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권리 차원 한일협정 문서공개 검토, 달라이 라마 방한 '종합적 검토' 가능"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 관련문서 공개를 요구하며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중인 가운데, 일본과의 외교문제 등을 이유로 문서공개를 거부해온 외교부가 범 정부적 과거사 청산 노력의 일환으로 국민의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 이의 공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대원칙도 있고, 한일간 외교관계에서 상대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두 가지 명제가 상충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외통부 차원의 과거사 청산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 한일협정 등의 외교문서 공개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근 아태지역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달 31일 귀국한 반 장관은 지난 4일 <오마이뉴스>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최근 한중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달라이 라마 방한문제, 경색된 남북관계, 6자회담 전망, 용산기지 이전비용 등 외교현안을 비롯해 영사업무 강화, 공관장직 외부개방 등 외교부 내의 혁신방안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중국 지도부, 동북공정 사태 오랫동안 방치 않을 것"

먼저 고구려사 강탈을 골자로 한 중국정부의 '동북공정' 추진과 관련, 반 장관은 "대단히 유감스런 일"이라고 전제하고 "중국 지도부도 이 사안을 오랫동안 방치하는 것이 한중간 발전에 도움 안된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이 문제가 잘 풀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이같은 처사에 대해 '대만카드' 활용이나 달라이 라마의 방한 허용 등 중국에 대해 좀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반 장관은 "'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차원에서 대만카드 활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언했으나 "달라이 라마 방한 문제는 한·중 관계의 큰 틀을 발전시킨다는 대원칙, 그의 방한이 갖는 불교계·문화계의 희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용산기지 이전비용(30억~50억 달러 추산)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반 장관은 "정확한 것은 마스터플랜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 한미 양국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그 이상은 넘지 않을 거라고 한다"고 밝혔다. 또 당초 덕수궁 터로 지목됐던 미 대사관 신축문제는 "현재 대체부지 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중"이라며 이 건은 이미 '물건너간 일'임을 분명히 했다.

비자 뒷거래 등 영사업무를 둘러싼 잡음에 대해 반 장관은 "인력 부족으로 국민들께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하고는 "인력 보강을 통해 영사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고 '콜센터' 등 도입으로 해외여행 및 체류 중인 우리국민들이 전화로 보호, 협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공관장직 대외개방 및 대사 근무자 일시 무보직 대기 등 인력관리 효율화에 대한 개선 요구에 대해서는 "T/O를 몇%로 정하기는 어려우나 개방화 추세를 더욱 늘려갈 방침"이라고 밝히고 "20~30년간 경력을 쌓아온 전문외교관을 바로 퇴직시키는 것은 국가차원에서 보면 인력낭비가 될 수 있다"며 개선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인터뷰에서 반 장관은 복수차관제 도입에 대해 강한 소신을 피력했다. 반 장관은 "국제사회에서 외교 수요를 감안할 때 복수차관제 도입은 절실하다"며 "국내업무 담당, 양자협상 담당, 다자협상 당당 등 각 1명씩 총 3명 정도의 차관이 필요하다"고 구체적으로 인원수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반 장관과의 인터뷰는 지난 4일 오전 11시부터 두시간 동안 세종로 외교부 청사 외교부장관실에서 있었다. 다음은 반 장관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한국 히트영화 뉴질랜드서 촬영...영화 공동제작 양해각서 체결 검토"

"외교 수요 감안할 때 차관 3명은 돼야"
미국 6, 북한 8, 러시아 15...유럽은 3~5명선

현 여건에서 외교 수요를 감안 할 때 한국도 외교차관이 3명은 돼야한다고 반기문 장관은 주장했다. 반 장관은 "차관 1명으로선 예산, 국회, 국무회의 등 일상적인 업무에 매달리다보면 외교 업무는 제역할을 할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부장관을 포함해 차관이 6명이며, 북한은 8명, 러시아는 23명이다가 최근 15명으로 줄었다. 또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외교차관이 3~5명 정도다. 반 장관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외교역량을 강화하려면 우리도 복수차관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몇 명 정도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반 장관은 "국내 업무와 일반행정 등을 총괄하는 사무차관 1명, 정무분야에서도 양자관계 담당 1명, 다자관계 담당 1명 등 3명 정도"라고 밝혔다. 통상 분야의 경우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이 별도로 있어서 별문제가 없다는 것.

