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왕국을 찾아서… 가야

자신의 역사도 제대로 모르는 민족이 어떻게 미래를 얘기할 수 있을까. 이번달 한국관광공사의 가족체험여행단은 잃어버린 왕국 가야의 역사를 찾아 경북 고령으로 향한다. 대구에서 자동차로 30분 남짓 달리면 모습을 보이는 고령은 잊혀진 역사, 가야의 숨결을 아직도 고스란히 음미할 수 있는 곳.

고령은 옛 6가야 가운데 가장 강성했던 대가야의 도읍지. 대가야는 AD 4세기 무렵 급속히 성장, 신라 백제 고구려 등 3국과 대적 할 정도의 국력을 키웠으나 6세기 중엽(562년) 신라에 멸망,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도 고령에선 당시 대가야의 위세를 엿볼 수 있는 사적지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중의 대표적인 장소가 고령읍 서쪽 주산(311m) 일대의 지산동 고분군. 주산의 남동쪽 능선을 따라 당시에 축조된 200여기의 크고 작은 고분이 장관을 이루며 펼쳐진다.

제일 큰 무덤인 금림왕릉은 지름이 무려 20m. 국보 138호인 가야 금관을 비롯한 6500여점의 각종 유물이 출토된 능이다. 또 제44호 고분은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순장무덤. 대형석실 3기와 소형석곽 32기에 36명 이상이 순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군은 지난 2000년 9월 제44호 고분을 본떠 ‘대가야 왕릉전 시관’을 개관했다. 고분군 옆에 위치한 전시관에는 발굴 당시 무덤 내부가 그대로 재현돼 있으며 고분에서 발견된 토기, 마구, 무기, 갑옷과 투구, 귀고리 등 700점의 유물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고령군 관광계의 최상희씨는 “이 지역을 다스렸던 옛 대가야국의 왕족 일행이 동해를 건너가 일본국을 통치했다는 역사학자들의 주장에 따라 일본인의 뿌리찾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며 “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한일문화교류에도 고분군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고령은 악성 우륵의 가야금 창제지로도 명성을 얻고 있는 지역.

삼국사기에 따르면 박연, 왕산악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불리는 우륵은 가야 말기 가실왕의 주문으로 12현의 가야금을 창제했다. 그는 ‘가야 12곡’을 만들어 인근 가야 동맹국에 퍼뜨렸다고 전해지나 남아있는 악보는 없다.

우륵이 가야 12곡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고령읍 쾌빈리(메나리 골) 야산에 우륵을 기념하는 탑과 영정을 모신 비각이 세워져 있다.

우륵을 기려 고령 문화원은 현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가야금 전수 교육을 실시하는 것과 아울러 단체 답사객이 찾을 때 가야금 연주 체험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문화일보 / 이경택 기자 200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