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의 올림픽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은 10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아쉽습니다. 우리와 이웃한 중국과 일본의 분위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씁쓸한 분위기마저 느껴집니다. 잘 싸웠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이유를 국제부 조용만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올림픽 기간동안 중국·일본의 분위기는 우리와 상당히 달랐다고 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3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스포츠 강국으로서 명성을 재확인했습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선 예상밖의 선전에 고무되고 올림픽 특수까지 불어닥쳐 떠들썩했습니다.

차기 올림픽 개최국이자 금메달 32개(종합순위 2위)를 휩쓴 중국의 열기는 거의 매일 외신지면을 장식했습니다. 메달 소식은 물론 경제적 파급효과가 주요 아이템이었습니다. 백화점은 말할 것도 없고 옷가게와 술집, 서점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업종이 호황을 누렸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후원기업들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국내외 기업들사이에서는 차기 올림픽 스폰서 경쟁이 치열하다는 후문입니다.

일본은 64년 도쿄 올림픽을 능가하는 사상 최고 성적을 올렸습니다. 4년전 시드니에서 금 5개에 그쳤던 일본은 이번에 금 16개로 종합순위 5위로 도약했습니다. 일본 7월 TV판매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금메달 종목을 지원한 기업들은 관련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급증했습니다. 금메달이 쏟아진 수영과 유도는 배우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각국이 보여준 분위기는 경제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중국은 경기성장세를 주체하지 못해 성장을 누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기억제에 나선 정부도 터져나오는 올림픽 특수 열기를 어찌할 도리는 없었습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도약대에 서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올림픽은 국민정서와 경제에 상승효과를 불러왔습니다. 매츨 증대 등 실질적인 효과보다 심리적 효과는 더욱 커 보입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림픽에서 일본이 딴 메달이 금,은,동 합쳐 33개 이상이 되면 올해 일본의 성장률이 최대 6.4%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는 11개 일본 민간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올해 성장률은 평균 3.5%의 2배 가까운 수치입니다. HSBC는 일본의 메달수가 많은 시기는 경제가 성장하고 증사도 활황이었다면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니케이지수는 100%이상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전망이 들어 맞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전달되는 이같은 의견은 일본경제에 대한 대한 낙관론을 반영합니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4년후 올림픽을 개최할 중국에 대해 투자자들이 어떤 시각을 보일지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아쉽게도 우리는 예외였습니다. 경기성적이 부진한 것도 아니었지만 한국의 올림픽 분위기는 냉랭했습니다. 국민적 관심을 불러올 촉매는 없었고, 올림픽 특수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이웃나라에서는 TV 매출 급증, 광고 대박 소식이 들려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 밤경기를 지켜보는 올빼미족 덕분에 야식시장이 재미를 봤다는 얘기가 고작이었습니다. 할인점과 홈쇼핑 등에서 쥐포, 삼겹살, 맥주 매출이 늘었다고 하더군요.

정치·사회적 관심에서도 올림픽은 떨어져 있었습니다. 올림픽 기간동안 우리나라 종합·경제지들이 1면으로 다룬 주제는 `왜 이리 살기 힘드나` `경기회복 늦어진다`거나 `왜곡된 고구려 역사` `친북이냐 용공이냐` 등이 주를 이뤘습니다. 금메달 소식이 톱을 장식했지만 일회성에 그쳤습니다.

경제는 심리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위정자들은 없는 불안을 조장해 경제를 흔들지 말라고 연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불안을 말하지 않는다고 경제가 살아나지는 않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올림픽 기간중 선수단과 응원단 등 한국민 안전대책외에, 올림픽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준비와 고민은 없어보였습니다.

재계의 한 경제연구소는 정부와 기업의 올림픽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올림픽의 부수효과는 선수들의 땀만으로 일궈낼 수는 없습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면밀히 연구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동북아 중심국으로서의 한국위상을 위해선 정부의 경쟁력도 동북아 중심국에 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데이리 / 조용만 기자 2004-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