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터뷰>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호주를 공식 방문 중인 반기문(潘基文) 외교통 상부 장관은 귀국에 앞서 30일 오후 숙소인 캔버라 하얏트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등 주요 외교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반 장관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 한국 외교장관으로서 27년만에 호주.뉴질랜드를 공식 방문했다. 소감은.

▲호주와 뉴질랜드는 국제사회에서 한반도의 안보 문제에서 어느 나라에 못지않게 아무런 조건없이 우리의 입장을 지지해왔다. 이들과 관계를 평시에 강화하는 것이, 필요할 때 지지를 받는데 도움이 된다. 호주와 뉴질랜드 외무장관은 8년도 못 되는 기간에 3∼4번씩이나 방한했다. 일방적이고 불균형한 측면이 있다.

다우너 호주 외교장관은 오늘 회담에서 양국간에 고위급 교류가 나의 방문을 계기로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상의 호주.뉴질랜드 방문도 필요하다. 호주의 경우 거의 모든 총리들이 한국을 다녀갔으나, 우리는 그동안 APEC 등 다자회의 참석차 방문한 적은 있으나 양자방문은 없었다. 한반도의 주변 나라들과 관계를 튼튼히 하는 바탕 위에서 균형있게 외교선을 다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 북핵 6자회담 전망이 불투명하다.

▲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가 북한을 제외한 4개국과 협의를 하고 있다. 중국도 필요한 경우 고위급에서 북한을 방문, 설득할 계획을 갖고 있다. 9월중 6자회담 개최는 6개국의 합의사항인 만큼 9월중에 열려야 하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실무그룹회의를 언제 하느냐가 문제인데, 지금 상황을 보면 본회담의 일정을 먼저 잡고 실무그룹회의의 필요성에 따라 날짜를 정할 것으로 생각된다.

-- 현재 북한의 태도를 어떻게 보는가.

▲미국에 대해 비난을 하고 있으나, 그간의 북한의 행동 패턴으로 볼 때 새로운 태도의 변화로는 보지 않는다. 북한도 조만간 현실적으로 어프로우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 일정도 무산되는 등 남북관계가 정체돼 있다.

▲정부는 남북관계의 정체 현상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조만간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년반 동안 남북은 각급 레벨의 협의를 통해 이룩한 실적이랄까 진전을 볼 때 남북간에 조성된 문제로 인해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지만 그렇게 오 래 지연시킬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남북간에 있을 수 있는 문제로 인해 대화를 지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조금 시간을 가지면 원상회복될 것으로 믿는다.

--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30일 미국 방문차 출국했다.

▲정 장관 방미의 기본 목적은 통일부 장관과 NSC 상임위원장이 된 계기에 미국의 고위 정책 책임자들과 만나 남북관계 등 광범위한 차원에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측에서도 파월 국무, 럼즈펠드 국방,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모두가 정 장관을 만나기로 했다. 개성공단에 반출될 전략물자 문제에 관해서도 의견교환이 있을 것이지만, 주목적은 아니다.

-- 개성공단에 전략물자 반출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정부의 대책은.

▲한미 외교부 고위실무자간에 여러 차례 의견교환이 있었고, (우리 정부는)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출했다. 현재 실무자간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 반출할 물자가 미국의 수출통제법(EAR) 규정에 따르는 허가대상이나, 아직 구체 적으로 어떤 물품이 거기에 해당되는지 실무적인 검토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미국은 반출될 품목에 대한 1차 검토 결과, 대부분의 물자가 이 규정과 무관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몇 가지 품목이 이 규정에 해당되는 지는 판명되지 않았으며, 제출된 자료 중 일부 미흡한 것에 대해서는 미국이 추가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이 문제는 한미관계, 남북관계라는 큰 틀에서 협의해야 하는 측면과 함께, EAR 등 대북 물자반출 금지라는 법적.실무적 절차 양측면을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

-- 주한미군 감축 시기에 관한 한미 협의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감축시기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제시했다. 미국도 그럴 필요성에 대해 이해할만 하며, 좀 더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 감축시기를 얼마를 더 연장을 할 지는 연도별로 장비반출 문제에 대한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일부 중요 장비들의 반 출 협의는 양국 국방당국 간에 협의중이다. 중요한 것은 한미간에 협의와 조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관련해 5개항의 구두양해에 합의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년에 채택될 역사교과서에 추가적 왜곡이 이뤄지지 않도 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단기적으로 중국 지방정부와 유적지 등에서 이뤄진 왜곡에 대해 중국의 시정조치를 지켜보는 것이다. 중국도 이미 고위선에서 구두양해 했 으니 중국측에도 조치를 취할 말미를 주면서 협의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중국에서 오는 9월 고구려연구재단과 접촉을 희망하고 있으니, 공동학술대회를 금년중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한일협정 문서를 공개할 의향은 있는가.

▲ 상당히 민감한 외교사안이고 관련국의 입장이 있기에 이 문제를 아주 신중히 다뤄 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 조만간 가시화될 외교통상부 혁신방안을 소개한다면.

▲ 외교부의 혁신은 조직 축소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고쳐야 21세기의 외교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느냐가 그 핵심이다. 지금 외교통 상부의 인프라가 너무 열악하다는데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당장 급한 것은 복수 차관제를 도입해 국제협상과 회의, 양자외교 등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또 외교부에 고위직 신설에 따르는 정부의 조직 부담을 감안, 외교부 본부 내에 장관 직속으로 고위 태스크포스를 둬서 특정 사태나 세계적 이슈를 책임지고 나갈 조직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이와 함께 김선일씨 사건 을 계기로 국민적 요구가 강한 대국민 영사서비스 기능을 확대개편해 나갈 것이다.

또 급한 것은 세계적 FTA(자유무역협정) 추세에 맞춰 외교통상부에 `FTA국'을 신설하고 인원을 대폭 증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 이외에 조직.회계의 투명성을 강화 하기 위해 감사관을 외부전문가로 영입했고, 현재 제도적 조치를 검토중이다.

-- 21세기 외교난국을 헤쳐 나가려면 한국 외교는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가.

▲ 구한말과 지정학적 위치는 같지만, 한국의 역량과 위상이 달라졌기에 우리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독일 통일시 서독의 이니셔티브가 통일을 달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 을 했다. 물론 미국의 역할도 매우 중요했다. 우리도 각급 레벨에서 부단히 접촉.협의하면서 한미관계를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변국 관계를 대국적 견지에서 접근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국내적으로 투명성 제고나 제도.시스템 혁신 등 많은 발전이 있었으나, 여전히 대외관계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우리의 활로는 외국과 관계를 튼튼히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특히 GDP(국내총생 산)의 62%를 대외교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일례로 FTA에 좀 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원칙에 입각한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면서도 외국과 관계에서 우리의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조화로운 관계를 이끌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선일 사건에도 불구, 우리 정부가 테러단체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이라크 추가파병을 결정한 것을 두고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번 호주 지도층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약간의 부정적인 미국 내의 한국에 대한 감정을 개선하는데 많이 기여 했다.

(연합뉴스 / 이유 기자 2004-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