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역사문제 민간이 주도해야” ‘고구려연구회’ 떠나는 서길수 회장

1994년 창립 이래 10년 동안 고구려연구회를 이끌던 서길수(60) 서경대 교수가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고구려연구회는 지난달 28일 임시총회에서 서 회장이 표명한 회장직 사퇴 의사를 수용하고, 조만간 후임 회장 추대위원회(회장 서영수 단국대 교수)를 열어 후임 회장을 선임키로 했다. 한국경제사 전공인 서 전 회장은 94년 고구려연구회의 모태인 고구려연구소를 창립한 이후 지금까지 이 단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오면서 국내의 가장 대표적인 고구려 전문 학술단체로 자리잡게 했다. 특히 고구려연구회가 그동안 국내외에서 모은 자료는 중국측에서도 부러워할 정도의 방대한 분량이다.

서 전 회장은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사퇴를 결정했다”면서 “고구려연구회를 조직한 것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고구려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징검다리가 되기 위함이었는데 이제는 국가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고구려연구재단을 만들고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므로 환갑을 맞아 홀가분한 기분으로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 전 회장은 그러나 섭섭한 속내도 털어놨다. “과거 10년 동안 관계 부처에 고구려연구회의 연구활동을 지원해 줄 것을 몇 차례 요청했으나 거의 지원이 없었다”면서 “그동안 주변에서 역사 전공자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는데 이제 스스로 회장직을 떠났으므로 오히려 고구려연구회에 대한 지원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설립된 ‘고구려연구재단’은 국고에 의해 운영되는 사실상의 국가연구기관”이라면서 “한·중 역사전쟁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기관이 아닌 순수 학술단체가 한 마디 하는 것이 더 큰 효과가 있으므로 모든 학자가 참여하는 가칭 ‘고구려학회’ 등의 순수 민간 학술단체가 필요하다”는 말로 이 단체가 특정 학맥과 인맥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간접 비판했다.

그는 또 “앞으로는 발굴하고 알아내는 공부에서 서서히 덜어내는 공부를 하기로 했다”면서 “정년퇴직 때까지 5년간은 지금까지 모은 자료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이라며 “그 다음엔 마음을 비우는 공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 전 회장은 오는 10일 서울 남대문로 대우빌딩에서 ‘고구려연구회 10년의 성과와 방향’이라는 주제로 퇴임 세미나를 갖는다.

(국민일보 / 정철훈 기자 200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