정부차원의 논의 정도에 대해 그는 "현재 정부혁신위원회와 이 사안을 논의중이며, 윤성식 위원장도 공감한다는 얘기를 했다"며 "아직 대통령께는 보고를 드리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

- 최근 아태지역 순방하고 귀국한 걸로 안다. 무슨 일로 어디어디를 다녀왔나.

"8월 24일~31일까지 태국, 뉴질랜드, 호주 등 3개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이번 3개국 방문은 한반도 주변 강대국뿐만 아니라 전통우방국들과 우의를 다지는 동시에 외교다변화를 위한 전략 차원이었다.

태국은 아세안 중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다. 태국과는 문화교육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고, 우리 경제진출을 원활하게 하는 반덤핑, 수입규제 완화 요청 및 산업은행 지점 설치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호주와 뉴질랜드 두 나라는 국제무대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해 왔다. 뉴질랜드는 지난 1977년 박동진 장관 이후 27년만의 외교장관 방문이어서 이번 저의 방문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호주는 부존자원이 많고, 우리에겐 다섯번째 수출국으로 최근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히트한 몇몇 영화들이 뉴질랜드에서 촬영됐다는 걸 알았다. 이미 상영된 <실미도>와 <올드보이>는 물론 현재 <남극일기>라는 영화가 거기서 촬영중이었다. 헬렌 클락 뉴질랜드 수상이 <남극일기> 촬영장에 격려방문까지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뉴질랜드 영화 공동제작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생각이다."

- 장관 부임 후 김선일씨 피살사건 등 큰 일들이 많이 터졌던 것 같다. 가장 힘든 사건은 무엇인가.

"제일 힘들었던 사건은 아무래도 김선일씨 피납살해사건이었다고 생각된다. 외교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진 가운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가장 가슴아프고 힘들었다. 외교는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가 있어야 되는데 재외국민보호라는 면에서 국민들이 질책이 많았다. 외교부 책임자로서 이를 잘 처리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또 직원들 사기도 북돋워나가야하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반면 이번일을 통해 느낀 점도 많았다. 급변하는 정세와 국민 요구에 맞춰 외교부의 조직을 개혁해나갈 생각이다."

"재외 공관장직 개방 더욱 늘려나갈 것"

- 지난해 외교부 직원 발언파문 등으로 외교부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최근에는 '복수차관제'가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조직 혁신방안에 대해 소개해 달라.

"세가지 분야가 있다. 첫째는 업무혁신, 둘째는 조직혁신, 셋째는 인사혁신 등이다. 이 중 조직과 인사는 중앙인사위원회 등과의 논의와 협력이 필요한 사항이다. 복수차관제는 수 년 전부터 거론해 왔으나 우리나라에선 1부처 1차관이라는 관념이 강하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외교 수요가 팽창함에 따라 복수차관제 도입이 절실한 실정이다."

- 공관장직 외부개방을 비롯해 고위 외교공무원 인력의 효율적 관리에 대한 혁신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

"대사 등 재외공관장으로 근무하다가 다른 보직을 받기 전에 서울에서 1년 정도 대기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어서 알고 있다. 다만 외교관은 특정직 공무원으로 이들에 대한 신분보장 문제가 따른다. 20~30년간 경력을 쌓아온 전문외교관을 바로 퇴직시키는 것은 국가차원에서 보면 인력낭비다. 현재 그런 대상자들에게 적정한 수의 본부 보직을 확보하는 문제를 검토중인데 혁신위도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

재외공관장 개방문제도 점차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공관장직을 외교부 직원으로만 충원한 건 아니다. 또 포지션으로만 개방한 것이 아니라 인원으로서 개방해 왔다. 군사정권 시절엔 군인들이 대거 대사로 임명됐었으나 이후로는 전문가나 역량있는 분들을 많이 영입했다. 그 T/O를 몇%로 정하기는 어려우나 개방화 추세를 더욱 늘려갈 방침이다."

- 일반국민들이 느끼는 외교부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영사업무다. 이를 해소할 특단의 대책 같은 것은 없는가.

"서비스 정신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문제다. 우리나라는 세계 12대 경제대국이며, 모든 통계수치로 볼 때 대개 세계 15위권에 든다. 그러나 외교인력은 한참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외교부 총인원은 모두 1800명인데 이 가운데 순수 외교직은 1200명이다. 인구가 1천만명 정도인 구라파 국가들도 외교관 숫자가 우리보다 2~3배나 많다.

