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장-자칭린 주석 면담 안팎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과 방한중인 자칭린(賈 慶林)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주석의 27일 회담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 및 탈북자 문제를 주요 의제로 시종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회담은 양국 의회지도자간 `우의와 친목'을 도모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외교현안에 관해 서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팽팽한 분위기도 연출된 자리였다.

김 의장과 배석한 여야 원내대표들은 한국민이 느끼는 고구려사 왜곡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등 `체감 민심'을 자 주석에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김 의장은 "`코리아'라는 국호는 고구려에서 온 것으로 우리 민족의 뿌리이자 정체성의 근원"이라며 "한중관계가 최고로 발전하는 시점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우리 국민은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중국 중학교 교과서 왜곡사례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고 직접적인 문제제기를 했고,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 내대표도 "동북공정을 중단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가세했다.

그러나 자 주석은 "고구려사 문제가 양국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는 문제임을 잘 알고 있고, 깊은 관심을 기울이겠다"면서도 "2천년전 역사문제 때문에 양국관계가 손상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논쟁'을 비켜갔다.

자 수석은 우리측의 탈북자 문제에 대한 인도적 접근 요청에 대해서도 "중국은 이들을 난민으로 보지 않는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이어 "양국은 기본적으로 선린우호국이며 상호존중과 이해, 신뢰로 입장차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것이 양국국민의 근본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원칙론을 견지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탈북자들이 강제송환당했을 때 어떤 처지에 놓이는가를 고려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라고 중국측의 전향적 자세를 거듭 촉구했다.

김 의장의 공세성 요구가 계속되자 자 주석도 대만문제를 거론하며 `반격'에 나섰다.

자 주석은 `하나의 중국원칙'을 견지한 한국의 입장을 평가하면서도 "최근 대만이 각국 의회와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다소 경각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뒤 "대만문제와 관련해 일관된 입장을 가져주기를 (한국) 정부에도 다시 한번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이날 회담은 김 의장과 자 수석이 차례로 준비한 원고를 읽어내려간 후 현안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50분간 계속됐다.

김기만(金基萬) 공보수석은 "의장이 장시간에 걸쳐 자료를 읽고 준비하는 한편 회담 전날 외교부 관계자로부터 충분한 현안설명을 들었다"고 말해 외교적 현안에 대한 `사전학습'이 충분히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 김중배 기자 2004-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