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국 외교 고립되고 있는가

최근들어 우리 외교의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시키는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어 불안하기 그지없다. 한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는 것 같다는 미하일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의 발언에 이어 조지 부시 미대통령이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군대를 파견해 준 동맹국들을 거명하면서 한국만 빼버린 사건이 우리를 한없이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세계 열강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여건때문에 우리의 의지와는 달리 분단이라는 쓰라린 사건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국제적 고아가 되고 있는 듯한 일련의 움직임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 월 북한 용천 폭발사고가 났을 때 이 사고가 김정일과 관계가 있어 김 정권이 갑자기 붕괴될 경우 중국이 개입해 북한에 친중 괴뢰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으나 우리로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 그날 한잠도 이루지 못했다는 고건 전 대통령권한대행의 회고는 우리의 처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남들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우리만 중심을 잡고 행동하면 될 것 아니냐면서 가이어 대사의 발언을 대단치 않게 흘려버릴수도 있겠다. 그러나 발언당사자가 극단적인 발언을 삼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외교관인데다 그것도 분단과 통일을 경험한 독일대사라는 점에서 곱씹어봐야 한다. 특히 “한국도 통일을 기원하고 있지만 관련국들과의 관계는 독일처럼 강력하지 못하고 우호관계에서도 독일과는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예를 들어 독일은 프랑스와의 화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 울이는 등 어려운 변화의 시기를 주변국과의 강력한 관계와 우정으로 헤쳐왔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의 화해는 어디쯤 와 있는 지 궁금하다”는 그의 발언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또한 한국은 이라크 전쟁당사자인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했는데도 부시 대통령이 동맹국을 직접 거명하면서 한국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국이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지를 가늠하게 하는 사례라 하겠다.

이런 와중에 일부 여당 의원들은 주한미국 대사관을 찾아가 미의회의 북한인권법 제정에 반대하는 서한을 전달했는가 하면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초래할지도 모를 간도협약 무효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해 복잡한 외교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더구나 북핵문제를 국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4차 6자회담의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한국의 우라늄 농축사건이 국제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북한이 오는 10월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으니 갈길이 멀다. 남북한 화해와 협력을 중시하고 자주 외교를 펴는 것은 좋다. 그러나 열강들로 부터 고립되는 외교로 우리의 의지를 관철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오류다. 이는 과거의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것을 촉구한다.

(연합뉴스 200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