그러다보니 재외공관에서 영사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이 고작 1~2명이다. 수많은 비자업무나 여행객 안내 등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다보니 우리국민들이 만족할만한 친절한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점차 인력을 보강해 영사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고 또 콜센터 등을 제도로 도입해 해외를 여행하는 우리국민들이 전화로 보호, 협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 미국 대선이 11월초에 있다. 케리 민주당 후보는 당선될 경우 북·미간 직접대화를 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부시 정권과는 외교정책이 다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에 대한 장관의 견해는?

"미국의 공화·민주 양당 모두 한국정부와의 긴밀한 관계유지는 계속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유지라는 문제에 대해 미국정부의 기본입장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대북관계, 북핵문제 해결방식 등은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이는 양당의 선거공약이나 선거과정에서 후보들이 발표한 내용을 봐도 큰 차이는 없다. 케리가 직접 대북 접촉하겠다는 것도 6자회담을 지지하고, 6자회담의 범위 내에서의 대북접촉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케리 집권해도 미국정부의 기본 입장 변화없을 것"

- 최근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빼앗으려고 해 한·중 외교문제로 비화됐다. 중국이 동북공정과 고구려사 왜곡에 나선 주된 이유가 뭐라고 보나.

"중국정부의 정확한 의도를 말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주류인 한족을 비롯해 56개 민족들이 같이 살고 있다.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정부의 정책은 상당히 중요한 정책의 일환으로 돼있다. 또 중국은 인접국가와의 관계도 잘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번에 중국정부가 고구려사를 왜곡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정부로선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외교부장관으로서 중국정부가 왜 역사왜곡을 시작했느냐를 얘기하는 것은 대단히 민감한 문제여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

-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강탈에 대해 한·중간에 '구두양해'가 이뤄졌다. 중국이 구두로 약속한 것을 두고 외교적 효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얼마전에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왔을 때 구두양해를 한 걸 두고 우리 국민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정부도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없다. 다만 외교행위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조약이나 협정 등 법적 구속력을 갖는 문서들도 있고, 또 구두양해·신사양해 같은 형태도 있다. 지난번 우다웨 부부장이 왔을 때는 체류기간(1박2일)이 너무나 짧아 이를 협의해서 문서로 합의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구두양해를 성실히 이행할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 지도부도 이 사안을 오랫동안 방치하는 것이 한중간 발전에 도움 안된다고 판단할 것이다."

- 일부에서는 달라이 라마 방한 허용 등 중국에 대해 좀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달라이 라마의 방한 불허에 대해 일반국민들과 불교계의 비판과 불만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차관 재직시 조계사에 가서 불교계 지도자들과 이 건으로 대화를 한 일도 있다. 중국정부가 달라이 라마의 위치 등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우리정부에 그런 요청을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정부가 무조건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막았던 것은 아니다. 기회있을 때마다 우리 국민은 종교의 자유가 있고 많은 불교도들이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원하는데, 언제까지 무한정 방한을 막는데는 한계가 많다는 점을 중국측에 설명해왔다."

- 불교계 등에서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외교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중 관계의 큰 틀을 발전시킨다는 대원칙하에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갖는 불교계나 문화계의 희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본다."

- 지난 92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우리는 전통 우방국인 대만과의 의리를 져버리고 단교했다. 최근 패권주의로 치닫고 있는 중국에 대응하는 방안의 하나로 '대만카드'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1992년 중국과 수교했던 것은 당시 국제정세에 비추어 볼 때 우리정부가 큰 외교적 틀에서 결정한 사안이었다. 현재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다. 대만은 20여 개 국가와 수교중이다. 우리정부로서는 타당한 외교적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대만과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한·대만 복항을 합의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해 나가면서 지역적 상업적 민간교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대만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달라이 라마 방한 검토 가능...'대만카드' 사용은 부적절"

-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3차 6자회담이 끝난 뒤 향후 전망이 밝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현재로선 대단히 불투명하다. 제4차 6자 회담은 언제쯤 열릴 것으로 전망하는가?

