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東北工程과 동북아 중심 국가

최근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하여 고구려사를 중국의 지방정권사로 편입하려고 시도하면서 한·중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급상승했던 친중(親中) 정서가 중국의 패권주의적 대(對)주변국 정책으로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왜 중국은 엄청난 돈을 투입하여 고구려 역사 탈취를 시도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체로 세 가지의 견해가 있다.

고구려史 뺏아가려는 까닭

첫째, 중국이 공식적으로 동북공정의 핵심 목표로 명시한 ‘변경의 안정’(邊疆穩定)에 의거하여, 동북3성 지역에서 조선족의 동요를 막고, 한반도 통일 이후 한국 민족주의의 고조를 틈타 조선족이 고구려 역사를 근거로 만주 지역을 한국의 일부로 주장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분리 운동을 펼칠 사태에 대비한 방어적인 사전 차단책이라는 것이다.

둘째, 동북공정은 북한의 붕괴 이후 북한을 접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중국의 공격적 신(新)패권주의라는 극단적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스스로 붕괴했을 때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북한 지역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과 영토적 개입의 근거를 쌓기 위해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셋째, 동북공정은 단순한 ‘고구려사 빼앗기’를 넘어 한국의 동북아 중심국가론에 대응하는 중국의 동북아 국가 전략 프로젝트라는 견해가 있다. 중국은 한국의 동북아 중심국가론을 동북아 지역에서 한국의 패권 구축 시도로 오해하면서 이에 대응하여 중국판 동북아 중심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고구려사 강탈 시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만약 중국의 동북공정 의도가 첫 번째라면 ‘만주는 우리 땅’, ‘고구려의 고토(故土)를 회복하자’ 등의 혈통적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행위를 자제하고 통일 이후에도 동북3성 지역에서 중국의 영토적 주권을 존중할 것을 약속하면서 고구려사를 되찾아 와야 한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만약 중국의 의도가 북한 체제 붕괴 후 북한 지역을 접수하려는 근거를 만들려는 데 있다면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단호히 중국의 의도를 분쇄하여야 한다.

우리 ‘中樞국가’ 잘 설명해야

그런데 만약 중국의 의도가 세 번째라면 중국에 대해 우리의 동북아 중심국가 전략이 지역 패권주의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고 설득하여야 한다. 사실 참여정부의 동북아 중심국가는 ‘중심국가(core state)’가 아니라 ‘중추국가(hub state)’의 개념이었다. 중심국가는 주변국가(periphery)에 대해서 패권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인 반면, 중추국가는 ‘사람과 물자가 모여서 흩어지는 국가’라는 의미를 지닌, 교류국가, 연결국가의 성격을 갖고 있다. 참여정부는 현실적으로 우리는 인구, 국토의 크기, 경제력, 군사력으로는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동북아의 중심국가가 될 수 없다는 현실 인식 위에서 반도국가로서 일본과 중국의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동북아 공동번영과 평화의 중추를 지향하는 대외 국가전략을 수립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국가전략 담론의 명칭을 ‘중심’으로 선택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중추국가가 아니라 지역패권적 중심국가 구축 시도로 의심받게 되었고, 참여정부가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 대신 ‘동북아시대 실현’으로 담론의 수준을 낮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의혹을 제거하지 못하고 작금의 고구려사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전략의 개명에 더하여 탈(脫)민족주의적인 한·중·일 협력 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함으로써 중국으로 하여금 패권적인 민족주의 프로젝트인 동북공정을 중단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정치학>

(조선일보 200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