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 “통일 코리아의 조선족 싹 자르기···‘간도 점유 부당하다’는 역공 긴요”
 

일제시대 간도 용정촌의 한인 마을.

중국의 동북공정에는 여러 가지 속내가 있겠지만,
간도 문제에 미리 못을 박아두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서 공세적으로 간도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간도 문제가 국제 공론화한다면 중국을
제외하고 미국·일본·러시아 등이
적극적으로 한국을 지지할 수도 있다.
중국이 제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일본·러시아의
심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북지구는 동북아시아의 중심으로 중대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한다.’

중국이 사회과학원 산하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中國邊疆史地硏究中心)에서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추진하는 목적을 기술하면서 밝힌 대목이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하려는 프로젝트지만, 중요한 전략 요충지인 동북지구에 대한 영토 주권을 분명히 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 동북지구란 바로 간도를 말한다.

중국은 간도를 자국 땅으로 확실하게 규정하기 위해 동북공정을 통해 간도의 유래와 범주, 조선인 이주와  간도 지역의 통치권 시기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2002년부터 200억 위안(약 3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추진중인 동북공정은 한마디로 현재의 중국 국경선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를 중국사로 만들어 현재의 중국 영토와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이 지역에 대한 영유권 분쟁의 요소를 없애고 국제법적으로도 이를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다.

간도는 ‘영토 분쟁 지역’

하지만 조선과 청나라의 국경에 위치한 간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볼 때 ‘영토 분쟁 지역’이다. 물론 고구려사를 볼 때 간도는 한국의 영토임이 확실하지만 통일신라-고려-조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그 명맥이 이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간도 문제는 조선인들이 1880년대 이 땅으로 대거 이주하면서부터 조선과 청나라가 서로 자국 땅임을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1712년 설치된 백두산 정계비에는 ‘서쪽으로는 압록, 동쪽으로는 토문(土門)’이라고 경계가 쓰였는데, 양국은 ‘토문’을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했다. 청나라는 두만·도문(圖們)·토문을 동일한 강으로, 조선은 토문강은 두만강과 별개의 강이며 송화강의 지류라고 각각 주장했다.

양국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1885년 을유감계(勘界)회담과 1887년 정해감계회담을 가졌으나 아무런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후 1905년 이른바 ‘을사보호조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침탈한 일본은 1909년 청나라와의 협상을 통해 만주철도 부설권 등 각종 이권을 얻는 조건으로 간도를 청의 영토로 인정하는 ‘간도협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일제에 의해 강제 체결된 을사보호조약은 명백히 무효다. 체결 경위를 살펴보면 이는 국제법상 국가의 대표에 대한 강박에 의해 체결된 조약에 해당한다. 일본은 1905년 11월17일 어전회의에 참석한 각료들을 총칼로 위협하고 훔쳐온 대한제국 황제의 옥새로 강제로 조약에 서명하도록 했다.

유엔 국제법위원회가 1967년 채택한 ‘조약법에 관한 빈협약’에 따르면 국가의 대표에 대한 강박에 의해 체결된 조약은 무효다. 2차대전 이후 패망한 일본은 그동안 체결한 모든 조약과 이권 등을 무효화하거나 원상회복시켰다. 이는 1943년 12월1일 미국·영국·중국이 ‘만주·대만 등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도취(盜取)한 모든 지역을 중국에 반환토록 한다’고 규정한 카이로 선언과 1945년 7월26일 포츠담 선언에 따른 것이다.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도취한 모든 지역’이란 1895년 청일전쟁 이후 일본이 침략정책으로 탈취한 모든 지역을 말한다. 하지만 간도는 원상회복되지 않았다. 국제법적으로 볼 때 간도 영유권 문제는 적어도 1895년 이전의 상태, 즉 분쟁 지역으로 남아야 하지만 현재는 중국 영토에 귀속된 것이다. 간도에 대해 조선과 청은 어떤 조약이나 협약을 체결한 바 없다.

