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왜곡 `얌체 상술` 눈총

일부 출판ㆍ여행사 급조상품 잇따라 출시, "역사문제를 돈벌이 이용" 비난여론 봇물

최근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으로 국민적 분노가 커진 가운데 달아오른 민족정서에 편승, 급조된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출판, 여행, 공연, 전시 등을 중심으로 전 분야에서 출시되는 이들 상품은 장기적으로 연구돼야 할 역사문제를 가벼운 상업성과 연결시켜 진지한 국민적 논의를 방해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출판업계는 고구려사 논란이 일자 고구려 관련 책자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 중에는 오랜 준비 끝에 내놓은 역작도 있지만 급조된 함량 미달의 책이 더 많다는 것이 독자들의 반응이다.

3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출판된 고구려 관련 서적은 총 24권으로 총 11권이 나왔던 작년 한 해보다 벌써 배 이상이 출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 책은 표지에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부순다` `동북공정 vs 대륙공정` 등의 감정적인 문구를 넣는가 하면 광개토대왕 그림을 그려넣어 눈길을 끌고 있지만 내용은 여러 학자들의 논문을 모았거나 중국 학자의 글을 번역한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만난 대학생 김연희(여ㆍ23) 씨는 "새로운 내용 없이 짜깁기한 것이 눈에 보인다"며 "깊이 있는 분석이 아쉽다"고 말했다.

일부 여행사도 발빠르게 고구려 문화유적지 답사 상품을 내놓고 있다. K여행사는 7월부터 선양(瀋陽) 및 고구려 문화유적지 탐방 4박5일짜리 상품을 내놓았으며, N여행사도 9월부터 지안(集安)을 중심으로 주변지역을 돌아보는 여행상품을 내놓고 여행객을 모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K여행사 관계자는 "선양과 지안 측의 올해 한국인 답사객 목표만 무려 1만명"이라며 "상품을 급히 내놓다보니 고객들의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공연ㆍ전시 분야의 고구려 열풍도 한창이다. 9월 이후 공연이 예정된 고구려사와 관련된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만 7편이며 한 가수는 고구려의 기상을 나타낸 8m 높이의 대형 로봇 조형물을 제작해 9월 중에 콘서트를 가질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짧은 준비기간으로 인해 시류에 편승한 졸속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1일 성남시가 주최한 고구려사 행사는 기획사가 애초 가로 15m, 세로 20m 크기의 고구려 `영토기`를 제작해 선보이겠다는 약속과 달리 조선시대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선보여 시민들을 어이없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구려연구회 이사 윤영철 교수(동국대 사학)는 "상업주의가 여론을 들끓게 하면 진지한 논의는 없고 곧 잊혀지는 휘발성 이슈가 될 수 있다"며 "고구려사는 민족의 생존전략인 만큼 치밀하고 냉정하게 연구돼야 한다"는 일침을 놓았다.

(헤럴드경제 / 김지만ㆍ이태경 기자 200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