리 정부에서 나름대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입니까.

이 총리 : 그것은 국정 현안 조정 회의를 할 때도 이런 방침을 지시를 했는데요. 우선은 고구려는 당연히 우리의 역사입니다. 중국이 이를 훼손하는 일은 절대로 받아 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외교부를 통해 중국 정부를 대상으로 강력히 항의하고 시정 을 끊임없이 요구하도록 지시해 놓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만 우리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역사라는 것 을 아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가 연구를 많이 해서 고구려사가 우리 역사임을 확실히 입증하는 자료를 많이 발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번역해 세계 사람들이 다 알도록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민들 스스로 우리 역사임을 알 수 있도록 의식을 갖도록 교육을 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방향에서 대처하도록 각 부처에 지침을 주었습니다.

그런 방향에서 계속해서 일을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도 교수 : 국무총리로 지명됐을 때 과거에 모셨던 경험을 기억하면서 국정이 안정을 찾으리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국민의 기억 속에 어떤 국무총리로 남고 싶습니까.

이 총리 : 시작할 때부터 일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통령께서 기대한 것 또한 바로 그런 것이고요. 그동안 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해 대독하거나 의전을 맡는 것으로 좀 제한된 역할을 해왔습니다. 저는 그런 역할보다 국정을 관리하고 실행하는 일을 중심으로 하려고 합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선진 민주사회로 가야 하거든요. 그것을 국정의 큰 방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첫째 인적자원 개발, 둘째 기술력 제고, 셋째 개방경쟁 체제로 만드는 것 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 토대를 구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총리는 오전 5시30분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이 대담이 있던 날도 이 총리의 하루는 '아침 직원조회'부터 '공관 국회의원 만찬'까지 모두 12개의 일정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이 총리는 국무총리직을 '만인지상'(萬人之上)이 아니라 '만사지관'(萬事之官)자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연합뉴스 200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