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협약 무효 결의안] 黨政 “對中외교 찬물” 한숨

“여당 의원들이 정말 안 도와주시네요.”

3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주도한 ‘간도협약 원천적 무효 확인 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됐다는 소식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로 전해지자 정부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결의안과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항의 서한 등 민감한 외교 현안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튀는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으면서도 정부로선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어 가슴앓이만 하고 있는 것이다.

▽ 정부, 대(對)중국 협상력 약화 우려=정부는 이번 결의안이 중국측을 자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그 시기가 매우 부적절하다는 인식이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부장(차관)과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의 연쇄 방한으로 고구려사 문제가 그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 가는 상황이었기 때문.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 ‘한국이 ‘만주(滿洲) 회복’ 운운했기 때문에 방어 차원에서 동북공정을 시작한 것’이라는 논리를 펴왔다”며 “이번 결의안은 그런 억지주장을 뒷받침해 줘 결국 한국의 대중국 협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연구원 배긍찬(裵肯燦) 교수도 “정부는 중국측에 ‘이번 결의안은 구속력 없는, 의회 차원의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겠지만 중국이 이를 빌미로 역공세를 펼 경우 상당히 난처한 처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정부가 낼 수 없는 강경한 목소리를 의회가 내줌으로써 중국측에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한국 내 여론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편이 될 수도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다만 강온의 목소리를 총체적으로 조율하는 시스템이 없어 돌출행동처럼 비치는 것은 외교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2일 열린우리당 정봉주(鄭鳳株)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 의원 26명이 미 상원 국제관계위원회 리처드 루가 위원장에게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한 우려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정부에선 “미 의회 내 대북 온건파의 입지만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소장파라지만 국회의원들이 당론을 무시하고 미국대사관을 찾아가 서한을 건네는 것이 미국에 어떻게 비치겠느냐”고 답답해했다.

▽ 곤혹스러운 당 지도부=지난달 열린우리당 김원웅(金元雄) 의원 등이 간도협약 무효화 결의안 제출을 추진하려 하자 지도부는 당론으로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안영근(安泳根) 제2정조위원장은 이날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영토분쟁을 하자는 것이냐”며 “이 결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굳이 이부영 의장이 중국을 방문 중인 때 결의안을 제출해야 했느냐”면서 이 의장의 방중 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쏟아졌다.

그러나 김 의원은 “중국의 역사 왜곡은 우리 땅 간도에 대한 영유권을 고착화하려는 숨은 의도도 있기 때문에 결코 간과할 수 없다”며 결의안의 국회 통과를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를 곤혹스럽게 한 여당의 발의 안건
제출일자 내용(발의자)
6월 23일 국군부대의 이라크 추가파병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 (김원웅 의원 등)
7월 22일 주한미군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감사 청구안 (정장선 의원 등)
9월 2일 북한 인권법 우려 서한 미국대사관에 전달 (정봉주 의원 등)
9월 3일 간도협약의 원천적 무효확인에 관한 결의안 (김원웅 의원 등)

부형권기자, 박민혁기자

(동아일보 200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