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보니] 역사왜곡 대응 남북공조를

‘동북공정’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뒤늦게나마 정면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고구려 유적답사가 줄을 잇고,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국외홍보를 위한 세밀한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가을부터는 구청마다 고구려사 홍보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외부적으로는 지난 7월 말 중국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북한에 있는 고구려 유산 63점이 세계 유산으로 등재됐다.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란 ‘동북 변강의 역사와 그에 따라 파생되는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뜻하는 것으로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사를 한국사라고 주장하는 논리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연구자료를 발굴·정리·분석해 중국사라고 주장하려는 데 있다. 둘째는 남북통일 이후 초래될 수 있는 국경·영토분쟁에 대비한 역사적, 지정학적 논리를 마련하고 중국 내 조선족의 동요를 미리 막자는 것이다. 조선족 자치주가 동요하면 시짱(西藏) 자치구의 티베트인과 신장(新疆) 지구 회교도도 술렁거릴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의 역사전쟁 도발이 치밀하고 계획적인 데 비해 우리의 대응이 무기력한 것은 학계의 책임도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세계화 슬로건 아래 인문학, 특히 국학을 소홀히 하고 역사교육을 방치한 데 있다. 정부와 학계는 역사전쟁 도발에 대응할 다각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필자는 총괄적인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고구려 역사의 현장에 현지 연구분소를 설치해야 한다. 고구려 유적 대부분은 중국과 북한에 산재해 있다. 중국에는 지안, 퉁화, 환인시 부근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현재 설립된 고구려 연구재단 분소가 유적이 위치한 현지에 개설돼 현장보존·개보수 동향 등 현실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연구소 개설에 중국 정부의 방해가 뒤따르겠지만 이를 극복하는 여러가지 채널과 방법을 동원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둘째, 고구려사 연구 예산책정을 확대해야 한다. 동북공정은 3년 후면 끝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 중국은 정부 승인 아래 사회과학원과 동북 3성이 연합해 추진하는 동북공정 프로젝트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올해 3·1절에 맞춰 고구려연구재단을 뒤늦게 발족시켰다. 연간 예산은 5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 동북공정의 연구인력은 300명에 이르는 데 반해 우리는 연구직·행정직을 합쳐야 3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셋째, 정치적으로 남북공조를 추진해야 한다. 남북이 공동으로 고구려가 우리 역사임을 천명하고 남한 학자들이 북한에 들어가 공동연구를 해야 한다. 북한의 평양성, 대성산성과 같은 고구려 유적을 추가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도록 남북한이 공조해야 한다. 남북공조가 정치적으로 선결되어 학자들의 자유롭고 체계적인 연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국내외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국제학술대회를 자주 개최해야 한다.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종합해 일괄적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해 나가야 한다. 일본 러시아 미국 등 해외학자를 초빙해 국제심포지엄을 자주 개최하고 정기적인 학술회의와 워크숍을 계획해 국내외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정도철 고려무역 대표>

(세계일보 200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