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외교전쟁 `핫 이슈'

한국과 중국간 고구려사 왜곡 갈등, 한국과 일본 간 독도 영유권 및 동해 표기 분쟁, 일본의 대(對) 대만 정책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반발 등 동북아시아 3국간 외교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동북아 정세에 큰 변수로 작용하는 가운데 북한과 일본 사이에도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외교 현안으로 자리하고 있어 서로 물고물리는 `외교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여부도 빼놓을 수 없는 쟁점중 하나다.

◇ 中 고구려사 왜곡 논란 = 중국은 지난 1996년 사회과학원의 핵심 연구과제로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지정한 데 이어 2002년 2월 이 프로젝트를 공식 출범시키고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올 4월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 부분을 삭제하면서 외교 갈등으로 급속히 비화했고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언론들이 노골적으로 고구려사를 왜곡, 보도하면서 양국간 갈등이 첨예화했다.

양국은 중국이 "교과서와 정부 차원의 역사 왜곡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등 5개 구두 양해사항에 합의, 확산 일로의 `불길'을 잡았으나 중국이 한국사 관련 기술을 대부분 삭제한 외교부 홈페이지 원상 회복을 거부하는 등 `불씨'는 남아 있다.

◇ 日, 독도 영유권 `국익외교' 표방 = 일본이 `국익외교'를 표방하며 내년부터 작심하고 동해의 `일본해' 표기와 독도 영유권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여 이를 둘러 싼 한-일 양국의 외교 분쟁도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일본 외무성은 각국 정부와 국가기관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여 동해로 단독 표기하거나 일본해를 병기하고 있는 국가와 국가기관에 대해 일본해로 표기해 주도록 요청키로 하는 한편 독도(일본명 다케시마)에 대해서도 한국의 주장을 반박할 관련 자료를 수집, 간행물로 편찬할 계획이다.

외교통상부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확실한 입장에서 모든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힐 뿐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 日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 일본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이른바 ' 빅 5'를 확대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60년사를 바꿔보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아시아의 유일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으로서는 이를 달가워할리 없다. 그같은 외교 힘겨루기 속에서 한국의 대응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 中, 日-臺 교류에 발끈 = 일본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대규모로 대만을 방문하는 등 일-대만 교류가 활성화할 기미를 보이자 중국이 발끈하고 나서면서 외교 갈등을 비화하고 있다.

중국은 국회의원 12명, 지방의원 80명 등 모두 92명의 자민당 방문단이 대만 방문을 강행한 데다 여우시쿤(游錫坤) 대만 행정원장 탑승 항공기가 중남미 순방 귀국 길에 태풍 때문에 지난 25일 오키나와(沖繩) 나하(那覇)공항에 6시간 기착하자 강도 높은 유감을 표시했다.

이와 함께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이 9월 말~10월 초 가족과 함께 일본 관광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져 일본 정부가 비자 발급 여부를 놓고 부심하고 있는데 비자를 발급할 경우 중국의 반발을 야기할 것은 자명하다.

◇ 고이즈미 총리 신사참배, 韓ㆍ中 자극 = 서로 물고물리는 `외교 전쟁'의 와중에 한국과 중국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서는 공동 전선을 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피해국인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총리는 이달 초 내년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주변국을 자극했다.

중국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기회있을 때마다 맹렬히 비난하고 있으며 2001년 10월 이후 일본 총리의 중국 방문을 거부, 양국간 정상외교가 단절된 상태다.

◇ 서해에서 韓-中 영유권 분쟁 `싹' 꿈틀 = 한국과 일본이 동해 표기 및 독도 영유권 문제로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간에는 서해에서 영유권 분쟁이 일어날 소지를 안고 있다.

중국의 한 시사주간지는 이달 초 한국 주장대로 총면적 35만㎢인 서해 영해 획정에 등거리선 원칙을 적용할 경우 18만㎢의 해역이 남북한 관할에 추가되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신화통신은 지난 달 한국이 군산으로부터 직선으로 250여km 떨어진 ` 서해 2광구' 일대에서 석유 탐사에 착수한 데 주목하고 이 지점은 중국 대륙붕 중간선에서 불과 50여km 떨어져 있다면서 영유권 분쟁 가능성을 지적했다.

◇ 北-日, 납북자 문제로 갈등 = 북-일 수교협상과 북핵 6자회담에서 지난 1970~ 80년대 북한에 납치된 이른바 `납북 일본인'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북한 간첩들에게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가르치고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일본인 13명을 1970~80년대 납치했다고 인정했다.

이 가운데 5명은 북한이 납치를 인정한 직후 일본에 돌아갔고 북한은 나머지 8 명이 이미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북한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8명도 생존해 있으며 2명의 피랍 의심자가 있다면서 이에 대한 북측의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 동북아 정세 큰 변수 北核 = 동북아에서 초미의 외교 현안은 북핵 문제다. 이를 둘러싸고 중국이 가장 핵심적 중재역으로 부상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6자회담 당사국으로 참여, 북한과 미국 및 러시아와 함께 북핵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여부는 한-중-일 3국은 물론이고 동북아 정세 변화에 결정적 역할을 미칠 '핫이슈 중 핫이슈'로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연합뉴스 / 김영묵 기자 2004-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