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포스트 미국' 세계 패권을 준비한다

고구려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 한국에서는 반중 감정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단순한 역사 문제만으로 한국 내 반중 감정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동북공정이 표면적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거기에는 1992년 수교 이래 강화된 중국의 정치·경제·환경·문화적 영향력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을 통해 중국이 한반도 패권을 강화하고, 저가 중국 상품의 공세 속에 한국 산업이 위협받고, 중국의 경제 개발과 기후 조건이 복합된 환경적 피해에 시달려 온 데다가, 갑작스레 역사적 정체성 공세까지 받게 되자, 한국인들의 잠재된 반중 감정이 일시에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중국위협론과 그에 대한 비판

이러한 고구려사 분쟁을 거치면서, 한국에서도 '중국위협론'이라는 화두가 논의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위협론의 출발점은 1990년대 초반으로 소급된다. 중국위협론의 시조라 할 수 있는 로스 먼로는 <폴리시 리뷰>(Policy Review) 1992년 가을호에서, 중국으로부터 아시아의 위협이 나올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잠자는 사자론'(나폴레옹), 황화론(黃禍論), 중화론(中禍論) 등이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는 표현들이다.

미·일의 정치학계에서 시작한 중국위협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상당한 힘을 갖고 있다. 한때 일본에서는 이 때문에 일본 산업의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며, 지난 7월 31일 도쿄의 한 심포지엄에서는 오카자키 전 타이 주재 일본대사가 아시아 군사력의 균형 파괴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기도 하였다.

중국위협론의 주된 근거는 주로 경제·군사적 측면에서의 중국의 급성장이다. 먼저, 경제적 측면을 보자. 1980년대 이후 중국은 연평균 9.6%의 고도성장을 거듭해 왔으며, 1996~2000년 기간에는 8.3%의 성장을 보였다. 외환 위기로 아시아 경제가 휘청거릴 때에도 중국은 7~8%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다. 이같은 성장을 반영하듯,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일본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 관료의 말 한마디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금년 4월 원자바오 총리의 '중국 경제 연착륙' 발언 한마디에, 한국 증시가 즉각 대폭적인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다음으로 군사적 측면을 보자. 런던국제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군사비 지출 규모는 1994년 280억달러에서 2001년 410억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그리고 항공 모함 및 항모 공격용 구축함 건조나 러시아산 최신형 전투기 구입에서 보이듯이, 중국은 첨단 전쟁에 대비한 해공군력 증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중국위협론은 9·11 사태 이후 좀 수그러든 편이지만 여전히 힘을 갖고 있다. 중국위협론이 중국의 급성장을 어느 정도 표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 배후에 숨어 있는 미국 등의 패권적 의도 또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위협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도리어 미국 등의 패권 전략에 역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위협론이 갖는 또 하나의 함정은 지나치게 산술적 근거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중국위협론을 반박하는 측도 산술적 근거를 너무 중시하는 게 아닌가 한다. 예컨대, 지금의 경제 속도에 비춰볼 때 2020년 정도면 중국이 미국에 이어 제2위의 수출대국이 될 것이라는 '97년 9월 세계은행(IBRD) 보고서의 평가 방식은 지나치게 수량적 계산에 치중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물론 산술적 비교만큼 명쾌하고 쉬운 것은 없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 방법에는 중대한 함정이 있다. 두 사물을 수량적으로 비교하려면, 양자가 동일한 질적 특성을 띠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질적인 특성이 변화하면, 양적인 비교는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이 점은 개인간의 관계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개인의 재산·가문·학력 등이 대개는 그대로 능력 차이로 반영된다. 하지만, 변화기에 들어서면 기존 제도 하에서의 산술적인 요소들은 부차적인 위치로 밀리고 만다. 변화기가 되면, 과도기 환경에 적응하면서 다음 환경을 준비하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국제 질서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러한 경향이 나타난다. 이전의 국제 질서에서 2류에 머물렀던 국가들이, 과도기 때 두각을 보이기 시작하여 차세대의 패권자가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고대 로마, 10세기의 거란, 19세기의 일본, 20세기의 미국 등에서 그러한 현상이 발견된다. 산술적 비교가 100% 정확한 것이라면, 유목 단계의 몽골이 상대적으로 선진적인 농업 단계 국가들을 그처럼 쉽사리 정복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 질서 변화기에 요구되는 생존 조건은, 무엇보다도 과도기적 환경에 적응하면서 동시에 차세대 국제 질서를 준비하는 역량일 것이다. 물론 기존의 경제·군사력이 전혀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산술적 방법만으로는 중국의 위협 정도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2. 반론 및 이론(異論)들과 그에 대한 비판

