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고구려사’ 해결의지 확인

노대통령 유감표명 ‘이성적 대화’ 강조 1시간여 접견…

북핵·경협확대도 논의27일 노무현 대통령과 자칭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만남은 한-중 정상이 간접적으로나마 고구려사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이날 후진타오 주석이 자칭린 정협 주석을 통해 전달한 구두 메시지는 고구려사 문제 해결 의지를 분명히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중국 정치체제에서 국가주석은 국가 최고책임자일 뿐만아니라 당 총서기로서의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후 주석이 고구려사 문제에 대해 직접 해결 의지를 보인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며 구체적인 실천이 뒤따르길기대한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이날 메시지에서 한-중 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도 표명했다. 그는 “한-중 관계가 오늘 수준까지 발전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우리 양쪽은 이를 함께 지켜 나가야 한다”며 “나 자신과 중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친선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한국과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신뢰하는 좋은 이웃이자 좋은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며 “우리는 양국 번영이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되도록 다같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고구려사 문제가 쟁점이 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중국 쪽에 성의있는 조처를 촉구하면서도 ‘이성적 해결’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는 이 문제를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이성적 대화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양국정부가 모두 미래를 보면서 이 문제를 풀어 가자”고 말했다. 그는 “양국 국민과 지도자는 이만한 일을 건설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고구려사 문제에 대한 자신의 첫 언급인 만큼 우리 국민과 정부가 생각하는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민 대변인은 “이날 만남은 전체적으로 양쪽이 사태해결 의지를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예정시간 30분을 넘겨 1시간여 동안 자칭린 주석을 접견한 데 이어, 1시간30분 동안 오찬을 함께 하면서 주로 고구려사 문제를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두 사람은 북핵 문제, 하나의 중국 문제, 양국간 경협 확대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후진타오 주석의 방한을 재초청했다.

앞서 자칭린 주석은 이날 오전 김원기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고구려사 문제 해결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태도와 상호존중의 자세를 보이면 교과서 문제는 반드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원기 의장은 “고구려사는 중국한테는 한 부분이지만 우리에게는 민족의 뿌리이자 정체성의 근원임을 인식해 달라”고 당부했다. 자칭린 주석은 탈북자에대한 인도적 처리 요구와 관련해 “한-중 간에 다소 의견차이가 있으며, 중국은 이들을 난민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다만 이 문제와 관련해 양국정부가 긴밀히 협조해 왔고, 상호존중과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노력한다면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자칭린 주석과 만나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우호선린의 관계인데 최근에 고구려사 문제로 우리나라 국민이 많이 걱정하고있다. 우리 국민은 영토는 변해도 역사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고구려사 문제가 잘 해결돼 양국 관계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말했다.

(한겨레신문 / 백기철 류이근 기자 2004-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