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동북공정` 폐기를 촉구하라

한국 외교통상부와 중국 외교부의 우다웨이(武大偉) 부부장이 24일 합의한 5개항 구두 양해사항은 많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우선, 우다웨이 부부장이 외교적 전권을 가진 인물인가 하는 점이다. 또한, 형식에 있어 서면에 의한 합의가 아닌 구두 양해라는 것이 외교적으로 어떤 구속력을 갖는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의미도 없어져 버리는 한낱 구두선으로 끝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5개 양해사항의 내용을 보면 너무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사항을 찾기가 어렵다. 첫 항은 중국측이 사과를 한다든지, 유감을 표명한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유념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항은 양측은 역사문제로 인해 한·중간 우호 협력관계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그런데 역사 왜곡을 일으킨 가해자는 중국측인데 가해자와 피해자가 시시비비를 가리지도 않고 동등하게 무엇을 함께 노력해야 하는지 잘 이해할 수가 없다.

셋째 항은 양측이 필요한 조치를 취해서 고구려사 문제가 정치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노력을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했으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한다는 실천적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고구려사 문제를 정치화한 것은 중국측인데 한국측이 무엇을 정치화했는지 모르겠다. 넷째 항은 중국측이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감으로써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한다고 했으나 필요한 조치에 대해 구체적 시기와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 다섯째 항은 학술교류의 조속한 개최를 노력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시기와 내용이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특히,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는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고구려사 부분을 원상 회복하라는 우리 외교부의 요구를 중국측이 들어줄 수 없다고 거절한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중국은 종래의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정치는 정치고 학술은 학술이라고 하던 그들이 그동안 숨기고 있다가 뒤통수를 쳤던 부분을 사과를 하기는커녕 뻔뻔하게 버티겠다고 나서는데도 이것이 무슨 외교적 성과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2월 합의한 사항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면 4월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고구려사’ 부분은 원상 회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

더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중국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 변강사지중심에서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에서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왜곡하고 있는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고 하니 무엇을 위한 협의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국책기관으로 중국의 싱크탱크(think tank)이며 동북공정의 고문을 사회과학원 원장과 중국 재정부장이 맡고 있는데도 이를 중앙 정부가 개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외교부는 그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더라도 우리 외교부는 당당하게 지적하고 고구려사 왜곡의 중단을 촉구해야 하는 것이다.

동북아시대를 맞이하여 한국·중국·일본이 동반자로서 올바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우경화와 중국의 패권주의를 막아야 한다. 일본의 우경화와 중국의 패권주의를 용납해서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은 기대할 수가 없다. 역사 왜곡을 통해 나타나는 이러한 조짐을 사전에 차단하지 않고서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은 구두선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구려사 왜곡의 중단을 촉구하는 것은 역사 왜곡을 바로잡는 일이며,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시발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광식 / 고려대 한국사 교수, 박물관장>

(문화일보 2004-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