(1)중국위협부정론

중국위협론을 거부하는 반론 내지는 이론들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우선 중국 자신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최근의 예를 들면, 6월 18일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5월 말 미 국방부가 발표한 중국군사력보고서와, 6월 16일 미중경제안전심사위원회의 미중관계 보고서에 대해, 중국의 위협을 과대 포장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이처럼 중국이 자국의 위협을 부정하는 데에는 주변국들의 견제를 완화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2)중국기회론

중국위협론과 관련한 중국의 또 하나의 반응은 이를 적극 해명하고 나아가 자국과의 협력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른 바 '중국기회론'이다. 2002년 4월 일본을 방문한 리펑 당시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중국은 경제 규모나 과학 기술 등에서 선진국에 크게 뒤지고 있으며, 중국의 발전은 일본 기업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면서 일본 기업들의 서부개발사업 참여를 요청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중국기회론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한국에서도 '미래의 대국에 편승하여 실리를 챙기자'는 이른 바 중국편승론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3)중국협력론

그리고 9·11사태 이후 미국에서 눈에 띄게 나타난 변화는 중국위협론이 수그러들고 대신 중국협력론이 목소리를 높여 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테러전쟁과 북핵 문제 등에서 중국의 묵인 내지는 협력이 긴요한 미국 측의 필요에 따른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003년 9월 5일 조지워싱턴대학 연설에서 6자회담과 관련한 중국의 리더십에 감사를 표명했다. 제임스 켈리 차관보 역시 같은 달 11일 상원 외교위 증언에서 6자회담·대테러전쟁 등에서 양국의 국익이 일치함을 강조한 바 있다.

지금까지 검토한 중국위협부정론·중국기회론·중국협력론 등은, 중국의 위협성 그 자체에 대한 평가에서 나온 과학적 분석이라기보다는, 각국의 전략적 필요성에 따라 자의적으로 생산된 논리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그러므로 이는 과학적 분석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리라 본다.

(4)중국붕괴론

중국위협론을 가장 위협할 수 있는 논리라면 중국붕괴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천안문 사태 이후 1990년대까지 일본에서는 중국붕괴론이 유행했다. 그 근거로는, 중국에는 분열 요인이 상존한다는 점, 동구사회주의권 붕괴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 도농간의 격차가 크다는 점, 수많은 제대 군인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외자 유치가 과도하다는 점 등이 있다. 여기서, 동구사회주의권 붕괴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논거는 이미 시의적절성을 상실했으므로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그리고 '분열 요인이 상존'한다는 논거는 뒤에서 따로 다루기로 하고, 일단 그 나머지 논거들부터 검토하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왕조가 멸망할 때에는 중앙 집권 약화, 관료·군대 부패, 농민 몰락, 자연 재해 빈발, 사회적 무질서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므로 중국붕괴론의 근거 가운데에서 도농간의 격차, 제대군인들의 불만, 외자유치의 과도함 등은 일견 적절한 근거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도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한 문제는 어느 국가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회·경제적 현상이다. 외형상 중국사회가 공전(空前)의 활력을 띠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사회·경제적 구조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입증 절차가 있어야 할 것이다. 상식에 반하는 주장을 제기할 때에는 주장을 제기하는 측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는 점은, 굳이 소송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아직 그러한 입증이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위에 언급한 논거들 역시 과학적 접근 방식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이 또한 고려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한다.

