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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파문이 일면서 국내 학계의 빈약한 고구려 연구 수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역사 전쟁'은 벌어졌는데 싸움터에 나갈 장수도,
무기도 형편없이 부족한 모양새다.
한.중 양국은 24일 '고구려사 문제를 정치 문제화하지 않고 학술 차원에서 해결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고구려 관련 연구자수.연구실적에서
중국에 밀릴 경우 당장 국제 학계를 설득하는 일부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학술진흥재단에 따르면 국내의 한국사 연구자는 1298명. 근현대사가 392명으로 가장 많고, 조선사가 256명, 고려사가 129명,
고조선.고구려.신라.백제.발해 등 고대사가 모두 213명으로 집계됐다. 전공이 불분명한 기타 한국사가 308명이다.
그러나 세부로 파고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고대사 연구진이 다른 시기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학술진흥재단에 등록된 박사학위 논문을 주제별로
분류하면 신라가 71명으로 가장 많고, 백제 29명, 고구려 19명, 발해 12명, 고조선 1명 순이다. 여호규(한국외국어대.사학)교수는
"고구려의 경우 박사 학위자 가운데 현재 논문을 발표하며 연구 활동을 하는 이는 13명 정도"라고 말했다.
고조선.고구려에 대한 연구가 빈약한 건 연구 지역이 주로 사회주의권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전에는 현장을
답사하거나 자료를 구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사정이 어려운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고대사 연구자 사이에 "고구려는 비행기, 신라.백제는 고속버스나
전철"이라는 농담이 나돌 정도다.
취업 문제도 그 원인 중 하나다. 신라.백제 연구자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역사연구소에서 일할 수 있는 반면 고조선.고구려.발해 전공자는
이런 기회조차 잡기가 어렵다.
특히 냉전 시대에는 '고구려=북한, 신라=남한'이라는 웃지 못할 관행(?)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주로 북한.중국의 자료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자칫하면 자료 입수 과정에서 국가보안법에 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광식(고려대)교수는 83년 일본에서 북한 자료를 갖고 들어오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고조선.고구려.발해
전공자 중 다수가 80~90년대에 공부를 시작한 것도 이런 시대적.이념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
이만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역사적 사건에 대해 장기적.학술적으로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풍부한 연구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전문가
양성에는 최소 10년은 필요한 만큼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건이 날 때마다 잠시 흥분하다 곧 잊어버리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