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육 축소, 교육부 솔직히 과오를 인정하라"

프레시안이 최근 우리 국사교육과 관련해 다루고 있는 연속 보도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8월27일 "7차 교육 과정 들어 국사 교육이 오히려 강화됐다"는 반론을 보내왔었다.
  
1일에는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직접 나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국사교육에 대하여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글을 통해, "국사 교육이 소홀이 되고 있지 않다"며 "중학교에서는 필수 과정으로, 고등학교 2~3학년에는 '한국 근현대사' 과목을 신설해 이수토록 하고 있기 때문에 중ㆍ고등학교의 국사 과목은 실제 운영상에 있어서 사실상 독립 과목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영삼'이란 필명의 독자의 의견은 다르다. '김영삼'씨는 교육부와 안병영 부총리와 주장과는 달리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국사 교육은 시간수의 축소, 수업 질의 하락 등 크게 약화됐다"며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자연계열 학생은 아예 '한국 근현대사' 과목을 접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현실을 고발했다. '김영삼'씨는 교육부와 안병영 부총리에게 "좀더 당당하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7차 교육 과정의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충고했다.
  
프레시안은 독자 '김영삼'씨의 반론과 8월31자로 안병영 부총리가 발송한 글을 싣는다. 편집자.

  
독자 '김영삼'씨의 반론
  
교육부의 권영민 연구사의 글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국사교육이 강화되었다는 논지는 시간수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이것은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니 문제가 아니고 고교 2, 3학년에서는 모든 과목이 선택이니 그리고 선택한 학교가 많으니 국사교육은 더 강화되었다는 것인데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은 기만적인 접근법이다.
  
우선 첫번째로 중학교에서 1단위가 줄어든 것을 재량활동시간 확보때문에 모든 과목에 해당되는 사항이니 별 문제가 아니라는 발상에 큰 문제가 있다. 주당 3~5시간씩 3년 동안 가르치게 되어있는 과목들에서 한두 시간을 줄이는 것과, 겨우 2년 동안 주당 2시간만을 가르치는 과목에서 한 시간을 빼는 것을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의도적인 왜곡이다. 중학교에서 국사 교육은 크게 약화되었다. 시간수의 축소만이 아니라 사회과 통합으로 인해 비전공자들이 국사를 가르치는 일이 발생했고 세계사는 사회 교과서의 한 단원이 되어 사회 선생님들이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시간수의 축소, 수업 질의 하락, 이를 두고 국사(역사) 교육이 약화되었다고 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교육부 연구사의 이 글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다.
  
둘째, 고등학교의 경우 주당 1시간만 필수에서 축소되었고 고 2ㆍ3학년에서는 많은 학교가 선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도리어 국사 교육이 강화되었다는 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 먼저 고교 1학년에서 주당 1시간이 줄었다는 것을 살펴보자. 6차 교육과정 국사 교과서는 상, 하 두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록을 빼고 총 쪽수는 4백54쪽이다. 그리고 책 크기는 세로 23cm, 가로 15cm이다. 7차 교육과정은 총 3백88쪽이다. 책 크기는 세로 26cm, 가로 18.5cm이다. 한마디로 쪽수는 작아졌지만 책 크기가 커졌다. 물론 담고 있는 내용 역시 줄어들지 않았다. 6차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현대사 관련 단원을 빼면 4백4쪽이다. 7차 교과서의 근현대사의 흐름 단원을 빼면 3백29쪽이다. 시간은 1/3이 줄었는데 내용은 크게 줄지 않았으니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강화라고 하는 것은 억지다.
  
셋째, 고교 2ㆍ3학년에서 모든 과목이 선택 과목이고 한국근현대사를 선택한 학교들이 많다는 것 역시 사실 왜곡에 가깝다. 국어, 영어, 수학 등 모든 과목이 선택이라고 하지만 이들 과목들은 수능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고교 2ㆍ3학년 교육 과정중 주당 20시간 가까이를 국영수 과목으로 채우고 있다. 인문, 자연 등 어떤 과정을 불문하고 국영수는 20시간 내외의 시간들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근현대사는 오로지 인문사회 과정에서만 개설되고 선택되고 있다. 자연계열 학생들은 전혀 근현대사를 배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많게는 절반 적게는 전체 학생의 2/5 학생들이 자연계열 학생임을 감안한다면 한국근현대사 수업은 부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수능에서 국영수는 3과목 혹은 2과목을 반드시 선택하게 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근현대사는 11과목중 한과목으로 선택 여부가 국영수에 비해 현저하게 비중이 낮다. 이러한 현실을 놓고 모두가 선택이니 말하지 말라. 그것도 일반계 고등학교의 86% 가까이가 선택하고 있으니 말하지 말라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비교법인 것이다. 여기에 실업계까지 포함하면 한국근현대사를 배우고 있는 학생수늕 전체 고등학생의 절반도 안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 관계 왜곡의 문제는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사실 그 자체인 것이다. 이를 교묘하게 포장하여 현행 교육과정의 문제를 숨기려는 교육부는 큰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교육과정의 구조적 문제는 도대체 학교교육을 통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과 원칙을 갖지 못하는 천박함에서 근원하고 있다. 이러한 천박한 논리의 교육과정이 입안된 것이 김영삼 정권 시절의 교개위이고 교개위 위원 일부와 몇몇 학자들이 만든 7차 교육과정의 핵심 내용에 대한 뒷치닥거리를 한것이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였다. 따라서 그 시절 교육부 장관을 했던 안병영 현장관이 책임이 없다는 논리 역시 궤변이다.
  
