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문제，문화로 풀면 효과＂

“중국과 마찰을 빚은 고구려사 문제도 외교적 노력이나 학술적 해법보다는 대중문화적인 접근법으로 풀면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와 당당히 맞서고 드라마가 해외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는 등 우리 문화의 저력이 살아나고 있다. 최성모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콘텐츠개발본부장(50)은 25일 스투와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은 한국문화의 힘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국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최본부장은 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지난 2002년부터 문화원형사업을 이끌고 있다.

최본부장은 “반지의 제왕이나 트로이와 같은 영화가 세계를 사로잡은 것은 그들만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했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광개토대왕을 주제로 한 대작 애니메이션이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한다면 중국인들에게 자연스럽게 고구려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창작의 소재가 되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 바로 문화원형 사업이다. 최본부장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세계적인 상품이 되는 시대”라며 “우리만의 유무형 유산이 음악,영화,만화,애니메이션,게임,모바일 콘텐츠 등 다양한 장르에서 독창적인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본부장은 또 “문화원형사업은 매우 현실적으로 상업적인 가치와 연결될 수 있다”며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의 왕궁 경호체계를 역사적으로 고증해 이를 게임으로 만들거나 드라마 다모처럼 조선시대 수사기록을 추적해 이를 각색한 뒤 시나리오로 만드는 식으로 역사적 가치를 활용하는 방안은 다양하다”고 역설했다.

최본부장을 필두로 한 콘텐츠개발본부는 2002년부터 5년간 550억원의 예산을 들여 200여개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미 고려시대 의복의 종류를 재현해 우표로 제작하거나 민담 설화 등을 묶어 책으로 발간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남기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현재까지 개발된 문화원형 소스들을 일반에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culturecontent.com) 를 개설,영화 및 게임 개발업체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본부장은 “미래의 세대들에게 디지털화된 우리 문화의 소스를 제공하기 위해 문화원형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스투 2004-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