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역사왜곡 `콘서트`로 반격

초대형 공연 '살수대첩' 여는 김장훈

서기 612년에 우리는 역사상 가장 멋진 편지를 소유하게 된다. 113만 군사를 이끌고 고구려를 침략해온 수나라 우중문에게 을지 문덕 장군이 보낸 한통의 편지.

‘그대의 귀신 같은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기묘한 계략은 땅의 이치를 다 하였네. 전쟁에 이겨서 그 공이 이미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 두기를 바라노라.’ 이 얼마나 절묘하고도 탁월한 문장력이란 말인가. 일곱살 먹은 애 달래듯 몇마디 촉촉한 말로 띄워주다가 ‘그래도 까불면 혼난다’고 은은하게 꾸짖는 이 기막힌 말솜씨. 그 때 우중문이 “그래, 내가 잠깐 미쳤나봐”하고 말머리를 돌려 집으로 돌아갈 정도의 머리 좋은 친구였다면 자기네 애들 29만7300여명의 목숨은 건졌을텐데 결국 고집부리다 살수(청천강)에서 모두 물고기밥이 됐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란 속담을 일깨웠던 그날의 쾌거가 있은 지 1392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제 중국의 고구려 사 왜곡이란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네들의 유치한 장난에 일일이 장단맞춰 화내주는 것도 귀찮지만 그렇다고 외면 할 수도 없는 노릇. 을지문덕 장군의 어른스런 훈계같은 것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김장훈(38)이 콘서트 ‘살수대첩 ’을 연다고 했을 때 뭔가 신명나는 ‘어린애 타이르기 놀이’가 떠올랐다.

“올해 봄에 TV로 고구려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어라? 중국이 뭔가 슬슬 시작하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에는 그게 핫 이슈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점점 강도가 심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과연 뭘까 고민했죠 . 결국 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무기는 공연이란 결론에 이르렀 던거죠.” 얼굴만 봐도 즐거운 사람 김장훈의 눈빛이 진지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공연은 ‘블록버스터’란 이름을 붙일 만큼 그의 생애를 통털어 가장 통쾌한 활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무대에서 을지문덕 장군 역을 맡아 열연 및 열창할 예정.

문제의 우중문 역에는 MC몽과 싸이, 김제동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살수대첩을 재현할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살수차 동원해서 물 뿌리는 ‘물쇼’는 아니고요. 일단 10m 짜리 물대포와 30m짜리 물분수가 등장하고 8m 높이의 조형물로 제작된 고구려 군사가 당당하게 서 있을 겁니다. 공연장을 성벽처럼 꾸미고 하늘에는 대형 스크린을 띄울 생각입니다.” 구상은 나무랄 데가 없는데 문제는 돈이다. 김장훈은 “유승민 선수가 중국 선수를 이기고 금메달 땄을 때 김택수 선수가 대표 선수를 양보했듯이 좋은 일에는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번 공연은 객석이 꽉 차도 적자란 얘기다. 그는 물질적으로 얼마든지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단다.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규탄대회도 계획중에 있어요. 역사 선생님과 연예인들이 서로 질의 응답하고 노래도 부르는 차분한 자리를 마련하려고요.” 오는 10월 정규 앨범을 낼 예정인 김장훈은 얼마전 윤종신, 조PD , 윤도현, 하림 등이 참여한 ‘맛보기’싱글 앨범을 선보였다.

총 4곡이 수록된 이 앨범에서 김장훈은 자신이 노랫말을 붙인 곡 ‘너만 있다면’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 주먹 건달 영화같은 이 노래에는 그의 인생 철학이 담겨 있다.

‘세상의 칼끝이 날 찔렀다/ 눈물이 상처를 파고 든다/ 꺾여버린 무릎이라도 다시 딛고 일어선다(중략)/ 너만 있다면 지겹도록 비 웃던 얼굴 뒤로 다시 해낸다’ “결국에는 사랑 노래죠. 그 대상이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나 연인일 수도 있고. 아무리 힘들어도 그들만 있으면 이겨내는 게 인생 아닌가요?” 공연이든 노래든 ‘김장훈 스러워서’반갑다. 그가 선보이는 을지문덕 장군의 박력 넘치는 호령은 오는 9월18일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들을 수 있다. 1544-1555

(문화일보 / 이승형 기자 2004-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