좀더 당당하게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러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미래지향적 태도이다. 그러나 지난 시간의 과오를 변명하기에 급급한 교육부의 안일한 태도는 반복되는 실패를 예견하게 하고 있다. 최근 주5일제와 관련한 교육과정을 논의하기 위해 새로운 교육과정심의회를 구성하는데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심의회 위원 선정위원회의 안을 퇴짜놓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을 위원으로 선정하는 독단을 저지르고 있다. 즉 7차 교육과정의 실패는 사회적 논의 없이 소수의 독점적 논의구조에 의한 교육 과정 논의의 진행에서 연유하는 것인데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교육 과정의 논의장에서조차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자기 결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병영 부총리는 지난 시절 만들어낸 7차 교육과정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질 교육과정에 대한 책임조차 져야 하는 어쩌면 교육쪽에서는 거의 '매국노'에 가까운 책임을 져야할 지도 모르겠다.
  
사회적 공론을 거부하고 소위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몇몇 학자들과 태연히 새로운 교육과정은 논의하는 교육부 수장의 모습은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것이 아닐까? 교육부여 이제 제발 깨어나라!
  
안병영 부총리, "우리나라의 역사와 국사교육에 대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
  
아시다시피, 최근 중국이 동북공정을 내세워 우리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데 대해 우리 국민들은 다함께 분노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많은 분들이 우리의 歷史와 國史敎育의 중요성에 대해 되돌아보고 깊이 반성할 수 있게 된 것은 늦었지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중요한 國史敎育이 학교에서 다른 교과에 통합되어 운영되거나 선택과목인 것에 대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계십니다. 이에 대해 우리의 국사교육과 관련하여 일부 잘못 이해할 수 있는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몇 가지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까지는 국사 내용을 사회과목에 포함하여 지도하고 있습니다. 초등 3학년은 향토사(주당 3시간), 4학년은 시·도 역사(3시간), 5학년은 문화사(3시간), 6학년은 문화사, 생활사(3시간)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과정 운영과 관련한 세계적인 추세와 학습이론을 보면, 유사과목은 통합하여 서로 연계시켜 학습하는 것이 보다 학습 효과면에서 효과적입니다.
  
현재, 제7차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까지 국사 내용을 사회과목에 포함하여 지도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국사과목이 고교에서 선택과목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일부 지적은 변화된 고교 교육과정에 대한 잘못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국민공통 기본교과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10개 교과를 필수로 배우고, 고2∼3학년 과정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를 비롯한 모든 교과를 선택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즉, 고등학교 2∼3학년 과정에서는 어떤 교과목도 필수로 지정되지 않는 것이 제7차 교육과정의 특징입니다. 그렇지만, 이 때문에 국사교육이 소홀히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중학교는 2학년(1시간), 3학년(2시간)에서, 고등학교는 1학년(2시간)에서 별도로 편찬된 국사 교과서를 별도로 책정된 시간에 필수과정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2∼3학년에는 '한국 근·현대사' 과목을 신설하여 선택으로 8단위를 이수토록 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85%이상의 고교에서 이 과목을 개설·이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고등학교의 국사 과목은 실제 운영상에 있어서는 사실상 독립과목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국사교육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너무나 당연하며 어쩌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최우선 국가적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앞으로의 國史敎育 방향이 '歷史知識 敎育'의 양적 확대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며, '歷史意識 敎育'의 질적 확대로 나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도 정부는 우리 2세들에게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 미래의 거친 풍랑을 헤쳐 나갈 지표가 될 수 있도록 국사교육을 보다 내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할 것입니다.
  
바라건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여러분들의 분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우리 역사와 국사교육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성원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4. 8. 31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안병영 드림

<김영삼 / 독자>

(프레시안 200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