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권력 3代세습 체계적 진행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 부인 고영희의 사망으로 북한의 후계구도와 내부권력 체제의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장악력이 김일성 주석에 미치지 못하고 경제난으로 인한 내부 불만이 커지면서 ‘1인 지배’의 권력구도가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후계구도 역시 ‘3대 세습’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실시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도 체제변화를 촉진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석이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며, 그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불만이 있어도 이를 세력화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 후계구도 역시 1970년대 초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로 지목될 당시와 같이, 권력 2인자를 포함해 소위 힘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2002년부터 고영희에 대한 개인숭배가 체계적으로 진행돼 왔다는 점을 들어 세습으로 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정일 체제의 안정성=북한 체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경제난이다. 통일연구원 정영태 연구위원은 5일 “북한은 한때 계속된 경제난으로 정치적 불신이 쌓이면서 당의 가치와 권위체계가 약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은 선군정치를 통해 대내적으로 체제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면서 2002년 7·1조치를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했다.

불만세력의 결집이 어려운 것도 ‘1인 지배체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큰 요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당·군부·정부에는 종적인 관계만 있을 뿐 횡적 연합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세력을 형성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여타 사회와 마찬가지로 암살이나 쿠데타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집단적 형태로 나타나 지배체제를 바꾸는 것은 매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후계구도=현재 주목되는 부분은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를 지목할 수 있을지, 또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내세울 수 있을지 하는 점이다. 김 위원장이 안정적인 권력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전자는 문제없이 행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세습이 가능하냐는 부분인데, 이에 대해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는 “3대 권력 세습에 대해 북한은 내부 반발이 불가능한 체제”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후계자 임명이 임박했고, 그것은 차남 김정철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그는 가장 큰 근거로 2002년 여름부터 진행돼 온 김정철의 어머니, 고영희에 대한 개인숭배를 들었다. 김 위원장의 지시 없이 특정인물의 개인숭배가 진행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북한에서, 특히 군을 중심으로 개인숭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그의 아들을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또 실질적인 2인자로 간주됐던 장성택(김정일의 매제)이 지난해 8월 이후 공식매체에서 사라진 것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지목되는 과정에서 1973년 당시 2인자이던 김영주가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장을 내놓고 정계를 은퇴한 것과 유사하다. 김정일 위원장은 1974년 후계자로 공식 지명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최춘황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이광근 무역상, 박명철 체육지도위원장 등 장성택의 측근들이 최근 해임됐다”면서 “해방 60년을 맞는 내년쯤 김정철을 후계자로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 이상민 기자 200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