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는 중국사? 칭기즈칸도 중화 영웅?

한국과 중국 양국이 최근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5개항의 구두 양해에 합의에 따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사를 삭제하면서 불붙기 시작한 한중간 외교적 마찰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동북 공정 프로젝트를 통해 고구려사 왜곡을 조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외교적 쟁점으로 언제 표면화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집중 보도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화제다. 8월 31일 MBC 'PD수첩'(화 밤 11:05~12:00, 송일준 CP)은 '고구려사 왜곡, 중국의 노림수' 편을 중국과 몽골을 현지취재했다.

칭기즈칸도 중화 영웅?

제작진은 몽골인들에게 "현재 중국인들이 칭기즈칸을 중국의 영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에 응한 모든 몽골인들은 "칭기즈칸은 당연히 몽골의 영웅인데, 이를 왜곡하는 중국의 태도에 화가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몽골에서 가장 권위있는 역사학자인 달라이 교수는 "칭기즈칸을 세계가 서로 차지하려고 하는 모양"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고구려는 분명 한국 영토이고 한국사라고 말하고는 중국인들이 자기 역사라고 하는 것은 처음 들어본다고 덧붙였다.

중국유학생,'고구려는 중국사다' 내용 없으면 논문도 통과 안돼

'PD수첩'은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를 중심으로 선양( 瀋陽), 베이징(北京)에 걸쳐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 왜곡의 현장을 집중 추적했다. 취재를 담당한 장형원 PD는 "현재 유물 발굴중에 있는 지린(吉林)성의 발해 유적지를 찾아 삼엄한 공안의 감시 속에서 어렵게 카메라에 담았다"고 전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고구려사 왜곡의 교육 현장이 되어버린 지안(集安)시의 고구려 유적지를 찾았다. 특히 이곳은 올해 유네스코 등재 전까지는 유물 발굴 공사를 이유로 외국인, 특히 한국 사람은 출입조차 못하게 했던 곳이다.

현재 지안(集安)시는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고 있으며 심지어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릴 정도로 변모한 모습이었다. 가는 곳마다 고구려가 중국사라는 문구와 안내원의 설명이 따라다니고 있었으며, 수많은 관광객들이 잘못된 역사 교육을 받고 돌아가고 있었다.

장PD는 한 중국유학생이 "요즘에는 논문에 '고구려는 중국사다'라는 내용을 넣지 않으면 논문이 통과 안될 정도"라고 전했다.

어제의 민족영웅이 오늘의 역적? 뒤바뀐 역사

중국은 '통일적 다민족국가'라는 정치적 현안을 위해 역사까지도 재조명하고 있다. 이민족을 물리쳐 1914년 이후에는 관우(關羽)와 함께 무묘(武廟)에 합사된 중국 남송 초기의 명장 악비(岳飛)가 이제는 다민족국가라는 이념에 배치되 영웅인지 역적인지 논란이 되고 있을 정도다.

칭기즈칸이 한족과 이민족을 통일해 중화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는 것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중화패권주의 vs 애국적 쇼비니즘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둘러싸고 중화패권주의와 애국적 쇼비니즘이 맞붙었다. 우리 학계에서는 고구려사를 위시한 동북 역사 연구인 '동북공정'은 중화패권주의를 드러낸다는 주장을 제기했는데, 중국 정부와 헤이룽쟝 사회과학원 원장 부핑 등을 포함한 중국학자들은 "한국 학자들이 인위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중국 정부는 오직 학술적인 목적으로만 동북공정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장PD는 중국의 역사왜곡은 정치적 목적과 관련된 문제로 학술적 접근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PD수첩 '고구려사 왜곡, 중국의 노림수'는 오는 31일 밤 11시 5분부터 방영된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곽인숙기자

[인터뷰]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현장을 취재한 장형원 PD

중국의 역사왜곡 현장인 지안(集安)시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관광객이 오가는 관광명소로 변모해 있었다. 가는 곳마다 고구려가 중국의 한 역사라는 문구와 안내원의 설명이 따라다니고 있었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러한 설명에 토를 달지 않았다.

유적지 곳곳에서 '중국고구려사'라는 안내책이 팔려나가고 있었으며 그곳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안내원들이 '중국고구려사'를 소개해 현장은 마치 '일종의 역사교육장화'되고 있다.

중국이 동북공정뿐만 아니라 중국 문명 탐원 공정을 시작하면서 곳곳에 이와 관련된 플래카드를 내걸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제까지 고구려를 우리 역사로만 인식하고 있다가 이제야 대응하기 시작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또 연령별로 다양한 중국인들을 인터뷰한 결과 모두 고구려사는 중국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한 중국유학생은 "요즘에는 논문에 '고구려는 중국사다'라는 내용을 넣지 않으면 논문이 통과되지 않을 정도"라고 전해 현지사정을 잘 말해준다.

지난해에는 '장백산', '중화만세'라고 씌여진 오래된 돌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신화통신에 의해 중국 전역에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중화주의의 고양을 위해 상징조작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집안에 있는 고구려산성을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이야기로 '오녀3성'으로 명명하는 등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심각할 정도다.

중국의 역사왜곡은 정치적 목적과 관련된 문제로 학술적 접근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한 중국은 역사왜곡을 통해 역사문화의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완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제대로 된 준비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이제는 고구려 자체에 대한 연구를 넘어서 중국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야 한다.

(노컷뉴스 2004-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