그런데 '중국에는 항상 분열 요인이 상존'한다는 논거는 별도의 입증 없이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그러한 사례가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경우를 보아도 중국 내에는 회족(回族)·티베트족·몽골족 등의 분열 위험성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몇몇 소수민족의 분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해도, 과연 그것이 중국 사회의 분열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사의 발전 경향을 살펴보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옥스퍼드대 마크 엘빈 교수의 <과거 중국의 패턴 - 사회·경제적 해석>에 의하면, 대체로 명나라 시기에 이르러 중국 사회의 분열 요인이 상당 부분 제거되었다고 한다. 명나라 때부터 국민총생산 중에서 행정·국방 지출 비율이 급감했는데, 이는 종전과는 달리 통치의 효율성이 제고되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마크 엘빈에 따르면, 이러한 성과는 이전 시대의 유산에 기인한 것이다. 송나라 때 이룩한 고도의 경제 성장은 중국 정부의 재정 압박을 경감시켰고, 역시 송나라 때 보편화된 과거제 역시 국민 통제 비용을 감소시켰으며, 송-금-원 시대에 발달한 고도의 군사기술 역시 중국의 군사력을 강화시켰다. 당-송 시대에 이루어진 광범위한 인구 이동과 교통·통신의 발달은 중앙 집권의 강화 추세 속에 중국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리고 현상적으로 볼 때에도 명나라 이후에는 분열 요인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혹자는 청나라 멸망(1912) 후 봉건군벌들이 할거하고 국·공의 대립이 있었음을 제기할지 모르지만, 중국측 연구에 의하면, 당시 중국의 지방권력들은 기본적으로 분열이 아닌 통일을 지향하고 있었다.

또한, 오늘날 중국 내 소수민족들의 경우에도 대체적으로 중국이라는 국가에 강한 귀속의식을 갖고 있다. 조선족의 경우에도, 비록 모국인 한국을 사랑하고는 있지만, 그 자신이 중국인임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

위와 같이, 중국이 향후 분열될 것이라는 논거는 과거의 경향과 지금의 현상을 놓고 볼 때, 결코 타당한 논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논거를 포함하는 중국붕괴론은 적실성을 상실한다 하겠다.

3. 위협성 분석의 새로운 틀

지금까지 검토한 바와 같이, 기존의 논의를 가지고는 중국의 위협성 여부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고 본다. 앞서 지적한 바 있듯이, 지금의 국제 질서는 과도기 국면에 놓여 있다. 기존의 논의들은 안정기 국제 질서라면 유효할 수 있을 수 모르지만, 적어도 과도기 상황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지금의 과도기 국제 관계를 전제로 중국의 위협성을 평가하자면, 중국이 탈냉전 구도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으며, 또 차세대 국제 질서를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접근해야 할 것이다.

냉전 해체 후, 카운트파트를 상실한 미국은 중국을 새로운 '소련'으로 상정하려 했다. 1989년 이후의 미중관계를 보면, 양국간에 긴장의 재생산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세계 전략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일견 미국에게 강경한 것 같으면서도 결국에는 미봉책으로 갈등을 수습하면서 몸을 숙여 왔다. 이른 바 도광양회(韜光養晦)인 것이다.

그런데 9·11 이후 대테러 국면이 조성되자, 중국도 이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른 바 '화평굴기'인 것이다. 중국이 새로이 취한 전략은 종전처럼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면서도 남몰래 '이삭'을 하나씩 줍는 것이라 하겠다. 중국은 중동에서의 미국의 패권을 묵인하면서 동북아에서는 6자회담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양안문제와 관련하여서도 미국을 점점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6월 21일자 <광명일보>를 통해 첸리화 국방부 부주임이 밝힌 중국의 세계전략은 이러하다.