"분단 이후 지난 50여년간 남북관계는 기대와 좌절, 그리고 희망으로 점철돼 왔다. 현재 북핵문제를 다자체제를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다자를 통한 협상관계는 기간도 오래 걸리고 고비도 적지 않다. 현 상황에 대해 너무 실망하거나 반대로 기대를 너무 크게 갖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3차회담 당시 4차회담은 9월말까지는 하기로 얘기가 모아졌었으나 회담 개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물밑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 외교부의 차관보가 중국과 일본을 방문, 3자협의가 도쿄에서 개최됐으며, 중국의 국무위원 1명과 러시아 고위관료가 북한을 방문, 북한 설득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계속중이다. 9월중 4차 6자회담이 개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이다.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불허, 동남아 체류 탈북자 대거 입국 등으로 인한 북측의 반발 때문으로 보이는데 북측의 반발 강도가 예상보다 훨씬 강한 것 아닌가.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이다. 그러나 지난 1년반 동안 남북간 각종 협력이나 관계 진전을 볼 때 남북관계를 되돌리기에는 상호 의존도가 너무 높아진 상황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남북관계는 계속 진전돼야 한다. 조만간 원상회복될 걸로 생각된다. 지난달에 있었던 탈북자 대거입국은 당시 상황에서 인도적 측면 등을 감안해 결정한 것이다. (탈북자 대거입국을)계획해서 데려오는 일은 없다."

- 개성공단의 경우 전략물자 반출문제로 사업추진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관측이 많다. 최근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방미도 그와 관련해 미국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 갔다는 견해도 있는데, 미국측의 협조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한미간 협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정동영 장관이 미국의 고위관리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그 문제가 협의됐다. 개성공단 시범이 동북아 전체, 한미관계, 북미관계 전반에 큰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전략물자를 통제하는 과정 속에서 충분히 실무협의를 해왔다. 상당수 물품들이 전략물자에 해당되지 않았으나, 일부 해당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협의를 해야한다. 어렵게 맺은 개성공단 사업이 좌초되지 않기를 바란다."

-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정과 관련한 논란이 여전하다. 정부는 이전비용이 30억~50억 달러면 된다고 주장해 왔는데 과연 이 정도 비용이면 되는가.

"30~50억달러 얘기는 예비 마스터플랜으로 추산한 것으로 정확한 것은 마스터플랜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 한미 양국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그 이상은 넘지 않을 거라고 한다. 이 점은 미국의 관리들도 공감하고 있다. 이는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소상하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국민여러분께 알리고 동의를 구할 방침이다. 또 국회의 비준을 거치더라도 예산 신청 때 다시 국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과도한 의혹이나 우려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덕수궁터 미 대사관 건립은 이미 '물건너 간 일'"

- 덕수궁 터에 미 대사관 건립을 둘러싼 논란은 짓지 않기로 가닥이 잡힌 걸로 안다. 최종 매듭지워진 것인가.

"구 경기여고 자리에 문화재가 있다고 해서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가 잇따르자 한국정부가 대체부지를 제공한다면 용산 캠프코이너 쪽에 대사관을 짓기로 한미간에 입장이 정해졌다. 다만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양국간의 합의가 문서로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현재 대체부지 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중이다. 한미동맹 관계를 위해서는 이 문제를 빠른 시일 안에 매듭짓는 게 필요하다."

-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최근 재계 인사들과 만나 "야스쿠니 참배는 내 정치신조"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일협정 체결 40년을 앞두고 양국간에 우호를 강조하고 있는데 고이즈미 총리의 이같은 발언을 어찌 평가하나.

"그 문제에 대해서는 기회있을 때마다 유감을 표명했다. 또 한일관계는 과거사를 직시한 바탕 위에서 미래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얼마전 제주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이런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와 국민들이 좀더 지혜롭게 과거사를 해결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한 바 있는데, 외교적으로는 매우 강한 의사표시다. 일본정부에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맡긴 셈이다."

- 태평양전쟁유족회 회원들이 한일협정 문서를 공개하라고 법원에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는데 외교부가 항소로 맞서고 있다. 이를 두고 외교부가 일본의 눈치를 너무 본다는 비판이 있는데 관련 문서를 스스로 공개할 생각은 없나.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대원칙도 있고, 한일간 외교관계에서 상대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두가지 명제가 상충하고 있다. 얼마전에 태평양유족회 회원들이 외교부 청사 앞에서 오랫동안 시위를 벌인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당장은 이 사안이 법원에 계류중이어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문서공개와 관련, 일본정부로부터 비공개 요청을 받은 바 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중이다."

- 요즘 정부기관마다 과거사 청산을 위한 기구를 구성하는 등 자체적으로 청산 노력이 한창이다. 외교부가 청산해야할 과거사는 없는가.

"요즘 거론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은 그 범위가 국가 공권력에 의한 개인의 인권탄압이나 부당한 대우 같은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외교부로서는 그러한 범주에 속하는 사안은 없는 걸로 생각된다. 이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 한일협정 등의 외교문서 공개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대담: 정운현 편집국장

(오마이뉴스 / 정운현, 장윤선 기자 200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