분쟁 지역이라는 또 다른 근거는 1952년 4월28일 체결된 중·일 평화조약을 들 수 있다. 이 조약 제4조에는 ‘중·일 양국은 전쟁의 결과로서 1941년 12월9일 이전에 체결한 모든 조약, 협약 및 협정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41년 12월9일 이전’이란 일본이 중국에 대해 침략적 행위를 시작한 1895년 청일전쟁 때부터 태평양전쟁이 발발한 때까지의 전 기간을 말한다. 이처럼 중·일 평화조약에 따라 중국은 스스로 간도협약을 무효화한 것이다.
  
중국, 조선족에 ‘3관교육’ 강요

조선족들이 노인의 날을 맞아 중국 투먼에서 축제를 벌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그런데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간도 문제에 집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국내 정치적으로 볼 때 중국 공산당이 현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영토 주권의 확보다. 대만의 독립을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저지하겠다고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린(吉林)·랴오닝(遼寧)·헤이룽장(黑龍江) 등 동북 3성에는 200여 만 명의 재중동포(조선족)가 살고 있다. 이들은 조선 말부터 일제 식민시대에 걸쳐 중국으로 건너간 우리 동포들의 후손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조선족의 한국 왕래는 엄청나게 늘어났으며, 탈북자들까지 가세해 하나의 커뮤니티가 형성된 바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의 ‘재외동포특별법’ 제정에 대해 ‘중국 공민’의 권리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며 반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남북한이 통일된 후 ‘통일 코리아’가 이들을 흡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소수민족 문제에 극도로 민감한 태도를 보여온 중국은 조선족이 앞으로 통일 코리아와 합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 있는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모국 내지 망명 정부를 가지고 있는 민족은 5개로, 몽골족(몽골)·조선족(한국과 북한)·하사크족(카자흐스탄)·티베트족(달라이라마 망명정부)·대만이 있다. 만약 한반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조선족이 독립을 요구한다면, 이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동북공정은 이 같은 가능성을 미리 막기 위해 아예 역사적 뿌리를 잘라버리고 조선족의 이탈을 방지하려는 속셈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민족’의 뿌리는 역사에서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한반도 통일 이후 조선족이 통일 코리아와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른바 ‘3관교육’을 조선족들에게 시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3관교육은 역사관(조선족의 역사는 중국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으로서의 역사다), 민족관(조선족은 중국의 다양한 민족 가운데 살고 있는 민족이다), 조국관(조선족의 조국은 중국이다)을 말한다.

중국은 21세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려면 ‘영토의 통일’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동북공정은 간도 지역에 살고 있는 조선족들에게 현재 살고 있는 땅이 중국 영토며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나아가 어떤 소수민족이든 모두 ‘중화민족’이며 ‘중화주의’라는 용광로에서 융화돼 새로운 국가 건설에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를 개발한 것이다.
  
두번째, 전략적으로 볼 때 앞으로 동북아의 주도권을 놓고 통일 코리아·중국·미국·일본·러시아의 이해 관계가 서로 첨예하게 부딪칠 수밖에 없다. 통일 코리아가 미국과 일본에 치우칠 경우 중국으로서는 동북지역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1950년 한국전쟁 때 중공군을 투입한 것도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북한이 미군에 의해 통일된다면 동북지역이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본과의 전쟁의 출발점이 됐던 이 지역을 ‘해양세력의 대륙 정복을 위한 교두보’라는 전략적 개념으로 상정한 것이었다. 중국과 북한은 냉전시대를 통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북한은 중국과 미국의 대결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이 같은 완충지대는 없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반도의 새로운 지형 변화와 동북아의 국제질서를 감안한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한반도를 발판으로 간도를 거쳐 시베리아까지 진출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해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려는 의도까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전쟁이 영토분쟁으로 번질 우려 커

셋째, 간도는 북으로 쑹화(松花)강, 남으로 한반도 연안, 동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는 새로운 경제권으로 부상할 수 있는 지역이다. 금·은·석탄·구리·철 등 천연자원의 보고이며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중국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러시아 연해주 접경까지 연결되는 1,380㎞의 동부 변경철도를 연내에 착공할 계획이다.