"지금의 세계 정세는 총체적으로는 안정 국면이지만 국지적으로는 불안정 국면이다. 그리고 과거와 다른 양상의 안보문제인 테러주의의 위협이 증대하고 있다. 중국군대는 대테러활동을 위해 국제적·지역적으로 대외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중국은 지금 당장에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지금 당장 큰 틀의 세계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중국은 국지적인 정세 변화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적·지역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6월 22일자 <신화통신>에 소개된 국제전문가 대담회를 보면,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하에서 자국의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이른 바 '해외이익'이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있다. 해외이익은 말 그대로 중국 밖에서 획득하는 국가적 이익을 말하는 것이다. 해외이익은 다시 정치·경제·문화·안보 이익으로 세분된다. 중국은 현존 국제 질서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이러한 해외이익을 최대한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안보이익은 다른 세 가지의 획득에 있어 보충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중국인 혹은 중국인 소유 재산이 해외에서 침해를 입지 않기 위해 중국은 지브롤터· 호르무즈·말라카·싱가포르·대만 등 세계의 주요 해협을 근거로 안보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안보이익 구축에 나서는 일차적 주체는 당연히 인민해방군이다. 요즘 인민해방군은, 7월 26일자 <요미우리신문>의 표현처럼, 군대가 아니라 마치 외교부서를 연상시킬 정도로 국제적 활동 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2002년 이래로 인민해방군의 활동은 크게 세 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중앙아·동지나해·서해가 바로 그곳이다.

최근의 사례를 몇 가지만 적시하면, 중국은 2003년 8월 카자흐스탄-중국 국경 지대에서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 군대와 합동으로 '연합 2003 대테러훈련'을 거행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동지나해에서 파키스탄과, 같은 해 11월 역시 동지나해에서 인도와 해군연합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금년 들어서는 3월에 프랑스와, 6월에는 영국과 공동으로 서해상에서 군사훈련을 가진 바 있다. 또한, 중국은 미국·타이·싱가포르·러시아 등의 군사 훈련에도 적극 참관하고 있다. 과거 적대적 관계였던 인도와도 군사 교류를 강화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중국은 적을 만들지 않으면서 자국의 영향력을 조용히 키워가고 있다. 과거 역사 속의 책봉을 연상시키듯이, 중국은 요즘 세계 각국을 상대로 전략적 동반자니 전략적 협력자니 하는 '지위'를 부여하면서 자국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이처럼 급부상하는 중국의 국력을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게 2가지 있다. 중국은 2003년 10월 유인우주선 신주(神舟) 5호를 하늘에 쏘아 올렸고, 2008년에는 지상에서 베이징올림픽을 개최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은 지금의 탈냉전 과도기에 잘 적응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과도기에 적응하는 한편, 조용히 차세대 패권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이 아니라 미래의 패권을 기대하고 있다. 왜냐하면 과도기의 챔피언은 롱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월의 양안사태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대만 무기 판매를 문제삼지 않는 한편 미국의 군용품을 팔아 주는 수모를 감수하면서까지, 미국과의 충돌을 회피하고 있다. 이것은 철저하게 차세대를 위한 포석인 것이다. 지금의 국제 환경이 소멸되면 마치 공룡이 새로운 환경 앞에서 소멸된 것처럼, 미국의 영향력도 자연적으로 소멸할 것임을 중국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그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포스트 미국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음은 주변국에 대한 역사 전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중국의 역사 전쟁은 일차적으로는 차세대 국제 질서에서 동북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티베트를 상대로 한 역사 전쟁도 준비하고 있으며, 그러한 작업은 이미 1980년대부터 베이징 장쉐연구소를 통해 수행해 왔다. 그리고 중국이 상하이협력기구에 정성을 쏟는 것도 미래에 중앙아 및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또한, 거기에는 석유 자원에 대한 고려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미국의 선제 도발에 보조를 맞추어 양안 위기를 조성하는 것 역시, 포스트 미국 시대에 중국 동남해안의 안보를 위한 것이다.

4. 차세대 패권을 준비하기에 중국은 위험하다

과도기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차세대 패권까지 조용히 준비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경제성장 및 군사력 증강이 앞으로 계속된다면, 그 시너지 효과 때문에 중국이 포스트 미국 시대에 아시아의 패권국가로 떠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진시황·한고조·한무제·수양제·당태종·당고종이 내부 문제를 정리한 다음에 세계 제국 건설에 나선 것처럼 중국 역시 지금의 비바람만 멎으면 언제라도 밝은 태양 아래로 뛰어나올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위협적이다. 지금 당장 수출을 많이 하고 군사력을 증강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여기에 더해, 지금의 국제 환경에 잘 적응하고 차세대 패권을 준비하는 강대국이기 때문에, 그래서 중국은 위협적인 것이다.

(오마이뉴스 / 김종성 기자 200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