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문화 그리스문화 못지 않아”

“영토는 빼앗길 수 있어도 문화는 되찾아야 합니다.”

중국 동북지방을 비롯, 곳곳에 흩어져있는 고구려 벽화를 연구하면서 11년째 고구려 역사와 문화에 심취해온 조형미술가가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빛고을문화산업연구원 이환 수석연구원의 ‘고구려 사랑’의 시작은 색다르다.

설치미술가이기도 한 이씨가 고구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다소 색다르다. 그는 작품활동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할 돈이 없어 난지도에서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던 중 ‘고물=옛것(문화)’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씨는 전국에 있는 고물상과 고서점 등을 찾아다니며 갖가지 고문서나 고서화 및 고래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식기 등을 수집하던 중 고조선과 고구려 시대 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됐다. 우리나라 전통문화 상가가 밀집한 서울 인사동 골목은 이씨의 단골 코스였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구려의 선조격인 고조선에 대해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그러나 고조선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어 애를 먹었지만, 고구려 벽화에서 고조선의 역사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면서 고구려사에 심취하게 됐다. 92년 처음으로 중국내 고구려 고분 답사를 다녀온 이씨는 고구려 벽화의 예술성에 탄성했다.

고구려 벽화에는 당시 역사를 기록하는 장면, 온 부족이 축제를 여는 장면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됐다.

“고구려 벽화는 대규모의 멀티 영상을 정지시켜 놓은 것처럼 살아있는 동작미술을 보는 느낌을 줬습니다.”

현재 이씨는 고구려 유적지 곳곳을 답사하며 인터넷 사이트(http://kogurea.org)를 구축하는 등 고구려 역사와 문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씨는 어린이들에게 고구려 역사를 친근하게 소개할 교양만화 ‘리틀 광개토’를 오는 10월쯤 발간할 예정이다. 고구려 벽화에서 영감을 얻은 ‘12지곤’이라는 캐릭터도 개발했다.

“중국이 아무리 고구려를 자신들의 역사라고 우길지라도 문화를 조작하거나 개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문화 연구야말로 고구려사를 제대로 찾아올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그는 “고구려 문화는 그리스나 로마 문화 못지않은 우리의 소중한 역사입니다.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고구려 문화를 알리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 박진주기자 2004-8-25)