이 철도는 이미 건설된 동북3성 지역의 11개 철도와 연결된다. 유럽으로 연결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지나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때문에 중국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간도 문제를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동북공정을 더욱 철저하게 밀고 나갈 것이 분명하다.

고구려사 왜곡 문제로 촉발된 중국과의 역사전쟁은 결코 역사전쟁이 아니며 앞으로 영토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는 한 국가의 문화의 뿌리이자 정신이다. 역사는 국제사회에서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는 영토분쟁의 원인이 되어왔다. 때문에 고구려사 문제를 역사전쟁의 관점이 아닌 국제정치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중국은 역사 왜곡을 통해 동북아 패권을 차지하려는 속셈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처하려면 어떤 방법이 적절할까. 무엇보다 먼저 중국의 영토분쟁에 대한 논리를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를 되찾고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놓고 일본과 영토분쟁을 벌이면서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중국 영토이며 서구 열강과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으로 빼앗긴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주장해 왔다.

중국의 주장을 반대로 이용할 수 있다. 중국 역시 제국주의적 논리로 간도를 자국 땅이라고 우기는 것아니냐고 반박하면서 국제 공론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그동안 주변국들이 자국을 ‘제국’으로 보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해온 것이 모두 거짓이었다고 강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중국의 전략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은 이라크 침공 등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이용해 ‘화평굴기’(和平堀起 : 평화적으로 우뚝 일어선다)라는 외교 전략을 구사하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은 과거 전쟁을 벌였던 베트남과 공산주의 혁명을 수출했던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키로 합의한 바 있다.

또 해상 무력충돌이 벌어지는 등 지난 30년 간 영유권 분쟁을 보였던 남중국해 난사(南沙·스프래틀리) 군도 문제에 대해 중국은 2002년 아세안 회원국들과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함으로써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외교정책을 볼 때 영토분쟁을 촉발하는 역사전쟁은 중국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만큼 아세안 등 주변국들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의 부당함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해 국제법적으로도 중국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는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야 할 것이다.
        
또 중국이 1962년 북한과 체결한 ‘조중변계조약’(朝中邊界條約)을 내세워 간도가 자국 땅임을 주장할 것에도 대비해야 한다. 통일 코리아가 북한이 맺은 국제조약을 승계하지 않는다는 것을 별도로 규정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조중변계조약을 승계하지 않고 통일 코리아가 중국과 간도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

1962년 체결된 북한과 중국의 ‘조중변계조약’

동서독 통일 이후 동독이 맺었던 국제조약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또 북한과의 국경 조약은 비밀리에 맺어졌기 때문에 중국이 공개를 꺼리고 있는 만큼, 이를 공개할 것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핵 문제와 6자회담 등과 관련,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북한을 설득해 공동 대응하는 것도 더욱 중요하다.

일부에서는 간도 문제를 국제 공론화 한다면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반대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북한을 한국의 간도 영유권 주장을 차단하기 위한 ‘완충지대’로 삼을 것이라는 말이다. 만약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반대한다면 한국은 미국의 힘을 빌려 통일할 수 있다고 맞받아칠 수 있다.
4강과의 역학 관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간도 문제를 협상 카드로 이용해 통일을 앞당길 수도 있다. 간도 문제를 국제 공론화한다면 중국을 제외하고 미국·일본·러시아 등이 적극적으로 한국을 지지할 수도 있다. 중국이 제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일본·러시아의 심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도 문제는 앞으로 통일 코리아의 미래와 깊은 관계가 있다. 한반도가 동북아 중심국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한국은 동북공정과 간도 문제를 꾸준히, 주도면밀하게,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자 미래에 대한 교훈도 된다. 광개토대왕이 중원을 차지했던 화려한 역사와 대한제국의 몰락이라는 치욕의 역사를 생각하며 50년, 100년 앞을 내다보는 혜안과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월간중앙 2004-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